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군의 바그다드 폭격으로 인해 숨진 3명의 언론인 사망에 항의하는 국제언론단체와 현직 언론인들의 항의가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군의 폭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로이터통신, 스페인 방송 텔레신코(Telecinco), 아랍어위성방송 알자지라 소속 기자들의 사망에 대해 이집트로부터 멕시코시티까지 전세계에서 언론인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기자들은 일을 중단하고 항의시위에 나섰으며 정치인들은 미국 정부에 대해 언론인들의 사망과 관련한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기자들은 9일 마드리드의 미 대사관 앞에서 카메라와 녹음기 등을 쌓아놓고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일부는 미국을 "살인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스페인 기자 일부는 또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총리가 여당 국회의원들과 회의중인 곳에 찾아가 분노를 표출했으며,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의 기자회견중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것으로 항의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파리에서 바그다드의 언론인 사망을 설명해줄 수 있는 자료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드리드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나는 자세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책임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측은 기자들이 숨질 당시 팔레스타인 호텔로부터의 총성을 듣고 반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어떤 총성도 듣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집트신문 "미군 공습은 언론에 재갈물리기 위한 것"**
한편 뉴욕에 위치한 언론인보호위원회(CPJ: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는 이날 미 공군의 바그다드 공습으로 알자지라 방송국의 사무실이 심각하게 파손됐으며 타라크 아요웁(Ayyoup) 기자가 사망하고 카메란맨 주하르 알-이라키가 부상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미국이 아랍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공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언론단체들은 이와 관련, 미 국방부가 8일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며 당시 폭격이 기자들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아랍 언론들은 9일 미국을 "파괴적인 목격자"라고 비난했다. 이집트 신문들은 '미군의 공습은 독립적 언론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의 유력일간지 엘 우니베르잘은 1면 기사를 통해 "미국이 지금 언론인들을 살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전 언론인 희생자, 걸프전ㆍ아프간전 희생자 합친 것보다 많아**
이라크 전쟁은 이미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합쳐 발생한 언론인 사망자 수보다 많은 희생자를 냈다. 지금까지 숨진 기자들만 10명에 이르고 있으며 상당수 기자들은 또 이라크 정부에 구금돼 있는 상태다.
3명의 기자가 숨진 8일 이후 언론사들은 바그다드로부터 자사 기자들을 철수시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에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미 국방부 대변인이 "상당한 적의 공격(significant enemy fire)"에 대한 반응으로 알자지라 방송국 바그다드 사무실을 공습했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 기자단(RSF)의 로버트 메나르 사무총장은 "우리는 팔레스타인 호텔과 알자지라 방송국에 대한 공습에 언론인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질렸다"며 "우리는 언론인들에 대해 증가하는 미군의 적대감, 특히 미군의 종군기자 프로그램(임베드)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에 대한 감정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터넷신문 원월드넷에 따르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특히 팔레스타인 호텔과 알자지라 방송에 대한 폭격과 관련해 두 건물이 모두 잘 알려져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CPJ는 또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알자지라에 대한 공격은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대한 공격으로 알라지라의 현지 사무실이 공격받았었다는 점 때문에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알자지라 카불 사무실이 알-카에다의 보급기지로 알려졌었기 때문이라며 알자지라가 그 곳에서 방송하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었다.
***국제사면위원회ㆍ언론인보호위원회 "언론인 공격은 제네바협정 위반"**
국제사면위원회(AI)와 CPJ는 팔레스타인 호텔과 알자지라 방송국 사무실에 대한 공격이 모두 군사목표의 대상으로부터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는 제네바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I는 "미국은 비롯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하지만 바그다드를 교전지역으로 선포하고 언론기관에 대해 포격을 가했다"며 "미국이 팔레스타인 호텔이 군사적 목적을 위해 사용됐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이는 공격받아서는 안된다고 국제법에 명시된 민간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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