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네거리 교보문고 옆 도로에 세워져 있던 '효순이·미선이' 추모 촛불기념비가 종로구청에 의해 2일 오전 기습 철거됐다. 종로구청은 이날 오전 8시께 작업에 나서 광화문 교보문교 앞 인도에 세워진 촛불기념비를 철거해 이를 청운동 불법설치물 보관창고로 옮겼다.
정식명칭이 '자주·평화 촛불기념비'인 이 기념비는 여중생범대위가 효순이와 미선이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지난해 6월 13일 설치한 화강암 재질의 조형물로 자주와 평화를 상징하는 촛불과 비둘기로 형상화돼 있다. 기념비는 불법 구조물 논란과 함께 지난해 7월11일에는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어 같은 달 26일 처음의 두 배 크기(가로95㎝, 세로55㎝, 높이195㎝)로 다시 세워졌었다.
종로구청 도로교통과 관계자는 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기념비는 도로법 40조와 동법 47조에 의해 도로점유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구조물로 종로구청은 지난 6개월동안 자진 철거를 요구했으나 범대위 측이 응하지 않아 철거하게 됐다"며 "이 기념비를 철거하지 않으면 다른 단체에서 불법구조물을 또다시 세울 경우 허가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철거배경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후 범대위 측이 구청을 방문해 기념비 반환을 요구했으나 법을 위반했음을 인정하는 소정의 양식 작성과 과태료 납부를 거부함으로써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중생 범대위측은 2일 "사전에 종로구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며 "새해 벽두에 들어서자 마자 자행한 기념비철거는 자주와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이며 다시 기념비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중생 범대위는 각계각층 1천2백30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서울시에 촛불기념비 보존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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