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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 집착하는 정몽준, 무엇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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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헌론' 집착하는 정몽준, 무엇때문에?

<분석> 盧 당선ㆍ鄭 미래, 어디에도 도움 안돼

후보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한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연일 입을 열고 있다. 내용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다.

단일후보가 확정된 직후인 25일 노무현 후보와의 짧은 만남에서부터 이 문제를 거론했다. 설악산을 방문중인 26, 27일에도 연속해서 기자들을 만나 개헌 관련 얘기를 보탰다.

하지만 맡겠다고 약속한 선대위원장 자리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답을 피했다.

단일화 승부에서 패해 후보등록을 하지 않고, 머리를 식히려 설악산을 찾은 사람의 행보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 대표의 개헌론, 무엇을 말하는가?

***사실상 이원집정제인 분권형 대통령제**

먼저 그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정 대표가 개헌론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단일화 이전인 21일 공약 발표 형식의 기자회견에서였다.

당시 후보 신분이었던 정 대표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오는 2004년 5월 제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대통령과 '책임형 국무총리'가 권력을 실질적으로 분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발의,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안보를 맡고, 국무총리는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치안·복지 등 다른 모든 분야를 맡으며, 각각 자신이 통할하는 분야의 각료에 대한 실질적인 임면권을 갖는다.

▲ 정보기관은 대통령 밑에 두고 검찰권·조세권·금융은 총리 권한 하에 두며, 감사기능은 행정감사를 제외하고 국회에 귀속토록 한다.

▲ 총리는 대통령 지명과 국회 인준을 거쳐 임명하되, 국회의 불신임에 의하지 않고는 해임되지 않으며, 국회가 내각불신임 결의권을 갖는 대신 내각은 국회해산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고 대통령은 그 건의를 받아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

이상이 주요 내용이다. 사실상 2원집정제와 똑같은 강력한 권력분할장치다. 대통령보다 총리의 권한이 오히려 더 크다.

총리는 통일·외교·국방 외 모든 경제·사회 분야를 통할하며,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장관의 임면권을 갖는다. 검찰·조세·금융권도 확보한다. 게다가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임명되지만 일단 임명되면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다. 국회 불신임만이 해임장치다. 대신 총리는 국회 해산 건의권을 갖는다. 사실상 의회에서 선출된 수상이라 할만하다.

***"노 후보, 개헌론 이번에 쟁점화해 달라"**

이제 단일화 이후 정 대표의 발언을 따라가 보자.

25일 노 후보와의 첫 만남에서 "오는 2004년 5월 제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대통령과 '책임형 국무총리'가 권력을 실질적으로 분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발의,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26일 설악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후보는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2007년 개헌은 불가능하다. 2004년 총선에서 쟁점으로 삼아 개원시 이를 (발의)하지 않으면 시간이 없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할 생각이었고 지금은 요청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선거때 쟁점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5일 노 후보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한 듯하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개헌론을 쟁점으로 내걸어 달라고 한번 더 요청한 셈이다.

27일에는 '사심'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날 정 대표는 경포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권형 대통령제는 과거 'DJP연합' 때처럼 정당 대 정당, 사람 대 사람으로 나눈다는 것이 아닌 행정부의 권력분할이다. 분권의 취지가 민주당과 통합21간 권력을 분할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언론에서 내가 총리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총리가 얼마나 좋은 자리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쓰는 것은 일방적 매도이고 전혀 아니다. 내가 국무총리를 하고 싶다고 해도 총리를 하겠다는 그런 주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언론이 '권력 나눠먹기'라는 표현으로 나눠먹기를 욕할 수 있으나 그 반대가 더욱 나쁘므로 한 가지를 택하라면 나눠먹기가 낫다"면서 "2004년 개헌하지 않으면 그 이후 개헌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2004년 개헌추진 입장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28일 예정된 노 후보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정리해 만나 잘 되면 좋은 것이나 (분권형 대통령제가) 흥정할 성격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선대위원장직 수용 여부에 대해선 "서울에 있는 사람들과 상의할 것"이라며 이 날도 답변을 유보했다.

***개헌론 조건부 선대위원장 수락?**

이같은 정 대표의 계속된 발언은 개헌론을 이번 대선의 쟁점으로 만들고자 하는 분명한 의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는 단일화 승부에서 패하자마자, 그리고 여행길에서까지 집요하게 이 문제에 매달릴 까닭이 없다.

이렇게 정 대표가 개헌론 쟁점화를 시도하는 이유가 뭘까?

순수하게 한국정치의 앞날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노 후보에게 자신이 구상하는 정치발전방안을 건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반대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지 않겠다는 압박일 수도 있다.

정 대표 자신과 통합21 측은 '조건부'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단일화 합의 정신이 유효하다는 주장,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격도 여전하다. 따라서 이 문제 때문에 단일화 공조가 깨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선 "뭔가 요구하는 게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처럼 집요하게 개헌론을 제기하는 배경이 이해되지 않는다. 후보단일화 승복, 대선 공조의 대가로 노 후보가 자신의 개헌론을 공약으로 내걸어 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정 대표가 노 후보에게 자신의 개헌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거에 협조할 수 없다는 식의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인가?

***노 후보 당선에 전혀 도움되지 않아**

'그렇다'고 단정짓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우선 노 후보의 대선승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정 단일화로 지지율이 치솟는 주된 이유는 '모험적 결단', '흔쾌한 승복'이라는 과거에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력분점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론을 조건으로 걸고, 노 후보가 이걸 받아들인다면 필연적으로 지분협상 등과 같은 구시대적 정치구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지율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다.

또한 5년전 DJP의 내각제 합의와 너무나도 똑같은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정권연장 야합'이라는 한나라당의 공격을 자초하고, 한나라당 논리가 여론에 먹힐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정 대표의 도움이 아무리 절실히 필요하다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정 대표 입장에서 노 후보 당선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올 실익을 먼저 따지기 때문인가? 자신의 개헌론을 공론화시켜주기만 하면 노 후보의 당락은 중요치 않을 만큼 얻는 게 많기 때문인가?

***정 대표의 정치 미래에도 득될 것 없어**

그러나 막상 정 대표 자신의 입장에서도 구체적으로 얻는 게 없다.

설령 그의 요구대로 노 후보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내걸었다 치자. 당장 정 대표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노 후보가 당선되어도 국회 과반수를 넘는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총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대신 장관자리 몇 개? 그렇다면 거창하게 개헌안을 걸고 공개적으로 협상할 일이 아니다.

2004년 총선 이후 개헌을 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현역의원이라고는 정 대표 한명 뿐인 국민통합 21이 총선에서 아무리 약진한다 해도 일약 원내 1, 2당으로 올라설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만약 개헌이 된다 해도 그때 총리를 결정할 주도권은 다수당들이 좌지우지한다. 정 대표 몫이라고 단정짓는 건 그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다.

물론 노 후보가 당선된다면 천변만화하는 정치판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정계개편으로 당도 달라지고, 2004년 총선 결과도 지금과 전혀 다른 구도가 짜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정 대표가 요구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은 정 대표와 같이 개인의 인기는 높지만 원내 기반이 취약한 쪽에서 제기할 문제가 아니다. 정반대로 국민 대중의 인기가 높은 스타급 선수는 없지만 원내 기반만은 확고히 갖고 있는 세력, 이들이 던질 문제다.

오히려 정 대표가 갖고 있는 개인적 자산과 정치적 기반을 볼 때 이번엔 흔쾌히 물러서고 적극 도와주는 과정을 통해 대중적 이미지를 최고조로 끌어 올려,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 자리에 재도전하는 쪽이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해석이 불가능한 개헌론 집착, 28일 답을 달라**

이렇게 정 대표가 얻을 것도 없고, 노 후보 당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왜 집요하게 요구할까?

겨우 구실을 찾는다면 개헌안 수용을 계기로 자신의 국민통합 21 소속원들에게 희망을 주고, 당을 유지해 갈 힘을 얻는다는 정도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까지 유사한 개헌론을 제기해 온 자민련이나 이한동 의원 쪽을 겨냥, 총연대할 수 있는 틀을 짜 준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 대표가 통합21 유지 차원에서, 자민련과 이한동 의원 포섭 차원에서 개헌론에 매달린다고 보긴 어렵다. 이것들은 정 대표가 단일화에서 지자마자 당장 매달릴 만큼 절박한 문제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뭔가?

한나라당까지를 염두에 둔 그랜드 플랜이 있는 것인가? 너무 위험천만이다.

다음 대선 파트너를 결정할 정계개편을 겨냥한 심모원려의 포석인가? 지나치게 먼 얘기다.

도무지 해석이 불가능하다. 다시 되돌아가 순수한 정치발전의 열망 표출인가?

28일 노 후보와의 회동에서 답이 내려질 것이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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