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선거에 앞서 홍세화 기획위원의 민주노동당 TV찬조연설로 불거진 한겨레신문의 현직 언론인 정당가입 문제에 대한 찬반투표가 21일 실시돼 투표 참여자 가운데 56.3%가 정당가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겨레신문 노조측과 젊은 기자들은 투표과정과 절차상의 문제점을 들어 투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언론인의 정당가입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겨레신문이 21일 실시한 투표는 언론인의 정당가입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 대해 밀봉된 투표용지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투표결과는 재적인원 5백48명중 4백19명(투표율 76.45%)이 참가해 정당가입 반대가 2백36명(56.3%), 찬성이 1백66명(39.6%)로 나타났다. 무효표는 17명(4.1%)이 나왔다.
한겨레 내규에 따르면 윤리강령 개정을 위한 이번 투표결과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과반수 이상 참가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투표결과는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노조측이 20일 '윤리위의 찬반투표 반대한다'는 성명을 통해 투표에 의한 결정방식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고 젊은 기자들 30여명은 사내 게시판에 투표에 참여하지 말자는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 지부(위원장 박상진)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노동조합은 현재 사내에서 진행중인 윤리강령 7조 관련 찬반투표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며, 이번 투표행위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해 적극 대응할 것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노조, "실정법에 어긋나는 투표결과로 징계 등을 강제할 수 없다"**
노조측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무엇보다 정당가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이 나와 현 윤리강령을 개정할 필요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직 언론인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윤리강령 자체가 위헌소지가 있어 이를 사규로 징계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투표행위라는 지적이다.
노조측은 또 이미 노사협의회를 통해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 투표의 문제점으로 네 가지를 들었다.
첫번째 지난달 23일 공청회 이후에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 두번째 노사공동기구를 구성해 연구검토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 세번째 투표 자체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는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 네번째 투표를 하더라도 찬반을 물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즉 노조측은 일단 직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 윤리강령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 후 투표를 실시해야 했는데 회사측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투표기일을 연기한 것외에는 노조측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 "기자의 정당가입 금지는 경제부기자의 주식투자 금지와 마찬가지"**
그러나 회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번 투표를 주관한 한겨레신문 윤리위원회의 정연주 위원장(주간)은 "헌법적인 문제에서 한겨레신문 경제기자나 논설위원이 사외이사가 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경제부기자가 주식투자를 해도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으로 이익의 충돌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의 정당가입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노조측의 주장대로 현 제도에 문제나 불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조직원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또 사내의견 수렴 문제를 지적하는데 지난달 공청회도 열었었고 사이버공간을 통한 의견개진을 요청했으나 그리 활발한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즉 회사측의 입장은 투표를 통해 전 직원들의 의사를 어떤 형태로 수렴하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21일 저녁 투표가 끝난 직후 결과를 발표하고 "윤리위원회는 빠른 시일 안에 회의를 갖고 정당가입 찬반투표에 대한 임직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결정짓도록 하겠다"는 공고문을 사내게시판에 붙였다.
현직 언론인의 정당가입이란 뜨거운 감자를 놓고 벌이는 한겨레신문 노사간의 논쟁은 다른 언론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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