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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육탄저지로 한화갑 구속집행 실패

'한화갑 쇼크'로 김홍일 복당, 민주당 세 결집

검찰은 1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에 대한 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민주당측의 완강한 저지로 자정무렵까지 대치를 계속하다 실패했다. 2일 국회 회기 시작으로 현역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의 보호를 받게됨에 따라 검찰은 법원을 통해 한 전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키로 했다.

*** 민주, 영장집행 육탄저지 **

1일 오전 11시쯤 서울지검 특수2부 기원섭 수사2과장 등 관계자 20여명이 한 전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여의도 민주당 당사앞에 도착했다. 검찰이 당사 진입을 시도하자 기다리고 있던 당직자와 지지자 2백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민주당 현관 50미터 앞인 주차장 출입구부터 검찰 관계자들을 막아섰다.

이경현 서울중앙지검 수사3 과장은 당직자들에게 "민주당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적법 절차를 무시하는 거냐, 인정을 안하는 거냐. 일단은 당에 진입을 하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진입저지에 항의했다. 이에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법의 생명이 형평성인데, 형평성이 없으면 이게 폭력이나 깡패하고 똑같은 것"이라며 검찰을 막았다.

민주당은 검찰의 영장집행 시도를 육탄으로 저지하는 가운데 오후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네티즌 모임인 '파워민주' 발대식에 이어 '노무현 정권 민주당 죽이기 공작정치 및 신관권선거 규탄대회'를 열어 대여권 공세를 계속했다.

규탄대회에서 추미애 중앙상임위원은 "우리는 4년뒤 구속될 대통령을 모신 지지리도 복 없는 국민"이라며 "한 전대표가 받은 돈이 노 대통령이 받은 돈의 10분의 1을 넘는다면 지금 당장 한 전대표를 구속시켜도 좋다"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장전형 부대변인도 "4라운드 뛴 선수를 문제삼겠다면 16라운드 뛴 노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도 문제 삼아야 형평에 맞는 것 아니냐"며 노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자정까지 6차례 영장집행을 시도했으나 모두 저지당한 검찰은 최악의 경우 경찰병력 2개 중대 1백50여명을 투입해 영장을 집행할 계획까지 세웠으나, 민주당 관계자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막판에 취소했다.

2일부터 국회회기가 시작됨에따라 검찰은 한 전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영장집행 방해한 당직자 및 지지자들도 공무집행방해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김홍일, 탈당 12일만에 복당 **

민주당 관계자들이 검찰과 대치를 계속하던 1시경, 민주당 당사앞에는 검은 승용차 한대가 멈춰섰고 복당을 하러온 김홍일 의원이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에 서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홍일"을 연호하며 김 의원을 반겼고 당직자들 역시 반색을 하며 12일 만에 당으로 돌아온 김 의원을 맞았다.

김 의원은 복당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이 창당이후 최대 위기에 처한만큼 위기 극복에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김 의원은 또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을 때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통합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으나 최근 상황에서는 무엇이 옳은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한 전대표의 구속위기가 복당결심에 계기가 됐음을 시사했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이 김대중 전대통령을 찾아 복당 결심을 밝혔고 김 전대통령은 "네 일이니 네 소신대로 해라"며 탈당 결심을 알렸을 때와 다름없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김 의원의 복당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조순형 대표는 김 의원을 포옹하고 "김 의원은 민주당과 생사고락을 같이할 역사적 소명을 가지신 분"이라며 환영했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호남민심이 완전히 민주당으로 돌아서지 않겠느냐"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호남에서 지지율이 떨어지자 김홍일 의원의 복당을 추진해왔으며, 일부에서는 김 의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전국구 2번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 복당후 김의원의 거추가 주목된다.

*** 한화갑 사태, 호재일까 악재일까 **

한화갑 전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를 두고 민주당은 외부적으로는 '민주당 죽이기'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내지만 내부적으로는 '위기이자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 또한 숨길 수 없다.

우선 한 전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방침은 총선 70여일을 앞두고 민주당을 톱뉴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언론탓으로 돌리며 "언론이 한나라당-열린우리당 양강구도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던 민주당에게는 어쨌든 민주당 뉴스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요 며칠간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당의 주춧돌인 한 전대표의 구속위기는 당의 생존위기로까지 비쳐지며 당의 결집을 가져오기도 했다. 정범구, 김홍일 등 탈당의원들의 잇따라 복당했고 이는 와해 국면에 있었던 호남 지지층 재결집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당지도부는 기대하고 잇다. 지도부가 1일 상임중앙회의에서 3일 규탄대회를 광주에서 계획한 것도 이참에 텃밭 민심을 제대로 잡아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미 한화갑 죽이기를 민주당 죽이기로, 그리고 '호남 죽이기'로 연계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낡은 정치를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또 '한화갑 쇼크'는 민주당의 텃밭을 결집시킬 수도 있지만, 조순형 대표가 대구출마를 선언하며 겨냥한 '전국정당' 목표에서는 한층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비상시국에서 당 내의 결집도 반길 일만은 아니다. 물갈이, 인적쇄신 등으로 삐걱거리던 당의 균열이 일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을 뿐 갈등의 근원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의 결집을 이끌어 내는 이번 사태가 어떤식으로든 수습되고 난 후에는 총선이 임박해 '물갈이'의 적기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 한 전대표가 구속될 경우 균열을 봉합하기 위해 나설 만한 '큰손'이 없다는 점에서 이후 드러날 '물갈이 주체'와 '물갈이 대상'간의 균열은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후 국면을 타개해 나가는 조순형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의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처럼 '한화갑 쇼크'가 민주당에 쥐여준 기회가 또다른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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