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야권의 공세가 대통령 대신 장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탄핵소추안 취하 발언으로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이어 촛불시위 공방으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 역시 정치권의 집중 표적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 "강금실 장관도 '공무원 중립의무 규정' 위반" **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17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중앙선관위에 조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6일 이미 "개인적으로 탄핵소추 취하가 가장 적절한 상황해결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는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고발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은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9조와 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를 규정한 86조 위반으로 강 장관을 고발했다. 민주당은 같은 규정 위반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 조사를 의뢰한 바 있고,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이라는 회신이 오자 탄핵 소추안 발의에 착수했었다.
민주당은 배포한 조사의뢰서를 통해 "강 장관의 발언이 현 내각이 과연 선거에 엄정한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며 조사의뢰 사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17일 오전 민주당 상임중앙위원 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강 장관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나는 강금실 장관을 좋아했었고 앞으로도 그 사람이 잘 하기를 바란다"며 입을 뗀 이 전 의장은 "그러나 17대 국회에서 탄핵안을 취하하자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강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16대 국회에서 의결한 안건은 17대에는 폐기돼 버리고, 국회의원들이 새로 뽑히니 소송 당사자도 없어진다는 것이 이 전 의장의 주장이다.
이 전 의장은 "강 장관 자기가 17대 국회 의장이냐"고 되물으며 "각료들이 조용히 엎드려 있어야할 시점에 나서는 것은 백해무익하니 강 장관에게 나라를 위해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 "행자부 장관이 선거연기 원하는 것 아니냐" **
16일 허성관 행자부 장관이 촛불집회를 '문화행사 차원의 집회'로 해석,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현행 집시법에 예술, 문화 집회는 일몰 후에도 가능하다고 돼 있는데 탄핵규탄 촛불시위가 어떻게 문화행사냐"며 허 장관의 발언을 강 장관 발언에 이은 '망언'으로 규정했다.
강 총장은 "광화문에서 연일 그런 시위가 이어질 경우 민주당 지지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행자부 장관이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방조함으로써 선거 연기 원하는 것 아니냐"며 허 장관 발언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 총장은 그러나 이날 오전 경찰청이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선, "다행히 경찰이 불법시위라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전형 수석부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허 장관의 발언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장 부대변인은 "불과 몇 시간 전에는 촛불시위가 불법이라고 해놓고 문화축제면 괜찮다고 하는 것은 선거 주무장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허 장관이 어떤 배경에서, 누구의 지시와 교감 하에 이런 말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대변인은 "강 장관에 이어 '노빠장관 넘버2'로 인식되는 허 장관이 이런 발언을 한 배경이 궁금하다"며 "향후 친노와 반노 세력간에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은 허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회 행자위를 열어 행자부 장관의 발언 경위를 추궁한다는 방침이지만 총선을 30일 남짓 남겨두고 의원들이 모두 지역으로 떠난 상태라, 16일 문광위처럼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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