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진퇴에 대한 막판 고심에 돌입한 가운데, 당 안팎의 거센 조 대표 퇴진 요구를 당권파가 적극 방어하고 나섰다. 조 대표가 퇴진할 경우 그 다음 타깃이 자신들이 될 것임을 직감한 이들의 최후의 저항이다.
특히 박상천 전대표는 26일 '탄핵의 정당성'을, 강운태 전 사무총장이 '법적지위'를 내세우며 퇴진불가론을 역설했다.
***강운태 "공천장에 대표 직인이 필요하니 대표퇴진 불가"**
강운태 전사무총장은 이날 조 대표의 거취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며 "완전히 마음을 비운 것 같다"고 전했다. 강 전총장의 전언에 따라 금명간 조 대표가 퇴진을 결심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조 대표가 자진 퇴진을 할 경우, 추 의원이 선대위위원장을 거부하기란 어렵다는 판단아래 민주당의 내분은 수습국면에 접어들리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왔다.
그러나 당사에서 1시간여 당직자들과 회의를 가진 뒤 강 전총장의 말은 바뀌었다. "조 대표는 대표직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인물"이지만 "법적으로 대표가 없으면 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그 사이에 조 대표가 퇴진할 수 없는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 낸 것이다.
강 총장에 이어 김성재 총선기획단장도 "공천장에 대표의 직인이 찍혀야 하는데 상임중앙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상황이라 대표가 사퇴를 사면 대표직을 승계할 사람이 없다"는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김 단장은 기자들에게"이제 결단은 조 대표가 아니라 추 의원이 내려야 하니 조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상천 "민주당 지킨 것이 대죄냐"**
소장파가 요구하는 '호남 물갈이' 대상의 '핵'인 박상천 전 대표도 조 대표의 대표직 사수를 위해 이날 호남에서 급상경했다. 박 전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 대표의 사퇴 불가를 주장했다.
박 전대표는 "조 대표가 인위적으로 물러나는 것은 탄핵을 과오로 인정하고 인책하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조 대표는 퇴진하지 않을 것"이라 잘라 말했다. 그는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제와 탄핵의 정당성을 부인하면 탄핵을 지지했던 우리 지지자들이 모두 한나라당으로 가버린다"며 일부 쇄신파 의원들의 '탄핵철회'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또 공천개혁 주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지킨 사람들의 모임인 정통모임 지도부를 공천 철회하자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민주당 지킨 것이 공천을 철회할 정도로 대죄면 민주당을 해체하자는 거냐"고 반발했다.
박 전대표는 기자회견 내내 '당내 화합'을 강조했지만, 당 내분에 대한 '중재'보다는 소장파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 당권파에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이 강했다. 조 대표의 퇴진으로 추미애 의원이 전권을 잡고 '공천개혁'의 칼을 휘두를 경우, 선거를 20일 앞두고 공천을 철회당할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당의 운명'은 안중에도 없고 단지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당권파의 추한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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