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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들, 베트남전이 재연되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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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들, 베트남전이 재연되고 있는 게 아닌가?"

고위 퇴역장군ㆍ민주당, 부시 이라크정책 맹공

이라크문제의 독자 처리를 고집해 왔던 부시행정부가 이번 주 기존 방침을 바꿔 유엔과 동맹국 등에 병력 및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부시행정부의 이라크정책에 대한 미 국내의 비판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내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후보들의 첫번째 공식토론회에서 8명의 후보들이 일치단결해 부시의 이라크정책을 맹공하는가 하면, 지난 대선에서 부시 지지자였으며 중부군 사령관ㆍ중동 특사 등을 역임한 고위 퇴역 장군이 현직 미군 장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부시를 통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는 한마디로 부시의 이라크정책에 대한 성토장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6번으로 예정된 공식토론회 중 첫번째인 이날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무역문제나 건강보험, 세금삭감 등에 관해서는 심각한 의견차이를 보였으나 단 하나 이라크문제에 관해서는 일치단결해 부시를 공격했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주제도 이라크문제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이번 주 기존 정책을 변경, 유엔에 지원을 요청키로 결정함으로써 전쟁 자체에 대해 찬반 입장으로 갈렸던 후보들이 그 동안의 이견을 접고 무려 30분동안이나 부시를 맹공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부시행정부가 무모한 이라크 정벌로 미국의 인명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으며, 국제협조를 무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다는 것. 따라서 후보들은 모두 자신이 대선 후보로 결정된다면 보다 다자주의적 접근을 미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후보 중 한 사람인 리차드 게파트 하원의원(미주리주)은 "현 대통령은 한심한 실패작"이라며 "이렇다 할 계획도 없이, 국제사회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현재와 같은 상황에 빠져들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후보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 주지사는 이제 부시는 "자신이 모욕을 가했던 바로 그 사람들, 즉 우리의 동맹국들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해야만 할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건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존 커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부시의 오만방자함으로 건전한 정책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꼬았다. 그는 "부시는 외교에서 실패했다. 그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전쟁에 뛰어들었으며 이제 그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전쟁 지지파인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코네티컷주)은 후세인 제거 후 이라크를 안정시킬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부시의 실책이며 이 때문에 미군은 전례없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미군 증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적인 민주당 후보들의 공격보다도 부시 대통령에게 더 뼈아픈 것은 앤서니 지니 전 중부군 사령관의 비판이었다. 장교들의 모임인 미 해군연구소와 해병협회가 이날 워싱턴 근교에서 공동 주최한 이날 연설에서 지니 장군은 미 해군 및 해병 장교 수백명을 향해 현 정부의 전후 이라크정책은 일관된 전략도, 진지한 계획도, 충분한 자원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통박했다.

지니 장군은 이번 이라크전쟁을 총지휘한 토미 프랭크스 장군에 앞서 중부군을 이끌었으며 퇴역 후에는 중동특사를 역임했고 현재도 반테러정책 등과 관련해 미 국무부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 후보를 공식 지지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부시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기간중 부시 후보가 클린턴행정부에 대해 원칙없는 해외개입으로 미 군부에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바로 지금 부시와 체니가 그런 식으로 미군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니 장군은 이어 "(이라크에서)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전략도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실패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60-70년대 미군의 베트남전 개입의 교훈을 상기시키면서 "제군들, 우리의 정서와 감수성은 베트남 전장에서 형성됐다. 쓰레기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그 속에서 우리 미군은 희생됐다. 제군들에게 묻는다. 그런 일이 지금 또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니 장군은 보병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 중상을 입은 바 있다.

지니 장군의 부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겨울에도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회의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전후 이라크 통치를 국무부가 아닌 국방부에 맡긴 지난 1월의 결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도대체 이라크 재건을 국방부가 맡아야 할 이유가 뭔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몇몇 동맹국들이 유엔 결의만 있으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시행정부가 보다 더 일찍, 보다 더 열심히 유엔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도 비판했다. "확실히 우리는 유엔을 무시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젠 우리가 유엔의 도움을 애걸해야 할 처지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니 장군의 이날 연설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면서 수백명의 미 장교들이 그의 연설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또 일부 장교들은 그의 연설을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겠다며 연설이 담긴 테이프와 CD 등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후재건 문제 등과 관련해 오는 8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7일 오후 8시30분) 미국민을 상대로 연설할 예정이라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5일 밝혔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통수권자로서 미국민들에게 대테러전 진행상황을 상세히 설명할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백악관에서 약 15분간 진행할 이번 연설은 지금까지의 이라크 상황과 향후 대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문제를 놓고 부시 대통령이 미국민을 상대로 연설하는 것은 지난 5월1일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정치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이번 연설이 전날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개최된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의 첫 합동토론회에서 이라크 전후 처리를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이번 주 유엔 등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일방주의적 이라크 경영의 실패, 그리고 이에 따른 곤경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이라크문제는 앞으로 미 국내정치의 주요한 이슈가 되는 것은 물론 내년 미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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