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지지율 추락으로 '수도권 필패론'의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는 한나라당에 뒤늦은 탄핵 철회 주장이 확산되고 있어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수도권 공천자들과 소장파 중심으로 탄핵 철회 주장을 제기하고 나선데 대해, 최병렬 대표는 "당을 떠나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3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수도권 지역 공천자들에게 임기가 이틀 남은 최 대표의 이 같은 엄포가 통할 리 없다. 한강에 천막 당사를 설치, 23일까지 농성에 돌입한 수도권 공천자들은 전당대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수용한 후보의 지지선언을 검토하고 있어, 탄핵철회론이 대표 경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문수, "대표되면 탄핵 철회 검토", 소장파 동조**
먼저 불을 지핀 사람은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 그는 21일 저녁 KBS에서 실시된 경선후보 TV토론에서 "국민 절대 다수가 우리가 통과시킨 탄핵안에 반대하고 있다"며 "국민이야 말로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내가 대표가 되면 바로 검토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는 19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대표가 되면 탄핵 철회를 포함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탄핵 철회론에 불을 지폈다.
남경필, 박종희 의원 등 지난 19일 여의도 한강둔치에 '천막당사'를 설치한 수도권 공천자들은 21일 비상회의를 가진 뒤 27명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사전에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만큼 한나라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하며, 사후 처리는 국민여론과 사회각계 원로의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수 위원장은 "탄핵처리가 절차적 정당성은 갖췄으나 국민다수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한 데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새 지도부는 여론조사라든가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탄핵철회 검토를 요구했다.
***네 명 후보 반대, 최병렬 "철회론자 당 떠나라"**
그러나 다른 네 명의 대표 후보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탄핵 철회 주장을 일축했다.
20일 광화문 '탄핵반대' 촛불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던 권오을 후보는 "나도 탄핵안이 가결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지만, 이 시점은 헌재의 판결을 차분히 기다리면서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는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없다'는 국민의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탄핵 찬반으로 나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라고 말했다.
박진 후보는 "개인적으로 탄핵 신중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의회에서 가결됐다"며 "남은 일은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성숙시키기 위해 국민에게 차분한 논리로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질문 시간을 할애해 다른 후보들에게 사실상 정견을 발표할 기회를 주며 TV토론 내내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홍사덕 후보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헌재의 판결 기다려서 복종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재에 영향을 미칠 온갖 압력이 난무하고 있다. 촛불시위도 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앞서 최병렬 대표도 21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탄핵을 철회한다고 해서 국민의 마음이 돌아서서 많은 의석을 만들어 줄 것인가"이라며 "그것은 정당이 할 일도 아니고, 지지자마저 떠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탄핵 철회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 대표는 "결론은 간단하다"며 "우리는 신념에 따라서 외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철회를 주장하는 사람은 그 강도에 따라 여러 차이가 있다"며 "그러나 한나라당을 더 이상 궁지로 몰지 말고 당을 떠나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다섯 명의 후보 중 김문수 후보를 제외하고는 탄핵철회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탄핵 철회 주장이 제기된 이면엔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수도권 필패론'이 깔려 있어 새 지도부가 탄핵 철회 주장에 반대할 경우 이로 인한 당내 갈등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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