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반기문 신임 외교부 장관이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반 장관은 19일 취임 인사차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해, 유엔사와 연합사를 포함한 용산기지 이전 동의안의 국회통과를 주문했지만, 최 대표는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없다면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맞섰다.
취임 인사차 의례적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은 드문 일로, 향후 용산기지 이전 동의안 국회통과 과정의 진통을 예고했다.
***논쟁 1. 자주외교론, 한ㆍ미관계**
반기문 신임장관의 예방을 받은 최 대표는 "한미관계에 대해 여러 얘기를 들은 바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운을 뗐다. 최 대표는 용산기지 문제에 대해 "청와대 내 젊은 사람 몇 명이서 11만평을 안준다고 버텨서 결국 이전하게 됐다"며 "청와대 안에서 상황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니냐"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최 대표는 "내 스스로는 친미라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으로 수도 한복판에 외국군대가 있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어느 국민이 좋아하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특수 상황 때문에 감내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 젊은 사람들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미군이 한반도를 완전히 떠나는 극단적 상황까지 올 수 있지 않나 싶다"며 거듭 NSC를 비판했다.
반 장관은 이에 대해 "한ㆍ미관계는 기본적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최 대표의 우려에 반박했다. 반 장관은 "대선기간과 그 이후에 한ㆍ미관계에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통령) 취임 초부터 상당히 노력해, 5월, 10월 정상회담과 이라크 파병 등으로 한ㆍ미관계가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NSC의 자주외교론으로 용산기지가 이전된 것이 아니냐는 최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이 진심으로 원하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하고 "▲미군의 기본전략이 바뀌어서 내려가도 아무 문제가 없고 ▲도심 한가운데 미군이 계속 잔류하면 대민 접촉시 불필요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지휘 통제체계로 인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저간의 사정은 우리도 다 챙겨보고 있지만, 외교부 장관의 말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럼즈펠드가 왔을 때 자신의 동정을 대외적으로 보완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들었는데, 가는 곳마다 데모대가 따라다녔다"며 "사람은 다 감정에 반응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반미감정이 용산기지 이전의 핵심요소였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솔직하게 말해서 대통령 주변에 궁극적으로 미군이 한반도를 떠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거듭 NSC를 비판했다.
***논쟁 2. 용산기지 이전은 안보에 위협적인가**
최 대표는 "2006년까지 미 2사단과 연합사ㆍ유엔사가 나갈 경우 그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 것이냐"며 외교부의 복안을 물었다.
반 장관은 "국방부에서 복안을 다 갖고 있고, 이 자리에서 내가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질문을 피한 뒤, "이전 동의안은 장기적으로 한ㆍ미관계에 도움이 되며,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한ㆍ미 관계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이전 동의안의 국회통과를 주문했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국회통과가 쉽지 않다"며 통과를 위해서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한 대응책 ▲미군의 특수전력 공백에 대한 대책 ▲병력 재배치 문제 ▲이에 대한 예산 마련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이러한 대책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서울과 비무장지대(DMZ)사이에 일어날 일이 걱정"이라고 안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반 장관은 "군 병력은 점차 계량화 정밀화 되어서 30~40km의 물리적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는 이미 이라크전에서 증명된 사실"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반 장관은 "미군이 최근 1백10억달러(약 13조원)를 3년 내에 투입하기로 했고, 작전 계획 등은 매년 업데이트 된다"고 용산기지 이전이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최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폴 월포위츠 미국방부 부장관은 2006년까지 1백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주한 미군 전력을 증강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논쟁 3. 용산기지 이전은 대외신인도 및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가**
최 대표는 "기업하는 사람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도 북쪽에 미군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반 장관은 이에 대해 "작년에 신용등급평가기관의 대표들과 협의한 바, 그들의 제 1관심사는 북한 핵문제였다"며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어차피 한미상호방위조약 틀 내에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며 "북한 핵 문제 등이 불거졌어도 대외신인도 등급이 1년간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에 최 대표는 "2006년이 돼, 미2사단 병력이 뒤로 빠지면 여러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군의 미2사단 만 4천여 명의 병력은 1단계로 올해부터 2년 동안 의정부와 동두천으로 집결한 뒤, 2006년부터 한강이남으로 내려가 2007년 완전이전할 예정이다.
반 장관은 "용산기지 이전문제는 이미 작년 5월에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이견이 없었다"며 "1단계 재배치는 우리 정부에서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고, 2단계 재배치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를 아주 면밀히 검토해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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