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이상 차이가 나자, 공천에서 탈락한 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노렸던 현역의원들이 속속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한나라당 간판으로도 총선 승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소속 당선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진 것이 이들의 불출마 이유다.
***김일윤 "정계은퇴", 박원홍 "한나라당 복당", 박시균 "불출마"**
공천 탈락에 반발하고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경북 경주의 김일윤 의원은 29일 자신의 경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총선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태권도공원 유치 등 현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 왔으나 젊고 유능한 후진들에게 넘기고 이번 총선에 불출마키로 결심했다"며 "선거자금으로 준비한 1억원을 출연해 '경주 청년실업자 지원센터'를 설립, 청년구직자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 의원이 고도보존법 제정과 고속철도 노선 경주통과 유치등 많은 성과를 거뒀으나 공천 물갈이로 피해를 봤다"면서 "탄핵역풍으로 지지도가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에 뒤지는 등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서초갑을 이혜훈 박사에게 넘겨준 박원홍 의원도 이날 불출마와 한나라당 복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 박사가 공천된 뒤, "납득할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 왔다.
박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지지하는 한나라당이 한 명이라도 더 의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소속 출마를 포기하고 한나라당에 복당한다"며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표 분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천막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발족식에도 참석해 "서초갑 공천자인 이혜훈 후보를 돕겠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에서 공천에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박시균 의원은 박승국 의원, 박철언 전의원과 'TK무소속 연대'를 결성한다고 밝혔지만 이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 회견을 통해 "이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평생 걸어온 길인 의료인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영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 후보자 사퇴서를 낼 예정이다.
한나라당에선 이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이 반가운 눈치다. 16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었던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될 경우, 한나라당 지지층이 분산되는 역작용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불출마 선언이 현재 한나라당에게 불리한 지역 판세를 어느 정도나 뒤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북지역 공천자들도 무더기 불출마**
이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역 공천자 4명은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전북에서 공천을 받은 6명 전원이 불출마를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창ㆍ부안의 김준 후보는 이에 동참하지 않았고, 남원ㆍ순창의 윤재건 후보도 "아직 고심중"이라며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았다.
군산 지역의 문장윤 후보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5%정도로 회복했지만, 탄핵 직후 1%도 안되는 지지율을 보였다"며 "언론에서 인물이 아닌 당대당으로 이번 총선을 몰아가니 나 같은 신인은 설 땅이 없다"고 말했다.
윤재건 후보도 "출마하면 백전백패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꼭 출마해야 되냐는 생각이 들지만, 당직자들이 일당독재는 막아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어 오늘 중으로 거취표명을 할 것"이라며 "탄핵 이후 유동표가 그 쪽(열린우리당)으로 많이 갔다"고 지역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전북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많아야 두 명 출마하게 됐다. 제1당 후보가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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