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사용하고 있는 군사전략, '충격과 경악(Shock and Awe)'이 세계 언론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20일(현지시간) 지난 48시간동안 런던에서 리야드, 라호레, 마닐라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언론은 '충격과 경악'전략이야말로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전쟁을 반대해야 하는 최대의 근거라며 미국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사임한 로빈 쿡 전 영국 노동당 원내총무는 가디언을 통해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이라크 폭격에서 민간인의 희생 규모를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폭격으로 이라크에게 '충격과 경악'을 안겨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한 수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필리핀의 독립적 신문 인콰이어러는'평화'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충격과 경악'전략의 그 잔혹한 얼굴 앞에서 우리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 이상의 것을 발견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쟁에 군대를 파견한 호주의 멜버른 헤럴드 선은 "호주 군대는 엄격한 기준을 세워" 전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발발 초기에 민간인 수천명을 살상할 수 있는 미국의 '충격과 공포' 전략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뺌했다.
한편 사우디 리야드에서 발행되는 아랍 뉴스는 '비극의 서막(The unfolding tragedy)'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의 '충격과 경악'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충격과 경악'전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전쟁발발 초기, 이라크에 3천개가 넘는 정밀유도탄을 투하할 계획이다. 영리하게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미국 관리는 '이런 가공할 만한 위력의 '융단폭격'을 받게 되는 이라크 사람들은 과연 무엇이 그들을 공격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충격과 경악' 전략이란 무엇인가?
'충격과 경악' 전략은 개전 초기 적에게 엉청난 화력을 퍼부어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무력화시킴으로써 일찌감치 적의 저항의지를 꺾어 놓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2차대전 말기에 시작된 이른바 '전략폭격', 대규모 공습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규모 공습은 발전소, 병원, 학교 등 민간 기간시설은 물론 엄청난 민간인 희생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매우 비인간적인 군사전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충격과 경악'이라는 개념은 해군출신의 작가 할란 K. 울맨과 전 국방부 전략입안가 제임스 웨이드의 공저로 지난 1996년 미 국방부가 발간된 책 '충격과 경악'에서 최초로 나타났다. 6명의 전 군사 관리들과 협의를 통해 울맨과 웨이드는 미국이 어떤 상대와의 전쟁에서도 '신속하게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들 두 명의 생각은 미국의 기존 전략인 '결정적 힘(decisive force)'을 넘어서는 것으로 군사력이 약한 적군을 전광석화처럼 초기에 장악한다는 개념이다. 울맨, 웨이드 공저의 '충격과 공포'는 현재 절판된 상태이나 미 국방부 소속 국방대학의 웹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다.
106페이지로 구성된 '충격과 경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론적으로 '충격과 경악'을 통한 신속한 제압에서 중요한 것은 (극한 상황의 경우) 2차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과 같은 위력을 지닌 재래식폭탄 사용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핵폭탄이 사용되기 전까지 '가미가제'와 같은 저항을 준비했었다. 2차대전 당시 핵폭탄 투하의 효과는 일본 시민들과 일본 지도자에게 '충격과 경악'을 실감케 하는 데 충분했다. 일본인들은 비행기 한 대가 장착하고 있던 폭탄의 엄청난 파괴력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일본인들이 당초 인식하지 못했던 핵폭탄의 위력은 '경악'이라는 느낌을 낳게 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충격과 경악'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이었다. 당시 CBS 저녁 뉴스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계획은 울맨이 언급했던 '충격과 경악'에 기초한 것으로 바그다드에 대한 엄청난 공중폭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울맨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그(이라크인)들이 포기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저항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이 임박하면서 미 국내외 언론들은 '충격과 경악'이라는 용어를 유행처럼 사용했으며 특히 미 국외의 언론에서 심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국방부 출입기자 톰 릭스에 따르면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충격과 경악'이라는 말을 사용하길 꺼린다. 릭스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계획에는 명백하게 '충격과 경악'의 요소가 있다. 하지만 미 공군 참모총은 나에게 자신은 '충격과 경악이라는 용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울맨은 미 국방부 내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거리낌없이 과시하고 있다. 워싱턴의 영향력있는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연구원인 울맨은 CSIS 사이트에 소개된 자신의 이력에 "충격과 경악이라는 개념의 최초 고안자"라고 밝혔다.
울맨은 3월 17일 호주 방송국의 '레이트라인 쇼(Lateline show)'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미 국방부의 전쟁 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쟁계획의 기본사상은 자신의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충격과 경악이라는 개념은 적군의 마음 속에 완벽한 무력감, 취약함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상대방과는 도저히 대적이 되지 않으므로 항복하는 것이 최선의 수단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도록 하는 것이다"
울맨은 자신의 저서에서 '충격과 경악'의 전례로서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투하 이후 일본의 항복을 인용했다.
울맨은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인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느끼게 해 준 원자폭탄은 그들을 굴복으로 이끌었다"고 밝히며 "원자폭탄이 없었다면 전쟁은 더욱 길어지고 더 많은 희생과 비용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맨과 호주 방송국의 인터뷰 이후 영국의 독립적 TV인 채널4 뉴스는'충격과 경악, 히로시마 스타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다.
미 정부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이번 전쟁에서 '충격과 경악' 전략을 택한 것은 분명하다. 예컨대 미군의 2차례 공습이 끝난 20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제까지의 공습을 맛보기일 뿐이며 앞으로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가공할 만한 화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미국은 '전쟁광' 수준으로 타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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