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물갈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의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여론의 호응을 얻으면서 다른 당의 ‘물갈이’에도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다.
7일 한나라당 김동욱, 목요상 등 중진 의원들이 속속 불출마 의사를 표했다. 민주당에서는 전국구 장태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호남중진과 비리의원-철새정치인 숙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도 이에 대응해 정대철-송영진-천용택 등 문제 의원들의 징계를 검토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 불출마 도미노**
한나라당에는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6일 오세훈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7일 초선인 이주영 의원도 경남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4-5선의 중진 의원들도 연이어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주영(경남 창원을) 의원은 김혁규 전지사의 사퇴로 공석인 경남지사 보선출마를 위해 17대 총선 불출마를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 측근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는 않았고 무게가 실린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그러면서도“김혁규 전지사의 탈당이후, 이 의원이 지사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지역 여론이 많았다”며 “따라서 갑작스런 상황변화로 이렇게 된 것”이라고 김혁규 전지사의 사퇴로 경남지사에 도전하게 된 것임을 밝혔다. 그는 “오세훈 의원의 불출마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정계은퇴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이 의원은 9일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인 김동욱(경남 통영.고성), 목요상(경기 동두천.양주) 의원도 17대 총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4선의 목 의원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고, 현실 정치에서 개혁의 바람이 부는데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차라리 시대의 흐름에 따라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선배의 도리가 아닌가 고심하고 있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목 의원은 이날 양정규 의원 등 중진들과 만나 거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4선의 김동욱 의원도 “불출마 결심이 섰으나 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무책임하게 내던질 수 없어서 선언만 미루고 있다”며 “당 내분이 수습돼 가는 것을 보고 불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위의장과 원내총무를 역임한 5선의 정창화(경북 군위.의성) 의원도 “현재 거취문제를 고심하고 있으나 후진들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며칠간 더 숙고한 뒤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불출마 의사를 시사했다.
이 밖에도 최 대표가 전국구 의원을 전원 신인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신영균, 강창성, 서정화, 이연숙 윤여준 등 전국구 의원 5명도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불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경우 한나라당에서 17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관용 의장을 포함하면 지역구 16명과 전국구 5명으로 총 21명이다.
여기에다가 방탄국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체포영장 재청구가 예상되는 최돈웅의원을 비롯해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박명환-박재욱-박주천,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되는 김영일의원 등 공천탈락이 확실시되는 비리혐의 의원들까지 합하면 자의타의로 불출마 선언에 합류할 의원숫자는 최소한 3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 민주당 호남 중진, 결단의 시간 **
한나라당의 영남중진들과 더불어 당내에서 용퇴압력을 받고 있는 민주당의 호남중진 가운데에서 전국구 장태완 의원이 7일 민주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이날“당 안팎에서 물갈이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고령인 내가 후진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16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정계에서 은퇴할 것”을 밝혔다. 장 의원은 불출마 선언과 함께 “오늘 당장 상임고문직도 사퇴한다”고 밝혀 정계은퇴 의지를 확실히 했다.
그동안 호남중진 용퇴론에 강력반발해온 김경재 상임중앙위원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어 6일 호남중진모임을 예정했으나 소집이 되지 않았고 10일쯤 다시 모아볼 것”이라고 밝혀 호남 중진들 가운데 자진 용퇴 움직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은 이어 “한나라당에도 파천황적인 환골탈태 노력이 이어지는데 민주당에 육자배기 가락 하나 나오지 않아서야 되겠냐”며 “시작은 장태완 의원 하나로 미미했지만 그 결과는 창대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 있을 대폭 물갈이 조짐을 예고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들 호남중진외에 방탄국회로 체포를 모면한 박주선-이훈평 의원 및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김운용 의원 등 당내 부패혐의 정치인 등에 대해서도 총선 불출마선언을 압박하고 있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은 적잖은 전망이다.
*** 열린우리당, 비리연루 의원 징계방안 검토 **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인적쇄신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열린우리당에서도 비리연루 인사들의 징계 문제를 본격 공론했다.
비리연루 의원에 대한 불출마 공론화를 가장 먼저 제기했던 이는 당의장 경선에 출마한 김정길 후보였으나, 7일에는 여러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굿모닝시티 비리의혹에 연루된 정대철, 카지노 도박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진, 군납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천용택 의원등 3명에 대한 용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8일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윤리위원회를 구성, 징계문제를 검토하고 징계방안으로는 공천배제, 출당 금지 등 사실상 총선 출마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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