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당, 소장개혁파와 중도파 '연합' 추진

여론조사 통한 '호남 물갈이' 추진, 구파들 "당혹"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내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호남 물갈이'가 탄력을 받고 있다.

16일 추미애 중앙상임위원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호남 중진 의원들에게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방식을 수용하라”고 촉구하자 한화갑, 강운태, 김경재 등 '중도파'로 분류되는 호남의원 9명이 여론조사 공천방식 수용을 전격 발표해 여론조사를 통한 ‘물갈이’에 호응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가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민주당 회생을 위해 중도파를 이끌고 있는 한화갑 의원이 본격적으로 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며,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추미애, “개혁 흐름을 거부하면 특단의 대책” **

여론조사를 통한 '호남 물갈이' 포문을 앞장 서 연 것은 당내 소장개혁파를 대표하는 추미애 상임위원이었다.

추미애 위원은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호남중진 의원들에게 “공천혁명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추 위원은 ‘공천혁명’의 방식은 "여론조사 방식이 타당성이 있는 방안"이라며 "(호남 중진들이)스스로 결정하는 게 가장 좋지만 끝내 변화와 개혁 의 흐름을 거부할 경우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중진들을 압박했다. 추 위원은 “단계적으로 밟을 특단의 대책 내용은 이름을 거명하면서 나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추 위원은 "박씨 성을 갖고 있는 분이 지역구에 유씨나 신씨가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안 된다고 주장한다는데 박씨 성을 갖고 여러 번 국회의원을 했는데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납득이 안 간다"며 우회적으로 박상천 전대표를 거명하기도 했다.

추 위원은 또 "대표가 마지막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며 조순형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추 위원은 “내용 있는 개혁을 할 때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다. 단순히 장식적 이미지만을 위한 선대위원장은 맡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 중도파 의원 9명, 소장파와 연합전선 구축**

추 위원의 주장에 대해 곧바로 중도파 의원들이 힘을 실어 주어, 당내 소장개혁파와 중도파의 연합전선이 구축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화갑, 김경재, 이낙연, 이정일, 강운태, 김상현, 전갑길, 김효석, 정철기 등 호남지역 중도파 의원 9명은 이날“신인들이 선호하는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 수용"을 선언했다.

9명의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구당 위원장으로서 가졌던 지구당 조직의 기득권과 프리미엄을 버리고 지역유권자들의 손에 공천을 맡기는 여론조사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또 "이렇게 하는 것이 공천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한다고 믿기 때문"이라며“자신들의 결단이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의 공천개혁, 정치개혁에 작은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밝혀 ‘공천개혁’을 원하는 기류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역의원들과 경선에서 붙게 되는 민주당 원외 영입인사들도 현역의원들의 결정을 반겼다.

구해우(광주동구.현역의원 김경천), 박준영(장흥.영암, 김옥두), 정은섭(여수,김충조), 조순용(순천,김경재), 최인기(나주,배기운) 등 영입인사 5명은 “광주,전남 의원들의 공천혁명 선언에 전폭적인 지지와 찬사를 보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 구파 의원들은 머뭇머뭇 **

그러나 추 위원이 거명한 박상천(전남 고흥 4선) 전대표를 비롯, 정균환(전북 고창-부안 4선), 이협(전북 익산 4선), 김충조(전남 여수 4선), 김옥두(전남 장흥-영암 3선), 김경천(광주 동 초선), 배기운(전남 나주 초선) 의원 등 당내 '구파'로 분류되는 호남 의원들은 한명도 동참하지 않아 분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지구당 상무위원회에서 정하는 방식으로 경선을 치루겠다”고 밝혀왔다.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는 당내 경선방법은 지구당 상무위원회가 여론조사, 당원경선, 국민참여경선 중 택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선에서 현역의원들과 맞붙어야하는 정치신인들은 “지구당 상무위원회는 기존 지구당 위원장 손안에 있어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경선방법을 선택할 것”이라며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이에 호남지역 구파들은 여론조사 방식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유권자에게 직접 평가받는 방식인 여론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 노골적으로 반발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전당대회에서 참패한 뒤 권토중래를 모색해온 한화갑 계보가 본격적으로 추미애 위원 등 당내 소장개혁파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함에 따라 이들 호남 구파들은 한층 고립무원의 궁지로 몰리는 양상이다.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방식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고를 수 있고,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 중앙당에서 임의적으로 공천심사를 했던 이전의 ‘밀실공천’보다 진일보한 ‘공천혁명’으로 민주당내에서 평가받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공천이 대세가 될 경우, 제도를 통한 자연스러운 ‘물갈이’까지 가능해 ‘여론조사 수용’이 민주당내에서 위기 돌파책으로 폭넓게 확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