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범국민정책협의회가 내놓은 지역구 의원수 축소 방안에 대해 3당은 각당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각각 '지역 대표성 약화'와 '현실상 어려움'을 이유로 의원 증원은 찬성하지만 지역구 축소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도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2백73명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이처럼 주요 정당들이 지역구 축소 방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고 통폐합될 지역구 의원들의 강한 반발 또한 예상돼, 지역구도를 깨고 각계 전문가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힌다는 취지로 제안된 정개협의 의원수 축소안이 정치권에 수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민주당 "지역대표 늘여야"**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박주선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개협이 발표한 정치개혁안 중 "지역구 의원축소에만 반대한다"는 당의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정개협의 안은 민주당이 이미 제의했던 정치개혁안과 90% 가까이 일치한다"면서도 정개협 안의 골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대표의원 축소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역대표를 10여명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2백99명으로 의원정수를 늘인다는 내용에는 찬성하지만 지역구를 28석이나 줄이는 데는 찬성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역구 의원은 인구 대표성도 지녀야 하지만 지역 대표성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개협 안을 따르자면 농어촌 지역구 대부분이 통폐합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정개협이 제안한대로 지역대표의원을 1백99명으로 줄이려면 한 지역구당 인구를 평균 26만명으로 유지해야 하나 이때 전남의 경우 13석인 지역구가 7석으로 6석이나 줄어 해당 지역구 의원이 지역 현안을 챙기기 어려워진다는 반론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안은 2백99명으로 증원시 인구증가분만큼 지역구 의원을 10여석 늘이고 나머지를 비례대표에 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직접선거가 헌법상의 원칙인데 간접선거로 선출되는 의원을 증원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저촉되는 것 아니겠냐"며 "선거연령이나 전국별 비례대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지역구 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민주당의 입장을 확실히 했다.
***우리당 "모두 수용하나 의원정수와 선거구제는 곤란"**
열린우리당 정동채 홍보위원장도 "우리당은 이미 정개협에 정치자금법에 관련된 내용은 전폭수용키로 했다"면서도 "선거구제와 의원정수에 대해서는 우리당안은 중대선거구제, 권역별비례대표제"라며 찬반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그러나 이평수 공보실장의 브리핑을 통해서는 "지역대표 1백99명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비쳤다.
***한나라, "임명하는 비례 증원은 정치 후퇴"**
한나라당 정개특위 간사인 이경재 의원은 "현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리자는 데에는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정수 증원 자체에 반대했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을 대폭 증원하는 데에도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것은 상향식 공천과 연관돼야 하는 것인데 지금 현실상 위에서 임명하는 비례가 늘어나는 것은 정치 개혁이 아니라 후퇴"라고 주장했다.
지역대표 의원수 축소외 다른 개혁안에는 수용할 입장을 밝히고 있는 다른 두당과 달리 한나라당은 '예비후보자 제도'나 선거연령 등 개혁안 내용에도 상당한 불만을 표했다.
이경재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은 3개월이면 충분한 것으로 안다"며 "신인이라도 지역구에서 공천이 될 정도면 충분히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고 너무 오래 선거운동하면 과열될 양상이 있다"고 밝혀 '예비후보자 제도'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추는데 대해서도 이 의원은 "요새 한나라당 20대 지지율이 높다"면서도 "지지도에 영향을 끼칠까 겁내는 것 아니라 19세면 고등학교 학생도 포함되는데 학생들이 너무 정치영향을 받을까봐 걱정하는 것"이라며 '20세 유지'라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조목조목 정개협의 안을 수용할 뜻이 없음을 밝힌 이 의원은 "아무래도 열린우리당이 정개협의 안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시민단체와 연계가 있는 것 같다"며 열린우리당과 정개협간 '사전조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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