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고소득 일자리는 크게 늘어난 것에 비해 중간층 일자리가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저소득 일자리도 크게 늘어 계층간 소득 양극화 현상이 한층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중심으로 최근 10년간(1993-2002) 창출된 일자리의 특성과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일자리 양극화 현상 뚜렷**
[그림 1] 일자리 10분위별 증감(전체 취업자 기준, 1993-2002)
임금 근로자와 고용주, 자영업자, 시급근로자, 무급가족 근로자 등 전체취업자(농업과 공공부문 제외)가 포함된 일자리 전체는 1천6백10만개에서 1천9백56만개로 21.5% 증가했다.
이 중 작년 말 현재 연간 소득이 1천6백만원 이상인 상위등급 일자리는 6백82만개로 지난 93년 4백81만개보다 41.6% 증가했고, 연간 소득이 2천3백50만원 이상인 일자리는 1백56만개에서 2백24만개로 42.9% 늘어났다.
매년 1천1백만원 이하를 버는 하위등급 직업도 5백8만개에서 6백27만개로 23.3% 증가했다.
이에 비해 중간등급인 연간 소득 1천1백만∼1천5백99만원 수준의 일자리는 6백46만개로 93년 6백9만개보다 불과 6.0%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시간당 소득 6천1백51원 이상과 6천1백50∼4천1백67원, 4천1백66원 이하를 각각 상위-중간-하위등급 일자리 구분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국세청 신고 수입기준으로 계산되어 소득이 누락된 데다 근로자 임금에는 성과급과 각종 수당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등급분류 소득기준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간층에서의 정규직 소멸과 저임금층에서의 비정규직화**
[그림 2] 일자리 10분위별 일자리 수 증감
조사결과 정규직은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고용의 안정성도 크게 약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 임금근로자는 93년의 6백42만명에서 작년말 6백29만명으로 2.0%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임금 근로자는 4백77만명에서 7백19만명으로 50.7%나 급증했다.
아울러 IMF사태후 대기업과 금융업, 공기업의 일자리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 대기업에서의 일자리 수 증감(임금근로자 기준, 1993-2002)
근로자 3백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작년 말 1백62만개로 97년 1백80만개보다 10.2% 줄었고 금융업의 일자리도 78만개에서 72만개로 7.87% 감소했다. 공기업 부문과 30대 대기업 집단의 일자리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각각 19.2%와 25.1% 줄었다.
전병유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방식이 소수의 양질의 일자리만 남기고 나머지 일자리는 털어버리는(shedding)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도 "최근 기업의 인사관리방식은 '핵심 영역외에는 모두 아웃소싱'이며 외환위기 이후 정부도 경영혁신을 추진한다며 단순노무직 등 주변부 일자리는 상당 부분 아웃소싱했다"고 말했다.
제조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다만 IT제조업의 경우 중위수준의 일자리 창출에 일정부문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 5] 제조업 일자리 수 증감
***사회서비스 부문은 일자리 증가**
전반적인 일자리의 감소속에 사회적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중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림 7] 사회서비스부문 일자리 수 증감
전병유 연구위원은 "중산층적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보수와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대기업, 금융업, 공기업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일자리도 감소하고 있는 데 비해 사회서비스 부문은 증가하고 있다" 며 "재화생산부문 및 대기업 일자리 소멸이 서비스업, 전문직 업종, 중소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로 대체되는 현상이 앞으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IT서비스업이나 공공부문, 보건의료복지 부문이 빠르게 증가하고 서비스, 전문직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동시에 여전히 도소매음식숙박업 및 개인서비스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증가하고 있고 서비스부문의 판매, 단순노무직 등의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
***빈곤층의 상당부분이 저임금 일자리에 퇴적**
전 위원은 "일자리의 양극화는 저소득 빈곤계층을 양산할 뿐 아니라 개인의 사회적 이동성의 기회를 제약하고 사회적 연대를 해친다"며 임금 외에 다른 형태의 차별과 양극화를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책적으로는 빈곤층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공되는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또 "고용구조는 시장 작동의 결과일 뿐 아니라 세제, 교육, 숙련형성제도, 고용계약 및 근로조건에 관한 규제, 최저임금제 등 다양한 정부정책의 결과"라며 "정부는 중간수준의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여 노동력의 사회적 유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임금계층에 대한 각종 소득보조정책(근로소득세 감면, 사회복지분담금 면제, 국민기초생활보장)이 노동시장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저소득 일자리 감소와 중간층 일자리 확대 유도)과 병행되지 않으면 노동빈민에게 소득보장을 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놓는 정부는 책임을 방기하는 것"**
전 위원은 "최저임금 수준의 현실화와 저소득 일자리의 공공부문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로의 전환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노동빈민에 대한 교육과 훈련'과 '일자리 유동성을 촉진하는 정책개발', '대기업의 교육훈련시스템 확대를 위한 획기적 지원 정책'을 들었다.
김유선 부소장도 "최근 비정규직의 증가나 임금소득불평등 확대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놓고 정부가 필요한 제도적 개입을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임금해소(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절실하다고"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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