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중앙의원 전체회의는 조순형 대표가 의사봉을 쥔 첫 중앙의원 전체회의였다. 그러나 첫 중앙의원 전체회의부터 "초선인 강운태 의원이 사무총장이 된 것은 조순형 대표를 만든 일등공신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조순형호'의 앞날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1등공신이라 사무총장 시켰다는 오해 풀어야"**
조 대표가 처음으로 의장석에 앉은 2일 중앙의원 전체회의에서 이윤수 의원은 "조 대표가 나라를 위한 충언을 많이 해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나도 쓴소리 좀 하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조순형 대표가 초선의원인 강운태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한 데 대해 "강 총장이 대표 당선의 1등공신이어서 총장이 됐다는 보도가 있는데 대선 후 공신, 역적을 따졌던 악몽이 떠오른다"며 "사무총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나를 도와준 1등 공신이라고 임명했다는 오해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어 "첫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해서 언론에 내부분란으로 비춰질까 걱정도 된다"면서도 "앞으로의 당직인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초선 총장 밑에서 재선, 3선 의원들이 당직을 맡으려 할지 우려된다"고 말해 강 총장 임명에 불만이 많았던 속내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조순형 대표는 "강 총장이 대표 경선에서 나를 지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한 관계로 인선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 대표는 "초선 의원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파격적이라 나도 고민했다"면서도 "평소에는 이런 파격 인사를 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 지도부가 총선 지도부라 그랬다"며 초선 의원을 총장으로 인선한 데 대한 의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그는 또 "경륜과 연륜은 존중돼야 하나, 지금은 워낙 위기상황이라서 그런 인사를 한 것이고 총선 후 전당대회에서 정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의 해명후 민주당내 최대계보를 이끌고 있는 한화갑 전 대표는 과거 DJ가 장재식 초선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전례를 들어 "파격적이었지만 경력상 가능했고 반응이 좋았다"며 조 대표의 강 총장 인선을 변호하고 나섰다.
한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공당 역할보다 계보 역할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는 당 공신력에 훼손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 강 총장 인선이 계보정치의 일환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한 전 대표는 또 "계보나 친,불친을 따지기 보다는 최고 당료들로 진용을 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강 총장이 백 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중앙의원 전체회의 후 강 총장은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 "나는 쓴소리가 아니라 단소리로 받아들였는데..."라며 "다 당이 잘 되자고 하는 소리 아니겠냐"며 유념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옆에 있던 이훈평 의원도 "지적은 괜찮은 지적이고 공감하는 부분도 있으나 강 총장이 비대위 간사도 했고 하니 전혀 엉뚱한 인물은 아니지 않나"라고 변호했다.
***원내대표 경선이 계보간 최대관심사**
'조순형호'가 맞닥뜨려야할 다음 암초는 다음주 중 치룰 예정인 당내 2인자인 원내대표 경선이다.
대표 경선과 마찬가지로 당 지도부를 마무리하기 위한 원내대표 경선에도 한화갑, 박상천 두 전 대표들의 적잖은 입김이 예상돼, 원내대표 경선구도에서 조 대표가 '균형잡기'를 잘 해야 조 대표의 공약인 '당내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 예상자로는 김상현, 이협, 유용태, 김경재, 설훈, 조성준 의원 등이 꼽히고 있으나 원내대표 출마자 개인의 자질보다는 전 대표들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한화갑 전 대표가 조순형 대표 체제의 '총무감'으로 꼽아온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은 원내대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추미애 위원 다음 '총무감'으로 꼽히며 상임위원을 사퇴하고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당내에 적합한 인물이 없어 추대가 된다면 모르지만 경선 구도가 형성될 경우 출마하지는 않겠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강운태 총장 역시 김 위원의 출마설에 대해 "당헌에는 (겸임이 안 된다는) 규정이 없으니 선관위가 정하기 나름이지만 겸임이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론이다"라고 말해 김 위원의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추미애, 김경재 위원의 원내대표 출마가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설훈, 조성준 의원을 염두에 둔듯한 '젊은 원내대표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박상천 전 대표는 "원내대표는 협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해 젊은 원내대표보다는 중진급 인사를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 전 대표 의원실에서도 "원내대표를 할 정도면 협상력이 있는 중진급은 돼야 하지 않겠냐"며 "그것은 박 전 대표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선의 얘기"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속해있는 정통모임은 1일 회동을 갖고 이협 의원과 유용태 의원 중 한 명을 원내대표 후보로 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이날 민주당 중앙의원 전체회의에서는 또 3일 본회의에서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안 재의결시 당론으로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운태 총장은 "찬성하자는 데 반대가 하나도 없었다"며 "민주당은 본회의 30분 전 중앙의원 전체회의를 열고 전원 본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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