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야 3당은 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총무회담을 갖고 지구당 폐지, 완전 선거공영제 등을 통한 전면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하면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가능성을 전향적으로 검토한 데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원내의석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른 논란이다.
***민주-자민련, "지역구도 완화 위해 중대선거구제 도입하자" **
이날 총무회담에서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자민련 김학원 총무는 노무현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책임총리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중대선거구제를 적극 검토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총무는 "총선을 대선거구에 가까운 중선거구제로 치르면 자연스럽게 지구당폐지가 이뤄지게 된다"며 각 당이 합의를 본 지구당 폐지와 선거구제 개편을 연계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돈이 적게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적극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민련 김학원 총무는 "한나라당 당론이 소선거구제인 만큼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려면 한나라당내의 의견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해 실제 선거구제 개편에 관한한 칼자루는 한나라당 손에 쥐여 있음을 시사했다.
*** 오락가락 한나라당 **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회담후 한나라당 당론이 중대선거구제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당내 논란을 빚었다.
홍 총무는 회담후 기자들과 만나 "정 총무와 김 총무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완전선거공영제 및 지구당 폐지와 함께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며 "한나라당에도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비쳐 한나라당의 당론 변경에 대해 다른 당들의 기대감을 키웠었다.
그러나 홍 총무는 자신의 발언이 마치 중대선거구에 합의한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되며 당내 중진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이날 밤 합의해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4일 기자회견을 가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선거가 코앞에 와 있는데 어느 정당 책임자가 유리한 방식을 두고 불리한 방식을 선택하겠느냐”고 말해 중대선거구제가 고려 대상이 아님을 밝혔다.
이재오 사무총장도 5일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당론은 소선거구제이며, 17대 총선과 관련해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고 당 차원에서 재론될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어 홍사덕 총무 발언에 대해서도 "(개인 차원에서) 백가쟁명식으로 논의는 할 수 있으나 17대 총선까지 당 차원의 개헌 논의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중대선거구제와 책임총리제 도입이 당론인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과 대선자금 특검법을 연계시켜 협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빅딜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대환영**
한편 열린우리당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지역구도 타파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할 경우 신(新) 4당체제하에서 호남은 민주당과 우리당 또는 무소속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며, 영남에서 한나라당의 독주체제를 견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양수 사무처장은 5일 "중대선거구제는 지역감정을 종식시키는 마지막 제도"라며 "소선거구제 기준으로 현재 영남의석 65석중 상당수를 우리당이 확보해 영남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사무처장은 "한나라당내 영남 중진세력들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반대할 것이다"며 "한나라당내 개혁주도세력이 없고, 민주당도 호남 아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역구도 완화를 위해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책임총리제를 시행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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