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2백26명이 "이제는 진보정당을 원내로 들여보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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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 영화배우 오지혜, 청년필름 김광수 대표등 영화인 25명과 심상정·단병호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노회찬 선대본부장등이 참석했다.
***박찬욱 감독, "장기적으로 진보정치 승리 확신, 이쪽에 줄서기로"**
지지선언을 주도한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는 "탄핵정국 전부터 영화인들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있었고 지지선언을 한다니깐 왜 나는 빼냐고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며 공정한 부의 분배를 이룩할 정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지선언을 한 영화인들 중에는 영화배우 문소리, 추상미, 오지혜, 정찬과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김동원, 이무영 감독을 비롯, 프로듀서, 조감독, 제작부, 시나리오 작가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영화인들이 총망라 돼 있다.
박찬욱 감독은 "오랜 충무로 생활 끝에 이기는 쪽에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진보정치가 장기적으로 이기는 쪽이라 확신해서 이 쪽에 줄 서기로 했다(웃음)"는 재치답변으로 선언 동참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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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사무총장, "꿈은 영화가 만들고, 실현은 진보정당이 하겠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영화인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주셔서도 기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도 기쁜 만남"이라고 운을 뗀 뒤, "꿈을 만들어내는 게 영화라면 그 꿈을 실현하는 게 진보정당의 역할"이라며 "민주노동당은 한국영화의 발전과 함께 희망의 꿈나무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인들은 지지선언문에서 "우리에게 87년 이후 모든 선거는 수구세력 재집권 저지를 위해 '비판적 지지'라는 원치 않는 선택을 해왔던 선거"라며 "이땅의 민중이 수구세력과의 지난한 싸움 속에 얻어낸 열매는 소위 '민주·개혁세력'이 취했지만 본질적으로 기회주의적이며 앞장서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수구세력과의 대립에만 격렬한 그들에게 더 이상의 기대는 없어"**
이어 "그들은 수구세력과의 대립이 격렬해질 때만 민주적이고 개혁적이며 그들에게 더 이상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그나마의 개혁적 측면도 반민주적 인물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며, 의원직 총 사퇴서도 슬며시 철회하며 집어던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영화인들은 또 "자신들이 이야기한 원칙을 뒤집어도 될만큼 여유로워진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열린우리당이지만 그들에게 몰리는 지지율은 그들이 무언가를 잘해서 스스로 일궈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이제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할 정당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도입된 '1인 2표 정당명부제'는 우리의 바람을 가능케 할 마법"이라며 "복잡한 계산 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이며 4월 15일 선거의 결과가 희망의 날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이 모임이 지속적 형태를 띄지는 않을 것이지만 남은 선거운동 기간동안 2백26명 중 지원자를 받아서 창원, 거제, 울산의 두 지역구에 지원 유세에 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영화인의 민주노동당 지지선언문> 전문**
4월 15일, 17대 총선은 이전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특별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탄핵정국의 후폭풍으로 야기된 수구세력의 몰락 이라는 예측 가능한 결과와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의 집단적인 원내진출이라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보자면 우리는 이전까지의 선거에서 올바른 선거권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87년 이후의 모든 선거는 수구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으며, 따라서 비판적 지지라는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이 땅의 민중이 수구세력과의 지난한 싸움 속에서 얻어낸 성과입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번번히 소위 민주세력, 개혁세력에게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며, 기회주의적일 뿐입니다. 들 끊는 국내외 여론을 외면한 채 앞장서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습니다.
수구세력과의 대립이 격렬해질 때만 그들 민주. 개혁세력은 민주적이며 개혁적입니다. 이제는 지리멸렬해진 민주당 조차도 수구세력과 격렬하게 대립하던 시기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3월12일,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던 국회에서 온 몸을 던져 싸우던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분명 민주적이며 개혁적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온갖 기득권을 누리며 수 십 년간 나라를 망쳐놓고도 한치의 기득권 조차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거대한 수구세력에 맞서다 개 끌리듯 본회의장 밖으로 끌려 나오는 처참한 광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뱃지를 집어던지며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은 짓밟힌 민주주의에 대한 분노였기에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그들에게서 더 이상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탄핵안 가결 후 역풍이 불고 지지도가 급상승하자 그들은 그나마의 민주적, 개혁적인 측면 마저 집어던졌습니다. 자신들 조차 주저하던 반 개혁적이고 반 민주적인 인물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천의 원칙도 사라졌습니다. 의원직 총 사퇴서도 슬며시 철회했습니다. 불과 얼마전 자신들이 이야기한 원칙을 모조리 뒤집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면 그들은 더 이상 격렬하게 싸우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로워 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열린우리당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들에게 몰리는 지지율은 온전히 그들의 몫은 아닙니다. 그들이 무언가를 잘해서 스스로 일궈낸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구에서 합리적 보수세력까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당은 이 땅에 이미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더 이상은 국회가 국민 위에 존재한다고 방송카메라에 대고 당당히 말하는 국회의원이 없었으면 합니다. 탄핵을 이해 못하는 국민은 이해할 필요 없다고, 그런 국민이 한심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 풍토가 이제는 제발 끝나기를 바랍니다.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한 장면을 들어 용공, 좌익을 미화했다고 자기 집도 아니고 국회에서 떠들어대는 이런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이 더 이상은 이어지지 않기를 소원합니다.
이제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할 정당이 필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원칙을 뒤집지 않고 시종일관 개혁적이며, 철저히 민주적인 정당을 원합니다.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적인 통일을 지향하고, 보다 공정한 부의 분배를 이룩할 수 있는 정당을 원합니다. 우리는 자연 환경의 보존과 보다 나은 삶의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정당을 원합니다. 남녀 모든 인간의 존엄이 똑같이 존중되는 사회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할 정당이 민주노동당 뿐임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도입된 1인 2표 정당명부제는 이러한 우리의 바람을 가능케 할 마법입니다. 정당명부제로 인해 비로서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수구 정당들의 지지율 폭락은 더 이상 이런 저런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고도 당당히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특별한 설렘과 기대를 갖고 4월15일 선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날의 결과가 이 땅의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날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04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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