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민주당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요구한 '지도부 쇄신'요구를 두고 중진과 소장파 간의 해석이 엇갈렸다. 추 위원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소장파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발끈하고 나선 중진들 사이에는 날카로운 대립전선이 형성됐고, 양쪽으로 갈린 당원들도 덩달아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여의도 민주당 당사는 하루내내 긴장감이 팽팽했다.
*** 추미애 지원사격 나선 장성민 청년위원장 **
20일 오전 장성민 청년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19일 성명을 발표한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장 위원장은 "유용태 원내대표와 강운태 사무총장의 사퇴와 추미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대본 체제의 조기 발족"을 재차 주장했다. 장 위원장의 요구는 이전부터 계속된 것으로 새롭지 않았지만 "강운태 총장의 밀실부패공천을 알고도 방치한 사태에 대해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과 국민앞에 해명하고 사죄해야 하며 필요하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공세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장 위원장은 강운태, 유용태 등 구파세력을 지칭해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돼 당의 지지율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향토정치인'"이라 비난한 뒤 "강운태식 밀실부패 공천의 사례를 제시하겠다"며 민주당이 공천심사를 거친 공천신청자들 중 부정부패비리 관련자 4인과 당적변경자 6인의 명단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배포한 명단과 다른 A4 2장짜리 문건을 흔들면서 "여기에 상상할 수 없는 전과와 부패 기록을 가진 공천자들 명단이 있다"며 단계적인 지도부 압박공세를 예고했다.
장 위원장의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원외지원단'들이 간담회장으로 들어섰다.
조순용 전청와대정무수석, 박준영 전청와대공보수석등 공천신청자 6인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의 주장에 적극동감한다"며 공천혁명과 선대위 구성을 지도부에 요구했다. 전남,광주에서 공천을 위해 뛰고 있는 이들은 "지역활동을 하다보면 민주당이 안락사할 것만 같다. 텃밭에서 느끼는 위기감에 비해 중앙당 지도부는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며 지도부의 냉철한 판단을 요구했다.
***조순형 "분열과 분파주의, 반이 4분의 1이 되자는 것" **
'추미애 지원단'이 러시를 이루는 당 다른 편에는 "또 다시 분열을 조장하냐"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만만찮았다. 특히 추 위원의 성명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조순형 대표의 '쓴소리'는 날카로왔다.
20일 오전 긴급 상임중앙위를 소집한 조 대표는 "민주당 공천은 공천심사특위를 거쳐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의결하는데 표결도 아니고 전원합의제로 공천심사를 하고 있다"며 공천심사에 하등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새삼 원칙과 규정을 새로해야 한다는 것이며 지도부 구성원을 개혁적 인사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당을 또 개혁과 반개혁으로 나누자는 것이냐"며 추 위원을 비난했다.
그는 "총선을 두달 앞두고 지난 대선때의 후보단일화 얘기를 꺼내 공천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분열과 분파주의로, 하나가 반이 되고, 반이 4분의 1이 되자는 것"이라며 추 위원 등 소장파를 맹성토했다.
장재식 상임중앙위원도 "정통모임이 아니었으면 민주당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추 위원이 공격한 정통모임을 엄호하며 "추 위원 발언은 반드시 취소돼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용태 원내대표는 "문제가 있으면 공식 석상에서 제기하고 상임중앙위원 6인 중 하나라면 추 위원도 공동책임을 져야한다"며 '연대책임론'을 제기했다.
비교적 중립지대에 위치한 김경재 상임중앙위원도 "추 위원 단독 선대위원장 체제를 선호했지만 이렇게 안정감이 없으면 선거를 치르지 못한다"며 조 대표측에 가세했다.
*** 소장파 지지자와 중진 지지자들간 물리적 충돌도**
민주당내 소장파와 중진 간의 갈등은 서로 세를 규합하는 '세 싸움' 양상을 보이면서 한층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중도.소장파 의원들은 23일께 당내 사태를 논의하는 회동을 가질 예정이며, 구파인 호남의 정통모임측도 20일 모임에서 선대위 조기 발족시 대응책 등을 강구키로 해 내주가 갈등의 최대증폭기가 될 전망이다.
이날 소장파와 중진세력 간의 갈등은 지지자들 간의 물리적 충돌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 회의가 열리는 대표실 주변에서는 추 의원측 지지자들과 당직자들간의 말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서로에게 욕설을 하며 언성을 높이다가 기자실로 자리를 옮겨 복부를 가격하는 등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던 장성민 청년위원장이 간담회 말미에 당직자의 저지로 간담회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기자실에서 떠밀려 나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장 위원장은 "내가 말을 길게하면 곤란해 지는 사람들이 (당직자를) 보내지 않았겠느냐"며 당사에서 밀려나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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