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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양성반응자는 왜 사스 환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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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양성반응자는 왜 사스 환자가 아닌가…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18> 사스 판정 기준 논란을 둘러싼 분자생물학적 이야기

***사스 판정 기준 논란 , '효소면역반응' 진단 검증안돼 헷갈려…**

◆확진 방법 혼란=국립보건원은 국내에 의심 사례로 신고된 29명 중 3명한테서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17일 발표했다. 중합효소 면역반응(PCR), 즉 환자의 가검물에서 유전자(RNA)를 채취해 코로나 바이러스 구조와 일치하는지를 보는 시험에서 일부 염기서열이 일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이 사스 환자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들은 폐렴 등 사스 증세가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독일에서 수입해 이번에 사용한 PCR가 개발된 지 일주일밖에 안돼 음성인데도 양성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보건원은 설명했다.

보건원 김문식 원장은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에 문의해보니 PCR 시험 결과를 사스 환자 판정에 사용해서는 안되며 바이러스를 배양해 분리하거나 항원ㆍ항체 반응으로 판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PCR를 사용하는 이유는 환자 진단의 참고자료로 쓰고 양성 반응자에 대해 감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데도 PCR라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동원해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4월 18일자>

사스(SARS)가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며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17일 국립보건원이 조금 알쏭달쏭한 발표를 해서 사람들을 더욱더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위의 기사는 어제(4월 18일) 중앙일보 기사를 발췌한 것인데 기사 자체가 여러 군데 틀려 있더군요. 혼란스러운 분들을 위하여 조금 설명을 덧붙여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위에서 얘기한 PCR 방법이란 중합효소 면역반응(이런 건 없습니다)이 아니라 중합 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는 방식입니다. 또한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의 유전물질은 DNA이지만, 사스의 원인으로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를 유전물질로 가지고 있기에 아마도 RT-PCR(reverse transcription PCR, RNA에서 DNA를 합성하는 방식)방식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실제로 그랬는지는 발표를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이런 복잡한 단어들은 그렇다 치고 도대체 PCR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 방식으로 병을 진단하는 것인지, 왜 이들이 양성반응자이면서 사스 환자라고 하지 않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죠.

PCR 이란 말 그대로 합성 효소(Polymerase)를 이용하여 연쇄 반응을 일으켜 DNA를 증폭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는 DNA 혹은 RNA 형태로 되어 있는데, 세포가 분열될 때마다 똑 같은 유전물질이 한 쌍 더 복제되어 둘로 나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때 합성효소가 작용하여 유전물질을 똑같이 복제하는 것이죠. 이 과정은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 한 번씩 밖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DNA를 다룰 때, 이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양의 DNA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실험 샘플을 다량 사용해야 해서 번거롭고 귀찮은데다가 시료의 양이 적으면 인식할 수가 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PCR은 바로 이 어려움을 해결해준 방법으로써,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DNA 복제의 방식을 실험관 속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DNA는 한 번 복제할 때마다 2배로 늘어나니까 수십회만 사이클을 돌리면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DNA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게 됩니다.

<그림 1> 간단하게 본 PCR의 원리. 두 가닥으로 된 DNA를 열처리 하여 떼어낸 뒤, 복제를 원하는 부위에 primer라는 짧은 DNA 조각을 붙여서 그 뒷부분의 DNA를 복제해 낸다. (Tag Pol은 DNA 합성 효소의 이름) 다시 온도를 낮추면 DNA는 두 가닥으로 합쳐 지고 계속 이 방법을 반복하면 엄청난 숫자의 DNA를 얻을 수 있다.

위 그림과 같이 말이죠. 이론적으로는 한 가닥의 DNA에서 무한대의 DNA을 복제해 낼 수 있습니다. PCR은 그 자체로 어떤 것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증명하고 싶은 DNA 부분을 우리가 인식하기 쉽도록 한없이 늘려주는 것 뿐이지요. 예전에는 손이 많이 가고 귀찮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약도 기계도 아주 간단한 것들이 많이 나와서 DNA를 분리해 내어 시약을 섞어서 기계에 넣은 뒤, 전기 영동을 하여 결과를 관찰하면 됩니다.

<그림 2> PCR 시약과 튜브들

<그림 3> PCR 기계

<그림 4> PCR 결과물을 전기영동한 것. DNA를 아가로오스 젤에 넣고 전기를 흘려주면, DNA가 이동하게 되는데 큰 것은 무거워서 조금밖에 이동하지 못하고, 작은 것은 상대적으로 멀리까지 이동하게 된다. 그림에서 위쪽은 크기가 큰 DNA, 아래쪽이 작은 DNA이다.

즉, <그림 2>를 DNA와 섞어서 <그림 3>의 기계에 넣어서 반응시킨 후, 전기 영동을 하면 <그림 4>처럼 나옵니다. 전기 영동시 진짜 사스 바이러스의 PCR 결과물을 같이 걸어서,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샘플의 PCR 결과와 비교합니다. 전기 영동을 시키면 DNA가 크기별로 구분되는데 같은 위치에서 밴드가 나온다면 DNA크기가 같은 것이고 같은 DNA 조각일 확률이 높기에 질병 진단에 이 PCR 방법이 사용되곤 합니다. 국립보건원에서 발표한 결과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같은 위치에서 밴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같은 DNA 조각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DNA는 워낙 길기 때문에 그 중에 우연히라도 비슷한 크기의 DNA 조각이 복제되서 나올 확률도 있기 때문이지요.(좀더 확실하게 알려면 시퀀싱(sequencing)이라고 하여 DNA의 염기서열을 하나하나 밝히는 실험이 뒤따라야 합니다. 국립보건원에서는 아직 거기까지는 안 한 것 같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시퀀싱이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아주 어렵거나 한 실험은 아닌데…)

어쨌든 그런 이유로 현재 WHO에서는 PCR 방법을 사스 진단 확정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발표를 한 것이고, 국립 보건원 역시 이에 준해서 사스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지만, 사스 환자는 아니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 아마 이들은 사스 ‘보균자’로 분류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발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스 ‘환자’는 아닙니다. 보균자와 환자의 의미는 매우 다릅니다. 이에 대해서는 B형 간염 보균자의 예를 들어 다음 칼럼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현재로써 WHO의 판단 기준은 세가지입니다. 사스 위험 지역 (중국 광둥 지방, 홍콩 등)을 다녀온 적이 있고, 호흡기 증상(기침, 호흡 곤란, 고열 등)이 있으며, 폐렴 증상을 동반해야 사스 환자로 분류합니다. 즉, 분자생물학적 진단이 아직 미흡하기에 일단은 확실한 임상 증상만을 가지고 환자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게 더 확실하니까요. 많은 질병들이 체내에 병원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반드시 발병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따라서, 병으로 드러나야 환자라고 하는 것이지 단순히 병원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환자는 아니고, 또한 그렇게 가지고 있는 병원균은 타인을 감염시킬 수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국립보건원에서도 사스 유전자 양성 반응자가 아직 사스 환자라고는 단정하지 않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그들을 격리치료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그들이 잠복기를 지나고도 발병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환자가 아니거든요. (지금 현재 사스 환자로 판명돈 3500여명의 사람들은 전부 위의 세가지 임상 조건을 보이는 사람들이지 사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사스는 갑자기 등장하여 사람들을 쓰러뜨려 겁을 줌으로써 우리가 지나치게 그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검역을 좀더 강화하고, 스스로 개인 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이 사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식입니다. 지나친 두려움에 사로 잡혀 국내에 사스 환자가 없다는 것은 정부의 음모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실제로 오늘 아침 일간지 사설에 나온 내용입니다) 조금 지나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보균자와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B형 간염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로 하지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hari-hara(harihar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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