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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체니가 말한 것은 모두 틀렸다"

펄ㆍ럼스펠드 이어 체니도 비판 직면 - "자기 이익만 앞세우는 이기심 때문"

이라크전쟁 추진의 핵심 주역 중 한 사람인 리차드 펄이 독직혐의로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장 직을 물러나고, 또다른 주역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잘못된 전쟁계획으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부시행정부내 강경파의 우두머리인 딕 체니 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석학 폴 크루그만 교수(프린스턴대)는 지난 29일자 뉴욕타임스 칼럼 '권력의 환상'을 통해 "이제까지 체니가 말해온 모든 것들이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기보다는 자신과 한통속인 사람들의 말만을 듣고 세상을 제멋대로 재단하려는 '근친상간적 자기확신의 증폭'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만 교수는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이라크인들이 미군을 해방군으로 환영할 것'이라는 체니의 예언이 이미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체니의 예언은 이번 전쟁 뿐아니라 에너지, 경제, 예산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나게 틀렸다"는 것이 "충격적일 정도의 빠른 속도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그만 교수는 캘리포니아 에너지대란의 원인에 관한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거대 에너지기업들의 시장조작 때문이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체니가 이끈 태스크포스는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주정부의 시장규제와 환경주의자들의 간섭 때문이고, 에너지기업들의 시장조작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만 교수는 이처럼 체니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자신과 이해관계 및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말만을 듣고 세상을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처럼 체니가 취임 이후 실수에 실수를 거듭했으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이용,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점점 더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극소수의 이기적인 몽상가들이 이끄는 미국 정부가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깊은 우려의 표현이기도 하다.

다음은 크루그만 교수 칼럼의 주요 내용.

***권력의 환상(Delusions of Power)/뉴욕타임스, 29일자**

그들은 자신들이 냉정한 현실주의자인 반면, 자신들의 생각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명료한 사고를 하지 못하는 불평꾼이라고 간주해 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침묵시켰다. 행정부 소속 분석가들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너무도 자신만만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제까지 말해 왔던 모든 것들이 엄청나게 틀렸다는 사실이 충격적일 정도의 빠른 속도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딕 체니 부통령이 지난 2001년 이끌었던 에너지 태스크포스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전쟁의 경과와 에너지 문제간에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유사점이 많다. 현재, 전문가들(pundits)은 어째서 체니가 그토록 잘못 생각했는가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 국민들이 미군을 "해방자로 환영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언했지만 그 예언은 보기좋게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에너지 대란에 관해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는 최근 보고서를 보면 체니가 (이번 전쟁 이외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자신만만했고, 똑같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1년 봄 캘리포니아 일대에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전깃불이 나갔을 뿐만 아니라 전력요금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이 에너지대란의 와중에 체니의 태스크포스팀이 소집됐다. 체니팀의 결론은 한마디로 말해 간섭만 하려 드는 관료들과 귀찮기 짝이 없는 환경주의자들이 에너지대란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이 에너지 대기업의 기업활동을 방해했기 때문에 에너지대란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환경규제를 철폐하고 에너지산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체니는 에너지 보전(절약)은 '개인적 덕목'에 불과한 것이라며 그 중요성을 깎아 내렸고, 가격통제를 요구하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관리들을 비웃으면서 시장조작은 에너지대란의 근본원인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위기를 악화시킨 부수적 요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체니가 말한 모든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캘리포니아 에너지 대란은 환경규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시장조작에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2001년 위기 당시 시장조작의 증거는 주변적인 것들뿐이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만 해도 시장조작에 관한 주장들을 깎아내려 왔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이번 최신 보고서에서 시장조작이 만연했었다고 결론내리면서 전화통화 기록, 이메일, 메모 등 산더미처럼 많은 시장조작의 직접적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더 이상 의문이 있을 수 없다. 캘리포니아의 전력 부족은, 전력요금을 올려 이윤을 챙기려는 에너지기업들에 의해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무엇이 에너지위기를 종식시켰는가? 핵심적 요소들 중에는 에너지 보전과 가격통제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으로 환경규제를 철폐하고 막대한 기업보조금을 지급해야 풀릴 수 있다던 에너지 부족사태는 어떻게 됐는가? 체니 보고서가 나온 지 수개월만에 증권분석가들은 에너지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에너지 과잉 공급사태가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체니 및 그가 이끄는 냉정한 현실주의자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환상의 세계를 그려냈던 것이다. 어째서 그들은 그토록 틀릴 수밖에 없게 됐는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린 것이 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체니는 에너지기업의 경영진들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군대에서 말하는 '근친상간적 (자기확신의) 증폭(incestuous amplification)'이라는 덫에 걸린 것이다. 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 디펜스 위클리>에 따르면 '근친상간적 증폭'이란 "전쟁에서 이미 자기 편이 돼버린 사람들의 말만을 들음으로써 기존의 확신만을 강화시켜 오판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체니가 기본적으로 에너지대란의 원인을 제공한 바로 그 에너지기업들로부터 이의 해결 방안을 찾아내려 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부시행정부가 체니 에너지 태스크포스의 속사정에 관해 밝히기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실제로 체니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모두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당초 의회 소속의 비당파적인 기구인 회계감사국(GAO)은 이 문제를 끝까지 파헤칠 태세였다. 그러나 의회 관련 전문지 <힐(The Hill)>에 따르면 지난 해 중간선거가 끝난 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GAO 책임자에게 다가가 GAO가 손을 떼지 않으면 이 기구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겠노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체니와 기타 고위 관리들은 에너지, 경제, 국가 예산 등 모든 문제들에 대해 계속해서 틀린 접근을 해왔다. 그로 인해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권력을 이용해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그들, 그리고 이 나라는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그들의 잘못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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