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암 베네트 전 교육부장관과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 등 미국의 보수파를 배표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성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협상을 하라고 촉구하며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반드시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부시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헬싱키에서 평양으로(From Helsinki to Pyongyang)'란 논평기사를 통해 1975년 미국과 소련의 헬싱키합의를 지적하고 역사는 당시 소련과의 협상에 인권문제를 포함시킨 닉슨 전 대통령의 의제확대결정은 핵 보유 정권의 위협을 반전시킨 가장 현명한 조치로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헬싱키합의를 통해 소련은 간절히 원하던 것, 즉 당시 유럽 국경에 대한 인정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으나 결과적으로는 구 소련연방이 무너지며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당시 브레즈네프 소련 서기장이 양보한 것들, 즉 자유로운 인적 교류와 국경 개방, 가족 재회 등은 소련의 내부 붕괴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논평은 또 "헬싱키의 인권 조항은 핵 위협을 통해 서방에 분열을 조장하려는 소련의 시도를 좌절시켰다. 이는 또한 공동의 가치를 고양함으로써 자유 세계 지도자들을 결속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서도 "헬싱키 교훈에 입각해 미국은 자유세계를 핵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약속의 대가로 탄압적 정권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자기 인민을 탄압하는 것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에 참여한 인사들은 "헬싱키의 교훈은 평양에 의한 현 위기가 자유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기보다는 기회라는 것을 말해준다"며 ▲핵포기와 인권문제 등을 포함시킨 북미협상 재개 ▲시장경제 고수를 조건으로 한 경제적 포괄안 제시 ▲대북 한국어방송 강화 등 미국의 대중외교 강화 ▲북한 난민에 대한 지위부여와 이슈화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WAS 성명의 골자는 결국 북한의 인권상황을 부각시켜 내부붕괴를 유도하라는 것이다. 북미 관계 원칙에 관한 이 성명의 서명자로는 레잇 앤더슨(Leith Anderson), 윌리엄 베네트(William Bennett), 찰스 콜슨(Charles Colson),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 로버트 조지(Robert George), 마이클 호위츠(Michael Horwitz), 막스 캠펠만(Max Kampelman), 펜 켐블(Penn Kemble), 다이아나 나이퍼스(Dianne Knippers), 리차드 랜드(Richard Land), 리차드 노이하우스(Richard Neuhaus), 마이클 노박(Michael Novak), 마빈 올라스키(Marvin Olasky), 마크 팔머(Mark Palmer), 니나 쉐아(Nina Shea), 라덱 시코르스키(Radek Sikorski), 제임스 울시(R. James Woolsey)가 참여했다.
다음은 WSJ가 17일 보도한 성명.
***헬싱키에서 평양으로(From Helsinki to Pyongyang)/Wall Street Journal 논평**
독재자가 지배하는 한 탄압적 군사 강국이 미국과 여타 세계와의 관계에서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나라는 비 공산 세력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겨우 핵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한다. 이 정권이 조성한 위기는 내부의 정체성 및 생존 위험과 경제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며 무역 및 경제원조와 체제에 대한 광범위한 보장을 약속하는 주요 협상을 요구한다. 이 정권은 특히 미국과 국제사회가 현재의 국경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대내외 및 동맹국들로부터 이 정권과 협상하라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 하기로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간단한' 추가 조치만 취한다. 그는 협상 의제에 인권문제를 추가한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정치적 안보 보장을 얻고 서방 세계로부터 경제원조를 얻기 위해 부시 대통령의 협상제의를 수락한다.
위의 시나리오는 실제적인 것도 아니지만 환상적인 것도 아니다. 이것은 독재자가 김정일이 아닌 브레즈네프이고 독재국가가 북한이 아닌 소련일 경우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역사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의제 확대 결정을 핵 보유 정권의 위협을 반전시킨 가장 현명한 조치로 기록한다. 닉슨의 요구는 헬싱키 회담에 대한 브레즈네프와의 초기 합의를 거쳐 1975년 헬싱키 합의에 반영됐다. 이 합의를 통해 소련은 간절히 원하던 것을 얻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유럽 국경의 항구적 인정이다. 대신 브레즈네프가 양보한 것, 즉 자유로운 인적 교류와 국경 개방, 가족 재회 등은 내부 붕괴를 가져왔다.
헬싱키 협상의 묘미는 인권문제를 우선 의제에 올림으로써 미국은 공산왕조의 합법성을 위태롭게 했으며 결국 그 붕괴를 초래했다. 헬싱키의 인권 조항은 핵 위협을 통해 서방에 분열을 조장하려는 소련의 시도를 좌절시켰다. 이는 또한 공동의 가치를 고양함으로써 자유 세계 지도자들을 결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브레즈네프의 그것보다는 덜 하지만 김정일로부터 비슷한 위협에 직면한 서방 민주국가들은 북한에 보상을 해주거나 아니면 그들의 핵 위협을 무시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의 함정에 빠져 있다. 헬싱키 교훈에 입각해 미국은 자유세계를 핵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약속의 대가로 탄압적 정권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자기 인민을 탄압하는 것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또한 평양과 협상은 하되 세계의 이상과 동맹국들의 결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그리고 외교의 복잡성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다음 조치를 촉구한다.
●핵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평양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라. 단 인권, 자유로운 인적 교류, 종교적 자유, 국경 개방, 가족 재회를 보장하는 제도에 관해 협상한다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
●미국이 경제 제재를 철회하고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의 '경제적 포괄안'을 놓고 협상할 의향이 있음을 밝혀라. 단 시장경제와 '법의 원칙'이 지켜진다는 조건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 목표가 북한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과 같은 기준의 권리와 발전을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를 고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간단하고 극적인 말로 발표하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중 외교를 강화하라. 이를 위해 자유아시아 방송의 한국어 방송 강화, 북한의 인권 유린 조사, 종교적 박해에 대한 관심 고취 등이 필요하다.
●북한 난민과 고위 망명 인사에 지위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켜라.
헬싱키의 교훈은 평양에 의한 현 위기가 자유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기보다는 기회라는 것을 말해준다. 부시는 이를 이용하여 전 세계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고취할 수 있다. 또한 훼손된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아울러 위협이나 약속을 위반한 대가로 불량국가에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자신의 결의를 지킬 수 있다. 우리는 평양과의 협상 의제에 고통 받는 북한 인민의 참상을 포함시킨다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을 것으로 믿는다. 이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가치와 이익을 더욱 신장하기를 우리는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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