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잇따른 내우외환으로 민주당이 바닥을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탄핵 역풍을 막기 위해 선대위 출범을 서두르는 마당에, 공동선대위원장에 내정된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이 돌연 당직을 사퇴한 것이다.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고자" **
추 위원은 20일 오전 개인 홈페이지에 '상임중앙위원을 사퇴하며'라는 성명을 통해 "저 추미애는 상임중앙위원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고자 한다"고 밝혀 지도부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추 위원은 성명을 통해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뿐"이라는 심경을 밝히고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 위원은 "국민의 정부의 유일한 계승자인 민주당을 사랑하는 제 마음은 변함없다"고 명시해, 탈당 등 추가행동에 대한 추측은 일축했다.
*** 선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중진그룹들과의 갈등이 사퇴 원인인 듯 **
추 위원 측이 사퇴서를 제출한 것은 19일 오후. 같은 시간대에 민주당은 사실상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을 '투톱'으로 하는 선대위 출범을 발표했기에 추 위원의 돌연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오전 상임중앙위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추 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조-추 공동선대위원장을 결정했고 추 위원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찬후 오후 1시반께 속개된 상임중앙위 참석한 추 위원은 전날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이 "추 위원은 안정감이 없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돼, 김 위원과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쾌감을 드러내며 일찍 회의장을 나선 추 위원은 팩시밀리를 통해 당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김 위원과의 언쟁은 추 위원이 사퇴를 결심케 된 표면적 이유가 됐다. 그러나 추 위원측은 "김 위원과 언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랬다고 사퇴하겠냐"며 "일부 당 지도부가 아예 일을 못하게 막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공동이든 단독이든 선대위원장을 맡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선대위 구성문제를 두고 김 위원 외에도 유용태 원내대표, 강운태 사무총장 등 당권파들과 갈등을 겪어온 것이 지도부를 박차고 나오게끔 한 근본 원인이 된 것이다. 쇄신파 의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추 위원과 쇄신파를 견제하려는 당권파간 알력이 빚어지자, 추 위원이 '사퇴'라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실제 김경재위원 등 당권파는 "조순형 대표가 선거전을 위해 대구로 가면 추 위원이 진두지휘를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도 "추 위원 단독선대위를 시킬 경우 혹시 열린우리당과 통합을 주장하는 설훈 의원 같은 사람을 요직에 앉혀 연합공천 한다는 소리라도 나오면 어떡하냐"는 불안감을 드러내 왔다.
*** 한쪽 날개 잃은 민주당, 끝없는 추락**
추 위원의 사퇴에 대해 다른 지도부들은 일단 사표를 반려키로 하고 추 위원을 설득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20일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추 위원이 좀 짜증이 나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리 대단치 않는 거다"라며 "그거 우리 안 받은 걸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쇄신파 의원의 대표 격으로, 지도부 안에서도 당권파와 잦은 마찰을 빚어온 추 위원이 쉽게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추 위원의 사퇴 소식을 들은 장성민 청년위원장은 "추 위원도 지치지 않았겠느냐. 민주당 쇄신파 의원들은 모두 지쳐서 쇄신의 목소리를 낼 힘마저 남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민주당에서는 쇄신파가 물갈이 대상"이라며 자조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추 위원을 비롯, 쇄신파 의원들이 "선거가 눈앞이니 지역구 일에만 전념하겠다"며 일종의 '지도부 포기' 선언을 한 가운데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민주당이 선거전에서 정상비행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22일로 정해놓은 선대위 출범이 가능할 지조차 불투명하다.
탄핵역풍을 맞고 있는 민주당이 내부 균열도 봉합되지 않은 채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당권파 주도로 총선을 치를 경우 '필패'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그럼에도 김경재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물이 끓을 때는 수심을 잴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 민주당 지지도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의 적나라한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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