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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무슨 민생국회?", 예결위 공전 열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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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무슨 민생국회?", 예결위 공전 열흘째

이윤수-박종근, '책임 떠넘기기'로 새해 예산 못쓸 판

국회예결위가 계수조정소위원회 구성문제로 예산안 심사도 하지 못한 채 열흘째 공전하고 있다. 새 회계연도 개시일까지 2주 남짓 남은 시점에서 예결위가 공전하자 일각에서는 준예산안 편성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예산안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18일 예결위 위원들은 예결위 공전 책임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오전 국회기자실에서는 이윤수 예결특위위원장과 열린우리당 간사인 이강래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예산안 심사 지체로 파상되는 모든 문제는 한나라당 책임"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몇 시간 후, 한나라당 예결특위위원장인 박종근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윤수 위원장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 이윤수, “특정인 감투 씌워주려고 나라살림 외면” **

이윤수 위원장은 "한나라당은 준예산 제도운영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하면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의한 제안을 거부하고 나라살림을 외면하고 있다"며 예결위 공전의 모든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했다.

17일 예결위 정상화를 위해 3당 간사들은 소위원회를 9명으로 구성하고 26일까지 예산심의를 마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한구 간사가 ‘소위 위원회의 운영은 간사간 합의에 의한다’는 구절을 문제 삼고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않음으로 예결위 정상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 위원장은 `소위원회의 운영은 간사 간 합의에 의한다'는 구절을 합의문에 넣게 된 이유에 대해서 "박종근 의원이 과거 소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독단적인 회의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국회 관행에 따른 사항을 원칙적으로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소위원회에 자민련 의원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특검법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자민련 사이에 모종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소위원회 위원자리를 두고 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정치적인 사정을 고려해야한다면 위원수가 결코 걸림돌이 아니다"고 말해 자민련 의원을 소위원회 구성에 포함시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도 “예결위에서 한나라당이 56명 중에 27명으로 반이 넘어 우리 쪽에서 아무리 해봐야 뭘 결정할 수가 없다”며 ‘한나라당 책임론’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예산소위위원장을 박종근 위원장이 두 번이나 한 적이 있는데 예를 들면 단상에 자기가 의사진행을 하면서 질문을 한다든지, 3당 간사가 합의를 해온 것을 전부 파기한다든지 등의 행동으로 자꾸 충돌이 생겼다”며 예결위 공전은 “한나라당이 어느 특정인 하나를 감투를 씌우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소위원회에 자민련 의원을 포함시키는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도 자민련을 넣고 싶고 지금이라도 넣을 수가 있다”면서도 “열린우리당이 심하게 반대를 한다”고 말해 책임을 슬쩍 열린우리당 쪽으로 넘겼다.

***박종근, “이윤수가 월권 행사, 예결위 공정 사태의 장본인” **

예결위 공전사태에 대해 이윤수 위원장이 한나라당을 강력히 비난한 지 몇 시간 후 한나라당 예결특위위원장인 박종근 의원과 한나라당 예결특위위원회는 이윤수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나라당은 “월권을 행사해 예결위를 파행으로 이끈 장본인인 이윤수 위원장이 오히려 모든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하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역공을 폈다.

박 의원은 “이윤수 위원장은 간사회의에서 특정인을 위원장으로 시켜야 하고 특정인은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간사 간 합의를 강압적으로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위원장의 선출은 전체회의 또는 소위원회의 선출절차에 의해서 총의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위원장이나 간사회의에서 지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한나라당은 위원장에게 독단적인 행위를 중지하고 전체회의를 소집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며 예결위 공전의 책임을 이윤수 위원장에게 미뤘다.

박 의원은 박 의원 자신에게 감투를 씌워 주려고 한나라당이 예결위 파행까지 감수하고 있다는 이윤수 예결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특정인에 대해 근거 없는 중상모략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 해명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며 말문을 닫았다.

*** 준예산편성 방안 검토 **

예결특위는 소위원회 구성을 두고 티격태격하느라 이미 새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훌쩍 넘겨버린 상태. 법정시한 엄수는 차치하고서 연말까지라도 예산안 심의를 다 하려면 당장이라도 예결위를 소집해 밤낮으로 심의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18일 국회 예결위원장과 한나라당 예결위위원장이 공방을 벌임으로써 소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예결위 정상화의 길은 더욱 멀어졌다.

예결위에서 새해 예산안 편성이 계속 차질을 빚을 경우에는 지난해 예산에 준해 내년도 예산을 짜는 준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도 17일 “계속 합의가 안 되면 준예산편성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해 준예산편성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준예산은 예산회계법상 공무원기관운용비, 예산상 계속비, 법률상 지급의무가 있는 비용 등 3개 항목만을 지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를 제외한 항목의 지출은 전면 중단된다.

준예산 제도는 새 회계연도 개시일까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부와 공공시설 운영이 마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만 운영된다.

정부수립 이후 예산안이 가장 늦게 국회를 통과한 시점은 12월 27일, 새 회계연도 개시일까지 통과되지 못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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