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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 뒷전, 마음은 '콩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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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 뒷전, 마음은 '콩밭'에

<대정부질문>의원들, 경제현안 외면하고 '총선용 민원'만

22일 이틀째 계속된 경제관련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지역구를 의식한 의원들의 민원성 질의가 이어져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자기 지역구 챙기기가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민원성 질의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정작 중요한 경제 현안들은 건성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적잖이 목격됐다.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현안을 제기하는 것이 전혀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으나, 부동산 문제나 한-칠레, 한일 FTA를 비롯해 신빈곤층, 청년실업, 신용불량자 문제 등 민생과 관련한 굵직굵직한 주제들은 등한시 하는 태도와는 크게 대조됐다.

***지역 현안 문제로 ‘떼쓰기’**

대구 중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은 30분으로 정해진 질문시간의 대부분을 대구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조성, 지방 지하철 부채 경감, 고속철도 대구 도심 통과 방안 등 지역현안을 다루는 데 할애했다.

백 의원은 고건 총리를 상대로 “대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테크노폴리스 사업 예산이 전액삭감된 것은 시급한 대구 경제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대구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를 국가산업단지로 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에게는 “지하철 부채가 지방재정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지방 지하철 부채 탕감 예산이 내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백 의원은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에게도 지하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경부고속철도의 대구도심 통과 방안을 “5.8km 병행 지하화 방향으로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최 장관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대구시 의견 자체가 지하를 선호하는 식으로 나와있으니 대구 시의 의견을 모아 달라”고 답변하자, 백 의원은 “장관한테 올라간 보고가 잘못된 것으로 기술적 문제는 없으니 선택은 5.8km 병행 지하화로 해달라”며 확답을 얻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균형개발’ 고무줄 잣대**

한나라당 정문화 의원도 ‘국가의 균형 개발’이 아니라 지역구가 있는 부산과 수도권 간의 균형개발에만 치중한 질문을 했다.

정 의원은 고 총리에게 “부산 모터쇼의 2005년 개최를 고양 한국국제전시장 개관 기념으로 열리는 서울 모터쇼와 중복을 피하기 위해 2006년으로 미룬 것이 균형발전 기조와 맞는다고 생각하냐”며 “최근 성공적으로 치룬 행사니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도록 놔두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 총리는 “한국자동차협동조합이 주최하는 행사이므로 정부가 미룬 것이 아니고 민간 주최자와 지자체간 협의 하에 중복을 피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정 의원은 또 2005년 우리나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 유치 신청에 대해서 “각종 국제회의 70%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APEC은 지방 도시 중 인프라와 경쟁력을 가진 도시에서 열려야 한다”고 부산 유치를 주장했다.

이는 지난 9월 APEC 부산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킨 부산시의 움직임과 연계된 발언으로 비쳐졌다.

반면 기획예산처가 부산, 울산, 경남을 축으로 하는 동남권 클러스터 관련 예산 7백억원을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을 들어 완전 삭감한 데 대해서는 “잘 되고 있는 지역에 먼저 지원해야 다른 지역 클러스터도 잘 될 것 아니냐”며 이전까지 국가균형개발을 주장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역 이기주의 각양각색**

지역구의 특정 현안을 내세운 의원들의 요구는 이외에도 각양각색이었다.

인천이 지역구인 민주당 조한천 의원은 정부의 동북아물류중심기지건설 계획과 관련, “2004년 국고보조사업 심의 결과에 따르면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 건설과 관련해 신청한 1천억원의 예산 중 2백억원만 반영됐다”며 “차질 없는 각종 인프라 조성을 위해서 예산 당국의 능동적인 예산편성의 노력”을 요청했다.

마산 합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은 “부산, 경남지역 신항만의 성공적인 건설과 원활한 지원을 위해 신항의 배후 물류기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마산항과 같은 주변 물류기지가 조성돼야 경제특구가 성공할 수 있다”며 마산항 개발과 관련한 해양수산부의 계획을 추궁했다.

경기도 시흥 출신 민주당 박병윤 의원은 “인천공항과 부산-광양항을 물류중심지로 연계하면 물류중심기지가 아니라 물류 분산기지가 되고 만다”며 인천공항과 연계된 수도권 신항만 건설을 주장했다.

박 의원이 최적의 물류중심기지로 영종도 공항과 평택항을 잇는 경기만 일대를 제시한 것은 내년 상반기까지 평택항을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 선정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의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다.

한 마디로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민생은 뒷전인 채 마음은 내년총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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