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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예산안은 통과, FTA는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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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예산안은 통과, FTA는 무산

총선 의식한 선심성 예산 대폭 증가, 민생예산은 삭감

30일 2003년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2004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예산안은 1백18조3천억 규모로 정부 편성 예산안보다 8천억원이 증액됐다.

하지만 같은 날 국회 본회의 처리 예정이었던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은 농촌출신 의원들의 강한 반발로 의결이 보류됐다. 박관용 국회 의장은 "1월 7,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다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농촌출신 의원들은 "DDA(도하개발어젠다) 완료시점인 2004년말까지 비준동의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2004년에도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 새해 예산안 1백18조3천억원 **

이날 국회통과로 새해 예산안은 1백18조3천억원으로 확정됐다. 국회는 30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재적 2백71명 중 1백69명이 표결에 참가, 찬성 1백67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보다 8천억원이 많은 규모다. 국회가 통과시킨 예산안이 정부안에서 증액된 경우는 지난 7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요 증액사업(일반+특별회계 기준)은 ▲농어촌지원 7천5백41억원(FTA 관련 목적예비비 5천8백42억원 포함) ▲사회간접자본(SOC) 3천3백97억원 ▲국방 2천7백44억원(이라크 파병 2천억원 포함) ▲산업.중소기업 2천3백58억원 ▲태풍 매미 피해복구 지방비 지원 1천억원 ▲기타 1천2백66억원 등이다.

보훈기금 등 45개 기금의 내년 운용규모는 2백37조6천7백10억원으로 정부안보다 4천1백98억원 증가했다

국회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비해 책정된 농어촌 지원비 6천3백18억원 가운데 핵심사업비 5천8백42억원에 대해 관련법안 통과시 사용할 수 있는 목적예비비로 책정했다. 목적예비비는 대상산업을 한정해서 관련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예비비다.

*** 박종근, 지역구 챙기기 예산 증액 **

총선을 앞둔 의원들이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대폭 배정한 것도 새해 예산안 증액 요인으로 작용했다.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의 일환으로 지방도로와 국도 건설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크게 증가된 것이다.

예산조정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대구 달서갑)도 새해 예산안에 지역구 사업을 위한 무리한 증액을 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정부는 애초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건립에 들어갈 과학기술부 예산으로 10억원을 책정했지만 박 의원은 이를 1백90억이 늘어난 2백억원으로 책정해 통과시켰다. 또한 정부안에는 없었던 대구 달서도서관 건립비용으로 5억원을 책정했고, 대구 성서경찰서 건축면적을 늘리기 위한 예산도 17억원을 증액했다.

아울러 여대생 취업지도지원 예산 3억원, 인권단체 지원예산 5천만원 등 민생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도 국회예산은 의정활동지원비, 여야 3당 정책위의장 지원비 등 33개 항목에 걸쳐 2백35억원을 증액해 '제밥 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 FTA비준동의안 의결 보류 **

하지만 FTA는 농촌출신 의원들이 강력한 저지로 본회의에 상정만 된 채, 의결이 보류됐다.

당초 박관용 의장은 비준동의안 상정 전에 각 당 총무들과 한 번 더 의견 조율을 거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의장은 FTA 비준 동의안과 FTA 이행 특별법을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박 의장이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고 조웅규 한나라당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간사가 의안 보고를 시작하자마자 농촌 의원 30여명이 의장석으로 몰려갔다. 박 의장은 "발언 중에 왜 그러냐, 개별적으로 상대 안하겠다. 당당하지 못하게 왜 그러냐"며 "의원들에게 일단 들어가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의원들은 항의를 계속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도 "한나라당이 농민의 피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피눈물을 터트려서야 되겠냐", "대통령이 먼저 국민들을 설득시켜라"며 비준동의안 상정에 거세게 항의했다.

의원들의 저지로 회의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박 의장은 "일단 돌아 들어가라"며 의원들을 진정시키고 각 당 총무들을 불렀다. 박 의장과 총무들이 의견 조율을 하는 와중에도 김옥두, 이정일, 이협 등 농촌출신 의원들은 의장과 총무들을 둘러싸고 계속 압박했다. 총무 사이에서 "무기명 투표를 하자"는 말이 나오자 정진석 의원은 "법적 절차를 따라야지 어디 무기명 운운하냐"며 총무들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총무들과 상의 후 박 의장은 "의사일정 31항 한-칠레 FTA 비준 동의안, 32항 농어민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법, 33항 농어촌 지역개발촉진 특별법안 등 3개 법안 의결을 유보한다"고 선언했다. 몇몇 도시출신 의원들이 의결보류에 대해 자리에서 항의 표시를 했지만 격렬하지는 않았다.

박 의장은 "예산안을 확정하려면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에서 FTA 관련 지원금을 빼고 다시 심의해야 한다"며 30분 정회를 선포했다.

*** 박 의장"회기내 처리", 농촌의원 "2004년 말 처리" **

정회 직후 회의장을 나온 박관용 의장은 "본회의가 1월 7,8일 이틀 남았으니 이 사이에 총무 만나서 해결하겠다"며 임시국회 회기 내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오늘 예산안 처리에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농촌출신 의원들은 우선 비준 동의안이 의결 보류 된 데는 만족하면서도 2004년 말까지 FTA 비준 동의는 어림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이정일 의원은 "2004년 말까지 농촌의원들이 뭉쳐 FTA 비준 동의를 막아낼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비쳤다.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도 "농촌의원들의 요구는 선설득, 후 처리가 원칙이며 DDA가 발효되는 2004년 말까지 국회비준을 연기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 한나라당, 민주당 당론 못 정하고 회의 참석 **

본회의 전, 3당이 연 본회의에서부터 FTA 처리 난항의 기미는 관측됐다. 열린우리당 만이 비준안 통과 당론을 확정했을 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농촌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뚜렷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본회의에 임했다.

한나라당 정창화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농촌의원이 몇 없어서 모두 찬성하는 것 같은데 민주당은 권고적 반대라고 들었고 한나라당은 당론이 없다"며 "농촌 의원의 요구는 당론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처리를 연장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30일 본회의 이전 의총을 열어 한-칠레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킨다는 당론을 정했다. 김근태 의원은 의총 모두 발언에서 "열린우리당은 47명 전원의 이름으로 FTA를 통과시킬 것"이라며 FTA 비준 찬성을 당론으로 정할 것을 주장했다. 의총 후 김부겸 원내 부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열린우리당은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로부터 열린우리당 의원 47명과 한나라당 의원 8명이 함께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청하자는 제의를 받았다"며 의장에게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구할 것을 제의했다. 국회법상 국회 재적의원의 5분의 1이 요구하면 의장은 표결을 무기명으로 할 수 있다. 이에 농촌출신 의원들은 무기명 투표를 할 경우 표가 분산될 것을 우려해 강력히 반발했다.

한나라당 이규택, 신경식, 민주당 한화갑, 김옥두, 이정일 등 농촌의원들은 본회의 전 국회의장을 방문, 박관용 의장에게 FTA 비준안을 상정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농촌의원들은 의장 접견실에서 1시간 여간 박 의장은 설득했지만 박 의장은 의원들의 요구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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