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공조하여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민주당이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 '제2차 분당사태' 위기에 직면했다. 당초 탄핵 발의와 의결에 반대했던 쇄신파들이 탈당까지 각오한 채 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는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국민의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영입인사들의 탈당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쇄신파, "탄핵안 가결은 국민의 뜻 아니다"**
일요일인 14일 오전 10시, 여의도 민주당 당사 3층에서는 상임중앙위회의가 열린 가운데 설훈, 조성준, 정범구, 박종완 의원 등 쇄신파 4명이 2층 기자실을 찾았다. 이들은 탄핵 발의시 서명을 거부했고, 민주당이 탄핵 가결을 당론으로 정했을 때에도 의결을 거부했던 일관된 '탄핵 반대파'였다.
쇄신파 의원들은 준비해 온 성명을 통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적시하고 "조순형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탄핵안을 발의하고 가결시킨 것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상시 행보를 같이해 왔지만 막판 탄핵안 가결에 동참한 추미애 상임중앙위원까지 포함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또 "16대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국민의 뜻이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가 총사퇴 하는 것만이 국민들께 사죄하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설훈 의원은 특히 "당에서 (우리 요구를) '해당행위'라고 하는 사람이 다수라면 이 당은 절망적"이라고 말해 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설 의원은 이어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도 후회하고 잘못했다는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며 조직화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조순형, 책상 치며 분개**
쇄신파 의원들의 이러한 요구에 조순형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의 반응은 대단히 강경했다.
상임중앙위에서 쇄신파 의원들의 성명 소식을 들은 조 대표는 "탄핵이란 헌정사 초유의 사태를 가지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집에서 편안히 잠자고 TV 보다가, 만약에 국민여론 70%가 지지한다고 하면 나왔겠냐"며 몇차례 책상을 손바닥으로 쾅쾅 치면서까지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조 대표는 "내가 당 대표로서 이런 사람들을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쇄신파와 지도부 간의 묵은 갈등이 탄핵사태라는 중대 고비를 맞아 터져나옴으로써 총선을 한달여 앞둔 민주당은 다시 한번 내홍에 휩싸일 전망이다.
*** DJ맨, "민주당, 정체성을 상실했다" 탈당**
같은날, 국민의 정부에서 각료를 지내고 민주당에 영입된 조순용 전청와대 정무수석과 고재방 전청와대 부속실장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항의하며 민주당을 잇따라 탈당했다. 이같은 'DJ맨'들의 탈당은 탄핵안을 계기로 한-민 공조가 깊어지자 나타난 것으로 민주당 정체성 위기를 드러내는 '적신호'로 관측된다.
전남 순천에 공천을 신청했던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지역구의 '체육관 경선' 강행에 항의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조 전수석은 탈당 성명을 통해 "민주당지도부는 대통령탄핵에 찬성하지 않으면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소속의원들을 윽박질렀다"고 밝히고 "민주주의 50년 전통을 지닌 민주당이 더 이상 국민을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세워가는 정당임을 스스로 거부했고, 희망과 비젼을 잃었다"며 탈당의 변을 갈음했다.
광주 북을에서 경선에 탈락한 고재방 전 청와대 부속실장도 "민주당이 민정당의 후신인 한나라당과 공조함으로써 민주당의 정체성을 상실시켰다"며 당 국가전략 연구소 부소장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쇄신파를 대표하고 있는 설훈의원은 15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조순형 지도부를 맹성토하며 조대표가 자신들에 대해 출당조치를 취할 경우 전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유사시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쇄신파와 DJ맨들이 잇따라 탈당할 경우 민주당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탄핵 역풍에 휘말려 민주당은 총선도 치루기 전에 침몰할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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