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와 구속 중인 서청원 전대표를 구하기 위한 집단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사덕 총무가 지난달 30일 서울 구치소에 수감 중인 서 전대표를 면회한 데 이어, 최병렬 대표도 1일 서 전대표와 만나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1일, 한 전대표와 서 전대표의 석방요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청원-한화갑 석방요구 결의안 추진**
홍사덕 총무는 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 전대표의 외롭고도 힘든 투쟁을 지켜보면서 현정권의 호남 죽이기 그리고 야당탄압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고 있다"며 민주당과의 협의를 전제로 "한화갑 전대표가 구속수감 될 경우, 지체하지 않고 석방동의안을 내서 공작정치를 분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홍 총무는 "서청원 전대표가 증거능력도 없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팩스 한 장으로 구속됐는데, 지난 몇 일간 자신의 방어를 위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일차로 수집해 이제 정리가 됐다"며 "임시국회가 소집되는 대로 당 법률지원단에 반증자료를 회부해서 검토하게 한 다음 석방요구 결의안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총무에 이어 최병렬 대표도 서 전대표를 면회한 직후 기자 간담회를 갖고,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 성토하며 한 전대표를 옹호했다.
최 대표는 이날 "한 전대표가 관련된 경선 자금은 노무현 대통령이나 정동영 당의장도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는데 한 전대표만 구속하는 것은 어디에 내놓아도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작태"라면서 "(서 전 대표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판정 못했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전대표와 서 전대표의 대처 양상이 다른 것에 대해 "예전까지는 다른 사건으로 봤다"고 밝혀 서 전대표에 대해서도 집단 행동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
최 대표는 서 전대표와의 면회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적으로 만나 한 얘기를 털어놓아야 하느냐"고 공개를 피했지만, 서 전대표의 혐의사실을 뒤엎을 만한 구체적 반증 자료들을 본인을 통해 직접 듣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이러한 자료를 신뢰한다고 밝힌 뒤, "서 전 대표의 경우 사건 성격이 '올 오어 넛싱(all or nothing)'"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범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한 것이 확인되면 지금까지의 태도에서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서 전대표에 대한 총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나라당 입장 변화 배경**
한나라당이 이처럼 한화갑 전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17대 총선에서의 '3자 구도 필승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선두를 달리면서 한나라당과의 양강구도로 고착되는 상황은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이 '호남 물갈이'로 대표되는 민주당 신주류와 구주류 사이의 갈등이 한화갑 전대표의 영장 집행 건에 단결된 모습을 보이며 상당 부분 봉합됐고, 김홍일, 정범구 의원이 복당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침체된 당내 분위기가 반전되자 한나라당에서 측면 지원을 통해 힘을 실어주고 나서는 형국이다.
이같은 상황은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청문회 공조 등을 통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서청원 전대표 구하기에 나선 것은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에서 1백80도 바뀐 태도다. 한나라당은 서 전대표가 소환된 26일엔 검찰의 공정 수사를 요구하는 대변인 논평만을 냈고, 서 전대표가 구속된 뒤에도 '사실관계 판단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당 일각에선 서 전대표의 구속을 공천 물갈이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서 전대표의 혐의 사실을 벗겨줄 만한 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 전대표의 측근인 박종희 의원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썬앤문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수사팀이 서 전 대표를 구속시키기 위해 서 전 대표에게 개인후원금을 제공했던 모 정보회사의 김모 사장을 불러 강압수사를 하며 `대선자금 명목으로 제공했다'는 허위진술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대선자금 유용'혐의를 덮어씌우려 했다"면서 "이를 입증하는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전대표를 잇따라 면담한 최 대표, 홍 총무도 서 전대표가 상당한 자료를 모았고, 이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연일 검찰수사의 불공정성을 주장해 왔던 한나라당은 당 법률지원단을 총동원해, 서 전대표의 무혐의 입증에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민, "한화갑과 서청원은 다르다"며 불쾌한 반응**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추진중인 '석방요구 결의안'의 통과는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법에는 '석방요구결의안'은 의원 20명 이상의 연서(蓮書)로 발의할 수 있으며 본회의에서 재적의원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에 따라 과반수인 1백47석의 의석을 가진 제1당 한나라당이 결의안을 추진할 경우 일단 숫자상으론 가결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민주당은 "한 전대표와 서 전대표의 경우는 다르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제안이고, 한화갑과 서청원 사건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실언"이라며 "개인적으로 들은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며, 한나라당은 좀더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석방요구 결의안을 제출한다는 것은 지금 논의할 사항도 아닐 뿐만 아니라, 마치 노루굴 아래서 노루털을 파는 일과 같은 것"이라며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국민들은 편의점에서 빵을 훔치고, 단돈 몇만원을 훔쳐도 법에 의해 처벌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몇억씩의 검은 돈을 받고도 처벌받지 말아야 한다는 그같은 논리가 어디 있는가"라며 "한나라당의 도덕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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