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김영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발표한 이라크 파병 계획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파병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이라크에 가 있는 서희-제마 부대도 빼 와야 한다”는 김 의장의 주장은 ‘비전투병 파병이 우세’라는 말 외에 별다른 당론을 정하고 있지 않은 민주당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추후 민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 “미국은 더 이상 파병압력을 가하지 마라” **
김 의장은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 현재 이라크에서 전투지역과 비전투지역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천명할 정도로 이라크 상황이 악화됐다”면서 “이제 이라크에 안전지대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방부는 사실상 미군을 대신해 점령군의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지역을 담당할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며 정부에 파병결정 철회를 요청했다.
김 의장은 “국방부는 이라크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일정 군대를 보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이라크 안전을 책임질 이유가 어디 있고 여기에 누가 동의했냐”며 국방부의 파병 논리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그는“혼성부대를 보내놓고 나면 전투병을 또 보내자고 할 것”이라며 “파병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으로 현재 이라크에 있는 서희-제마 부대도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또“'지금 이라크에 필요한 것은 대대적 숫자의 전투병'이라는 허바드 주한 미대사의 발언이나 16일 방한 예정인 럼즈펠드 장관의 '아시아 주둔 미군의 변화 시사 발언' 등은 지금 상황에서는 압력일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파병은 주권 사항이며 대한민국 국군은 자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 대표는 형식논리에 얽매여” **
김 의장은 파병 비준안이 국회로 넘어올 때까지 당론을 정하지 않겠다는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는 지도부 중 한 사람인 김 의장이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파병문제를 놓고 지도부 내에서도 균열 조짐이 포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의장은 “나는 당 간부로서 일부 의원들의 돌출행동을 반대해온 사람이지만 파병을 막는 일은 정치인으로서 실존이 걸려있는 문제기에 어쩔 수 없이 독자적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돌출행동이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 행동이 당에 해가 된다면 정책위의장자리를 내 놓겠다”며 파병을 막기 위해 당직 사퇴도 불사할 뜻을 비쳤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 파병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박상천 대표가 형식 논리에 얽매여서 당론 정하는 것을 늦추고 있다”며 박 대표의 늦장을 비판했다. 그는 “이미 정부의 파병공론화가 끝나가는데 정부정책이 나온 후에 결정되는 당론은 의미가 없다”며 “뒷북이나 치는 정당이 어떻게 개혁하는 야당이 되겠냐”며 파병에 대한 당의 조속한 당론 결정을 촉구했다.
그는 “예전부터 민주당 내에 파병 자체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20명 가까이 있다”며 “상당수 의원들이 나와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얘기했고 오늘은 우선 문제제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밝혀 파병 반대를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행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같은 “당의 선명한 입장을 정하라”는 김 의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는 김 의장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비준안이 국회로 넘어온 후에라야 당론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김 의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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