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비례 대표 공천에 반발하는 당 중앙위원들의 소란 속에 29일 오전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박근혜 대표와 박세일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는 '거여(巨與) 견제론'과 '국정 심판론'을 내세우며 17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비해 당 체제 정비를 끝마쳤다.
***박근혜, "열린우리당, 허황된 반사 이익 누리는 것 뿐"**
박근혜 대표는 발족식 인사말에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국민 여러분들이 한나라당을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는 기미가 보인다"며 최근 당 지지율 상승을 언급한 뒤, "총선을 잘 치러내는 일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높아져서 아주 뜨고 있는 이유는 열린우리당이 개혁적이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못해서 반사 이득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며 "반사 이익이 얼마나 하황된 것인가. 한 때는 한나라당도 반사이득을 노렸지만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총선이 친노 대 반노, 탄핵 찬성 대 반대의 구도로 흘러가면 나라가 너무 불행해진다"며 "친노 대 반노로 가게 되면 아무 검증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은 국정에 대한 심판이고, 지역을 위한 인물을 뽑는 선거"라고 거여견제론과 함께 국정심판론을 17대 총선 전략으로 밝혔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흑색선전과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정정당당히 선거 치르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세일, "'2백50 대 50'은 민주주의 붕괴"**
박세일 공동 선대위원장은 "2백50 대 50석은 야당의 붕괴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균형과 견제"라며 "이번 선거에서 대승해 야당이 효과적인 견제세력이 돼야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 대통령을 향해 "그 동안 감성과 국민 분열의 정치가 많았다"고 비판하고, "이를 국가 경영형 정치로 바꾸고, 경쟁을 시키는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세일 위원장이 연설을 하는 도중에 비례 대표 공천심사에 불만을 품은 한 중앙위원이 "박세일, 당신은 자격이 없어"라고 소리치기도 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대표 경선 방송 토론 등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큰 절을 하며 읍소했던 이상득 선대본부장은 이날도 "절을 자주 하니 좋은 일이 생기더라"며 "정말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도 큰 절을 하겠다"고 말하며 큰 절을 했다.
***비례 대표 공천 심사 불만으로 소동**
천막 당사 앞에서 열린 발족식은 소형 트럭을 간이 연단으로 사용하는 등, 부패이미지를 벗기 위한 모습을 계속 연출했다. 또한, '발로 뛰는 한나라당'이미지를 위해 선대위 간부들에게 즉석에서 운동화를 지급, 그 자리에서 신발을 갈아 신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선대위 발족식이 시작되기 직전, 당 중앙위 상임위원들이 천막당사로 몰려와 대표실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 앞에서 박세일 선대위원장 겸 공천심사위원장을 비난하며 소동을 벌였다.
이들은 "지역구는 전부 검사 출신이고 전국구는 다 교수들"이라며 비례대표 공천에 불만을 품고, "더는 못참는다", "박세일 끌어내"라며 대표실로 들어가려 했고, 이 과정에서 한 동안 당직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 체제 이후, 지지율이 다소 호전되고 있는 한나라당은 29일 선대위 발족을 통해 당을 총선 체제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이회창 전총재 특보인 이병기 전략기획위원장이 비례대표 공천에 탈락할 것으로 알려진 뒤 사의를 표하는 등, 공천 반발 여진이 남아있어 총선을 앞두고 내풍 차단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