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삶과 죽음에 대해 보도하던 종군기자들이 자신이 전쟁의 제물이 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미국의 이라크공습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최소한 8명의 종군기자들이 오폭과 피폭, 과로로 목숨을 잃었으며 2명은 생사가 불분명한 실종상태다.
미 국방부는 7일 이라크의 미사일공격으로 각각 독일 기자와 스페인 기자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군의 종군기자 프로그램인 임베드(미군 제3보병사단)에 참가했던 기자들로 이라크전쟁으로 인한 사망기자 7호와 8호다.
7일 사망한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의 크리스티안 리비히 기자(35)는 사고 전날인 6일 안전상의 이유로 미군 제3보병사단의 바그다드 진입작전에 동행하지 않고 작전본부에 남아 있겠다고 했다가 이라크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 같은 날 숨진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의 훌리오 안키타 파라도 기자(32) 또한 리비히 기자와 함께 있다가 사고를 당했으며 이날 사고로 미군 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
특히 독일 포쿠스지의 리비히 기자는 1주일 전 자신의 35번째 생일을 이라크 해안에서 맞이한 후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포쿠스 온라인은 8일 리비히 기자는 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마지막 리포트를 할 때까지도 미군의 바그다드 진입에 대해 독점적인 보도를 했었다며 스스로 종군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자임한 동료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라크군은 7일 나자프에서 2명의 폴란드 기자들을 체포했다. 폴란드 통신 PAP에 따르면 자섹 카츠마레크 라디오 기자와 마르신 필레이 방송리포터는 다른 두명의 동료와 함께 차로 이동중에 체포됐는데 아직 이들의 거취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6일에는 미군의 오폭으로 영국 BBC의 통역사로 일하던 쿠르드족 카마란 압두라자크 무하메드가 큰 부상을 당한 후 숨졌으며 존 심슨 BBC 국제문제 편집장을 비롯한 동료들은 부상했다.
같은 날 미국 네트워크 텔레비전 NBC의 앵커로 활약하던 데이비드 불룸 기자는 과로로 인해 폐 혈전증으로 사망했다.
미군 종군기자 프로그램인 임베드에 참가한 6백여명의 기자중 가장 먼저 목숨을 잃은 기자는 지난 4일 사망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이자 월간 애틀랜틱의 편집장 마이클 켈리. 그는 미군 제3보병사단과 이동중 사고로 숨졌다.
한편 국제기자연맹(IFJ: 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은 이라크전 발발 이후 종군기자들의 사망과 구류, 추방, 실종, 부상 소식 등을 매일 홈페이지(www.ifj.org)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4월2일까지의 관련기사의 주요내용이다.
***국제기자연맹(IFJ)의 이라크전쟁관련 종군기자 일지 주요내용**
4월 2일: 아랍어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이라크 정부가 두명의 알자지라 기자를 추방한 것에 항의해 이라크내에서의 모든 취재를 중단시켰다.
이라크 정부는 이에 앞서 알자지라 기자인 디아르 알-오마리에게는 추방명령을, 테이제르 알로우니에게는 취재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알자지라는 이라크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러한 예상밖의 돌연한 조치는 유감스런 일이며 정당하지 못한 것이다. 별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앞으로 이라크로부터의 모든 취재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에는 이란 출신의 영국 BBC 카메라맨 카베 골레스탄(52)이 이라크 북부 키프리에서 차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지뢰를 밟아 지뢰가 터지면서 현장에서 사망했다. 골레스탄 기자는 지난 3년간 프리랜서로 BBC방송에서 일해왔다. BBC는 골레스탄 기자가 소속한 4명 1조의 BBC 종군기자단의 프로듀서인 스튜어트 휴스는 다리에 부상을 입었으나 특파원 짐 무어와 통역관 1명은 무사했다고 보도했다.
4월 1일: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 남부 바스라시의 외곽에서 2명의 호주 기자들을 구류하고 바그다드로 송치시켰다. 일간지 오스트레일리안 특파원인 피터 윌슨과 사진기자 존 페더는 자신들이 바그다드에 위치한 메리디엔 호텔에 감금됐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라크 정부는 4명의 뉴스데이 기자들을 풀어줬는데 이들은 지난달 25일 바그다드 구치소에 감금됐었다. 이들은 바그다드 구치소의 상태가 열악했으나 육체적으로 학대를 당하지는 않았으며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테랑 종군기자 테리 로이드의 사망과 함께 실종된 영국 민영방송 ITN의 프레드 네락과 후세인 오스만 기자는 지난달 22일 이후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이라크 정부는 1일 호주 '시드니 데일리 텔리그래프' 기자 1명을 추방했다. 이안 맥페드랜 기자는 전날 이라크 정부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망ㆍ부상ㆍ추방 등 종군기자들의 잇따른 수난**
3월 30일: 채널4의 개비 라도 기자가 숨진 채 북부 이라크의 호텔 주차장에서 발견됐는데 군사공격에 의해 숨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아마 호텔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3월 28일: 그리스 정부는 이라크 전을 취재중인 16명의 자국 기자들에게 귀국하라며 귀국 차편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크리스토스 프로토파파스 그리스 공보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종군기자들이 사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나 그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에 앞서서도 두 차례나 그리스 종군기자들의 귀국을 종용했으나 공짜표를 제공하지는 않았었다.
같은 날 미군은 포르투갈 기자 루이스 카스트로와 이스라엘 기자 댄 시마마, 보아즈 비스무트가 스파이활동을 했다며 감금했다.
3월 27일: 호주 정부는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취재중인 기자들에게 그 지역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라크를 위한 최신 여행정보에 따르면 친 사담 후세인 그룹들이 기자들을 포함해 북부지역에 있는 서방인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월 25일: 레바논 위성방송 LBC와 알-하야트 신문 소속인 이란 기자 알리 몬타제리가 실종됐는데 구금된 것으로 파악된다.
3월 24일: 크로아티아 상업방송(CCN)과 세르비아 독립 네트워크 등 다양한 매체의 프리랜서 기자인 로버트 발덱이 이라크 정부로부터 추방됐다.
3월 22일: 폴 모란(39) 호주 ABC방송 프리랜서 리포터가 자살폭탄공격을 받고 숨졌다. 같은 사고로 모란의 동료인 에릭 캠벨은 부상했다.
같은 날 베테랑 종군기자인 테리 로이드 영국 ITN 기자가 이라크 남부 전장터에서 미영군의 오폭으로 숨진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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