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도, 결실도 없이 막내린 청문회

[불법대선자금 청문회 마지막 날] "끝까지 맥빠진 청문회"

국회 법사위는 12일 오후 불법대선자금 청문회를 열어 ▲ 동원산업 노 캠프 50억 제공 의혹 ▲ 하나은행 CD 관련 1천3백억원 괴자금 의혹 등에 대한 증인 심문을 계속했다.

당초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경재,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측에서 의혹을 증명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느냐에 관심이 쏠렸으나 두 의원 모두 증거 없이 증인 추궁만을 계속해 ‘끝까지 맥빠진 청문회’라는 빈축을 샀다.

*** 동원회장, “불법자금 한 푼도 준 적 없다” **

오후 청문회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동원산업이 불법 정치자금 50억원을 조성해 노무현 후보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으나 증인으로 출석한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은 “불법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김 의원은 신뢰할 만한 국정원 간부에게 들은 첩보라며 “동원산업이 시중 은행으로부터 천억대의 자금을 불법으로 대출받아 이 가운데 일부를 노 후보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은 “불법정치자금을 단 한 푼도 준 적이 없으며 불법정치자금 제공 사실이 드러날 경우 국민 앞에 책임을 지겠다”며 단호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한 김 회장에게 “동원캐피탈에서 만든 대지개발에서 TPC 골프장을 인수해 문병욱 회장의 썬앤문에 넘겨준 것이 상대 개발사의 원성을 사, 동원캐피탈 사장, 대표이사, 문병욱 회장, 대지개발 문병근 이사 등이 고소를 당한 사실이 있냐”고 물으며 “썬앤문 그룹의 양평 골프장 매각과 동원캐피탈과의 관계, 썬앤문과 노 후보측과의 관계 등을 볼때 3자간에 커넥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회장이 고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청문회 증인으로 왔는데 경매가 예전에 끝난 골프장 인수 사건은 왜 자꾸 들추냐”며 항의했다.

*** 김경재, “서류 제출 않아 의혹 규명 실패, 검찰 수사 의뢰할 것” **

김 의원은 동원산업 50억 제공 의혹 외에도 김 회장과 노 대통령 사이의 친분을 드러내는 데 질의 시간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김 회장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김재철 회장의 저서에 감명을 받아 동북아 물류허브 구상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더라”며 노 대통령과 김 회장 사이의 인연을 강조하자 김 회장은 “김대중 전대통령도 휴가가실 때 그 책을 가져 가셨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여기에 지지 않고 김 회장이 ‘산자부 장관, 해수부 장관 물망에 올랐다’는 보도와 대통령 방미 시 동행한 사실을 들어 노 대통령과의 가까운 사이임을 적극 부각시켰다.

김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일일이 반박을 하려 했지만 기회를 갖지 못한 김 회장은 “청문회는 들을 ‘청’자에 들을 ‘문’자 써서 듣는 자리 아니냐”며 “김 의원이 질의한 만큼 나에게도 발언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가까스로 발언의 기회를 가진 김 회장은 “김 의원은 거짓 의혹제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오늘은 증거를 제시한다더니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김 의원은 “동원 측에서 본 의원이 요구한 서류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아 의혹을 서류상으로 증명해 내기 힘든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동원산업에서 관계 서류를 제공하는 대로 사실을 입증할 것이며 특검과 검찰에도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후일을 기약했다.

*** 홍준표, “총선후 6천억대 괴자금 밝히겠다” **

이어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자신이 제기한 1천3백억원대 괴자금 의혹과 관련해 양도성 예금증서를 발행한 하나은행과 키움닷컴증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했다.

홍 의원은 하나은행측에서 위조라고 확인한 CD 사본을 은행 관계자들에게 보여주며 “위조고 가짜라면 계좌번호와 할인채 금액과 만기일이 같은 자금이 존재하는데 위조범들이 어떻게 알았겠냐”라며 은행관계자들의 확인을 요구했다. 홍 의원은 “계좌에 1천3백억원의 자금은 존재한다”며 “이것은 위조 CD가 아니라 샘플 CD”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홍 의원이 고객번호라고 주장하는 9100.. 등의 번호는 고객번호가 아니다”(하나은행 부행장), “예금증서의 진위는 알 수 없고 키움닷컴과 하나은행의 거래는 2002년 4월 이후 총 2천 4백억뿐이며 당일 처리로 끝냈다”(키움닷컴증권 대표) 등의 발언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홍 의원은 관련 증인들이 CD의 존재여부에도 의문을 제기하자 “총선을 앞두고 허위 폭로를 했다고 하니 이쯤에서 접는다. 총선이 끝나면 자신이 입수한 제보를 토대로 6천억원대에 이르는 괴자금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호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