4.19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천막 당사에서 첫 상임운영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총선 이후 공식 행보를 시작한 한나당 박근혜 대표가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17대에 당 체제 개편과 맞물려 소장파들과 신진 외부인사들의 중용을 예고했다. 재선, 3선으로 당내 중진급으로 격상된 소장파 의원들도 "아직 밥에 돌이 보인다"며 당내 쇄신을 예고했다.
한나라당의 권력중심이 5ㆍ6공 세력에서 소장파 및 신진 외부인사에게로 빠르게 옮아가는 양상이다.
***박근혜, "과거에 하던 일로 돌아가면 그 순간 끝"**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드디어 기호 2번이 됐다"며 "한나라당이 잘못한 것이 많아서 기호 2번이 됐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이제 모든 것이 너무 투명해졌기 때문에, 잘못하면 피할 데도, 숨을 데도 없다"며 "뭐든지 바르게 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행여나 과거에 하던 일로 돌아가면 그 순간 끝나는 것 아니냐"며 "항상 긴장하고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털어내고 다른 당보다 더 개혁적으로 앞장서야 살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당이 다시 살아나느냐 없어지고 마느냐의 긴장감을 갖고 다시 해나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파, 신진 역할 주목**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 1백21명 가운데 초선은 62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여기에다가 16대에 당 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던 '소장파'들은 이제 재선, 3선이 돼 선수만을 본다면 당의 중진급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그래서 17대 한나라당에서 기존 소장파 의원들과 초선 의원들이 중심이 된 신진인사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남경필, 오세훈 의원과 함께 소장파 3인방으로 분류됐던 원희룡 의원은 "16대에는 철없는 아이들의 튀는 발언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며 "당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로 못하게 하고, 해야 할 것은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게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소장파는 재선도 있고, 3선도 있다"며 "이제는 남의 탓이나 지도부 탓을 할 수 없는 엄중한 실험대에 놓였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제 거의가 신인인데, 실제로 알맹이를 가진 채 어떤 역할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원 의원은 "밥에 여전히 돌이 보인다. 걸러내야 된다"고 언급함으로써 당내 물갈이 의지를 피력한 뒤,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아직 세력화라고는 하기 뭣하지만 건전하고 합리적이고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개혁적인 중도보수들의 연결점이 돼야 한다"고 소장파들 위주의 주도세력 재편 의지를 밝혔다.
쇄신파의 이같은 주장은 박근혜 바람에 편승해 당선된 정형근, 김용갑, 김기춘 의원 등 당내 수구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한차례 거센 당내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새롭게 부상한 박근혜 측근 그룹 : 윤여준, 김형오, 박세일**
소장파와 신진인사들의 역할과 더불어 새롭게 떠오른 박근혜 대표의 측근 그룹 역시 주목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형오 사무총장과, 윤여준 선대부본부장. 김 총장은 한나라당의 디지털 정당화를 선도해 나갈 기수로 중임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도 김 총장에게 "포탈 사이트를 통해 디지탈 정당의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업체도 공개 입찰로 모집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총선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윤여준 여의도 연구소 소장도 박 대표의 정책정당화로 인한 여의도 연구소 확충 방안과 맞물려 그 역할이 주목된다. 또한, 김애실, 박세일, 윤건영 교수 등 정책 입안을 위해 영입된 교수 군단도 박 대표의 정책 정당화에 맞물려 중용될 전망이다.
한편 은진수 대변인은 이날 "자기반성 없이 구구한 변명만 늘어놓은 한나라당, 지역주의에 안주하는 한나라당, 부정부패를 단호히 척결하지 못하는 한나라당,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기 희생에 인색한 한나라당으로는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부탁할 염치도 자격도 없다"며 "한나라당이 건전한 정책 야당, 개혁적 중도 보수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한다"고 밝히며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같은 은 대변인의 퇴진은 다른 당직자들에게 퇴진 압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후속 퇴진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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