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백47명이 용산기지 내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한강이남 이전을 막기 위한 국회차원의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사령부와 연합사령부 등 잔류부대용 터로 28만평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17만평을 주장하고 있어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용산기지 전체를 오산, 평택 이남지역으로 옮기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등 1백47명 의원, "미군요구대로 11만평 더 주자"**
한나라당 김용감, 박세환, 박원홍, 민주당 최명현, 자민련 김종호 의원 등 5명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를 사실상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기로 한 결정은 노무현대통령과 이 정권이 우리 안보와 한미동맹을 얼마나 소홀히 보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의원들은 "그 동안 사령부 이전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지켜왔던 우리 국방부가 태도를 돌변하여 '한반도 안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대변인 성명까지 발표한 것은 결국 대통령의 의지일 것"이라며 "대통령을 둘러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소위 자주파가 이제 우리 안보까지 뒤흔들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색깔론을 펼치기도 했다.
의원들은 "용산기지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의 한강이남 이전은 우리 방위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주한미군의 수도권 방위 기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며, "서울을 사실상의 안보 공백 상태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유엔사와 연합사의 이전은 단순히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해외 자본 철수와 투자 급감, 대외 신인도 하락 등 우리 경제에까지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결국 용산 땅 11만평의 수천, 수만 배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이라크 추가 파병까지 결정했다던 노무현 정부가 주한미군 이전 문제에 이처럼 안보불감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라크 추가 파병에 앞서 용산기지에 사령부가 잔류하도록 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나라당 1백 27명의 의원을 비롯해, 이날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민주당 박상천, 박상희, 유용태, 이윤수, 장재식, 장태완, 최명헌, 한화갑 의원과,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 자민련은 10명 전원이 서명했다.
***결의안, 미군의 협상능력만을 강화시키는 악수**
의원들의 이러한 주장은 외교협상장에서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4일 국방부는 미국의 연합사 한강이남 철수계획 통보를 발표했다가 몇 시간 뒤에 이를 번복하는 소동을 빚은 바 있다. 이날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연말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직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국방위원장은 "의원들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자유"라고 밝혔지만, "한국과 미국이 계속 협의해 나가야 할 사항이고,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아울러 미국측이 한국측의 17만평 부지 제공에 반대하면서 28만평을 요구하고 있는 정확한 이유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측이 주장하고 있는 28만평에는 단순히 유엔사나 연합사 부지만이 아니라 3백m짜리 골프연습장, 야구장, 축구장 등의 여러 오락시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이같은 시설이 이전을 하지 않고 남겨둘 정도로 필요불급한 시설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로서는 30억달러이상을 부담하며 주한미군 시설을 이전하면서도 용산에는 여전히 미군 편의시설을 비롯한 수십만 평의 땅이 남는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여러 요인을 따져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협상 과정에서 의원들의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간 협상에 약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영달, "유엔사와 연합사 이전은 안보에 큰 영향 없어"**
의원들이 주장하는 안보논리도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장영달 위원장은 "이라크 전쟁 때 미군의 지휘부가 어디에 있었나"고 반문한 뒤 "유엔사와 연합사의 한강이남 이전이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심리적인 문제다"라며 "양국 간의 협의에 따라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 역시 군사기술의 발달로 '인계철선'논리는 현대전에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수없이 밝힌 바 있다. 의원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오산, 평택 지역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 밖으로 벗어나, 미국이 신경을 덜 쓰게 된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유사시 사용할 미사일 등의 다른 공격 수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강 이북에는 미2사단이 주둔하고 있으며,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2006년 이후에도 여단병력이 교대로 의정부, 동두천 지역에 머물기로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 이들의 주장은 안보에 대한 과잉 우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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