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30일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미국 스스로 자신들의 국방전략에 따라 감축전략을 세운 적이 있고 감축 얘기가 나왔다가 중단되기도 했는데 최근 또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며 "감축 전력을 한국군이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는지, 들은 바가 없어 묻고 싶었다"고 말해 발언 배경을 놓고 적잖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노 당선자가 계룡대에서 육ㆍ해ㆍ공 3군 참모총장으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은 뒤 북핵문제에 대한 당선자의 생각을 밝히는 자리에서 나왔다.
***"주한미군 감축에 대비한 장기적 대비책 있나"**
노 당선자는 이에 앞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국지적ㆍ제한적 무력공격을 가할 경우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남한에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상정한다"면서 "그렇게 됐을 경우 우리 군이 대응을 피하기 어려워 전면전이 우려되는 만큼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대화중단이나 지원중단 등 강경조치를 취할 때는 이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검토해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과 내가 평화적으로 풀겠다는 자세에는 이런 것들이 전제돼 있다"고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의지를 밝혔다.
노 당선자는 또 "이런 프로세스를 생각하지 않으면 `왜 자꾸 (북한에) 끌려 다니느냐'고 하겠지만 이를 생각한다면 (평화적 해결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다"며 "국제적 여론을 동원해서 풀어보도록 노력하겠으며, 경우에 따라선 위험하지 않은 다양한 대응도 해보겠으나 이런 것들은 모두 평화적으로 한다는 전제위에서다"라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오늘 여기 와서 군의 대비태세가 조금의 허점도 없이 잘돼 있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국민에게 안심하라고 전달하겠다"고 말하고 "그러나 준비가 잘돼 있다고 해서 `한번 해보자'고 해선 안된다"고 거듭 평화해결 의지를 밝혔다.
***노 당선자 발언의 함의는?**
노 당선자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은 앞으로 국내외적으로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낙연 당선자대변인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주한미군 관련 발언에 대한 보도자제를 요청했으나 대다수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이 대변인의 이같은 반응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노 당선자의 이번 발언은 어떤 외교적 포석을 깐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의미에서 주한미군 감축시에 대비한 우리 군의 대책을 물은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 당선자가 이 발언에 앞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국지적 무력공격을 가할 경우 전면전이 불가피하며 따라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방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볼 때 노 당선자의 이번 발언에는 미국을 향한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등에서 칼럼 형태를 빌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공론화되기 시작하는 등, 미국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앞세워 최근 한국에서의 반미감정 확산 및 노무현 당선자의 등장에 대한 노골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점과 연관지어 나오는 해석이다. 요컨대 노 당선자의 이번 발언은 주한미군 감축시에 대비한 우리 군의 대책을 묻는 우회적 형식을 빌어, 미국을 향한 모종의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노 당선자가 앞으로 1~2주후 부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한할 예정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방한에 앞서 자신의 결연한 평화해결 의지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미 국무부, "노 당선자와 갈등 없다"**
이같은 노 당선자의 분명한 입장표명과 관련, 미 국무부는 30일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놓고 한국과 미국간에 어떤 갈등도 없다고 말했다.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간에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불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면서 "현재의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 누구와도 갈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9년에 해제한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다시 취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이 시점에서 제재 부과를 제안하지 않았다"면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어느 나라에도 절망적으로 가난한 북한에 대해 경제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경제봉쇄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노 당선자의 단호한 '대북 봉쇄' 반대입장 표명에 적잖이 당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다음은 30일 노 당선자의 주한미군 및 북핵관련 계룡대 발언 요지다.
***노무현 당선자 계룡대 발언**
"북한 핵 문제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국민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혹시라도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정치하는 사람의 책임이고 국민의 책임이다.
1백만분의 1의 가능성이라도 대비해 국민을 안심시켜줘야 한다. 국민을 대신해 와서 대비태세를 묻고 잘 돼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오늘 여기에 와서 대비태세가 조금도 허점없이 잘 돼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민에게 안심하라고 전달하겠다. 유사시 만반의 태세는 여러분이 갖춰야 하지만 우리도 노력할 책임이 있다.
준비가 잘 돼있다고 한번 해보자고 해선 안된다. 전쟁은 위험한 것이다. 무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미간 갈등이 대화로 평화적 해결이 되도록 대통령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저도 함께 도우면서 노력하고 있다. 여러분은 안심하고 국방에 전념해 주고 국민은 생업에 전념하면서 잘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나는 항상 이런 의문을 가져왔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국지적 부분일지라도 제한적 무력공격을 하게 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 대체로 그럴 경우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남한에 대해 보복공격을 할 수 있다고 상정한다. 그렇게 됐을 때 우리 군이 대응을 피할 수 있겠나.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진다. 그런 게 전면전 우려인데 이에 대해 좀 깊이 생각해야 한다.
북한의 태도에 대해 대화 중단이나 지원 중단 등 강경조치를 생각할 때는 이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통령과 내가 평화적으로 풀겠다는 자세에는 이런 것들이 전제돼 있다.
대화를 끊고 응징도 해보고 할 때는 그와 같은 상황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생각하지 않으면 왜 자꾸 끌려 다니느냐고 생각할텐데, 이런 프로세스를 생각한다면 국민적 자존심에 다소 손상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그 외 수단도 동원하고 국제적 여론 등을 동원해 풀어보도록 노력하겠다. 경우에 따라선 위험하지 않은 다양한 대응도 해보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평화적으로 한다는 전제 위에서다.
주한미군에 대해 미국이 스스로 감축한다는 전략을 세운 적이 있다. 국방전략에 따라 감축 얘기가 나왔다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감축 전력을 한국군이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는지 들은 바 없어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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