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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우습게 보지 마"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1> 제2의 AIDS 될지도

***연재를 시작하며**

새로 프레시안에 칼럼을 연재하게 된 hari-hara, 이은희입니다. 이전에 다음(www.daum.net) 에서 과학 칼럼을 운영하다가 'hari-hara의 생물학 카페'라는 책을 묶어낸 이후, 계속해서 과학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의 칼럼 제목도 같습니다. 'hari-hara의 생물학 카페'를 통해 각종 뉴스에 숨어 있는 재미난 생물학 얘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IT의 대유행이 조금 잠잠해진 후, 사람들은 미래를 주도할 과학 기술로 BT, 즉 생명공학(biotechnology)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뉴스를 통해 휴먼 게놈 프로젝트라든지, 인간 복제라든지, 줄기세포 배양이라든지 하는 전문적인 생명공학 용어들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습니다.

저는 칼럼을 통해서 우리가 뉴스로 듣는 생명공학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동시에 부족하나마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전망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아직은 저 역시 배울 것이 많은 부족한 사람이지만, 과학과 대중을 잇는 다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 이은희

(필자 이은희는 1999년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연세대 대학원에서 신경생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태평양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


***감기와 독감은 전혀 다른 병**

"요즘 전국에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국립 보건원은 전국 병ㆍ의원을 찾는 외래 환자 1천명중, 독감 환자가 평균 4.47명으로 주의 수준인 1천명당 3명을 넘어서, 전국에 '독감주의보'를 내렸습니다. 이번 독감은 '파나마 A형'으로 고열과 심각한 두통 및 인후동, 몸살을 동반한 것으로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 백신을 맞을 것을 권했습니다."

안녕하세요, hari-hara입니다.
날이 추워지니까 여기저기서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군요. 독감은 늘 괴로운 것이지만, 이번 독감은 특히나 지독하다고 합니다. 먼저 독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먼저 말하자면 독감과 감기는 다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기도 감염을 의미합니다. 즉, 엄밀하게 말하자면 감기는 바이러스가 기도 주변에 염증을 일으켜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여러 종류여서 특징적인 치료제나 예방약이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흔히 감기약이라고 불리는 물질은 무엇이냐구요? 감기약은 거의 대부분 '대증 요법'을 위한 약입니다. 대증 요법이란 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나 병원균을 없애는 약이 아니라, 병의 증상을 없애는 약으로 기침을 줄여주고, 콧물을 마르게 하고 열을 내리게 해주는 약을 말합니다. 따라서 감기를 한방에 낫게' 해주는 특효약은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그러나, 독감은 다릅니다. 독감은 원인이 분명하며 예방 백신과 치료제(amantadine)가 존재합니다. 우리말로 독감이라고 하기 때문에 단순히 '독한 감기' 정도로 인식되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기도 감염으로 감기보다는 증상이 훨씬 심각하고 지독한 것이 특징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 타입에 따라, 증상도 심하고 급속히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A, 전염성이 적은 인플루엔자 B, 잘 발생하지 않고 증상도 가벼운 인플루엔자 C, 그리고 아직까지 인간에 대한 병원성이 불명확한 인플루엔자 D로 구별됩니다.

유행성 독감을 앓게 하는 것은 주로 A형으로 그 해에 유행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서 이름을 짓게 됩니다. 그러니까 올해 유행하는 파나마 A형 독감은 파나마에서 최초로 발생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병이라는 뜻이지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해마다 조금씩 유전자형을 달리하여 유행하기 때문에 BCG(결핵백신)이나 간염 백신과는 달리 독감 백신은 매년 맞아야 한답니다. 지난 달에 논란이 되었던 '물백신 파동'의 경우가 이런 사례입니다. 올해 갑자기 독감 백신 접종자 수가 작년에 비해 증가하는 통에 미리 만들어 두었던 백신이 부족해지자, 일부 보건소나 병원에서 작년에 만든 백신을 접종한 사건이었지요.

이 경우, 올해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와 작년 것은 다르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없기에 백신의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건 당국에서는 내년에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양의 백신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독감 백신은 어떻게 해서 만드냐구요? 독감 백신은 그해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리해내어, 이를 수정된 달걀에 주입해서 항체를 얻어서 정제한 것이랍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정이 수정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달걀이나 닭고기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접종할 수가 없답니다.

잘못하면 아나필락시 쇼크(알러지에 의한 급성 쇼크, 아주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로 오히려 더 위험해 지니까요. 또한 백신이 체내에 들어와 완전한 면역력을 갖추게 되기까지는 2-3주가 걸리니까, 이왕이면 독감이 유행하기 전(9-10월)에 맞아두는 것이 좋답니다. 독감 자체는 치명적인 병이 아니지만,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폐렴이나 호흡곤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접종을 해두는 것이 좋지요.

여기서 조금 역사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봅시다. 독감을 비롯한 질병과 인류와의 역학관계에 대해서 말이죠.

인간의 역사는 미생물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간은 수백만년동안 미생물들이 일으키는 질병의 타겟이었으며 인간이 이 조그만 것들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불과 몇십년전의 일이었습니다. 페니실린 이후 나타난 각종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들이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인간들의 승리를 보장해 주는 듯 싶었습니다.

지난 50여년간 인간은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전무후무한 승전고를 울려댔습니다. 불과 한 세기전까지만 해도 일단 걸리면 창백한 죽음의 신과의 영접이라고 생각했던 폐렴이나 결핵이 이제는 때맞춰 병원에만 가면 살아날 수 있는 병으로 인식되어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코가 문드러지고 전신에 반점을 보이며 치매증상으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매독 역시 이제는 단지 부끄러운 병일뿐, 무서운 병이라는 생각은 많이 엷어졌습니다.

***인플루엔자, '제2의 에이즈' 될지도 몰라**

그러나, 요즘들어 이 미생물들이 심상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답니다. 인간들에 의해 수세에 몰린 이 미물들이 반격할 태세를 갖춘 것이지요. 실제로 통계상 폐렴에 의한 사망자의 수는 1980년대를 최저점으로 해서 다시 증가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바로 20세기의 흑사병이라고 불리우는 'AIDS' 때문이지요. 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미 앞에서도 말했듯이 유전자 변환을 일으킨 돌연변이 미생물들이 대거 생겨났기 때문에 제 1세대 항생제들은 사용 불가능한 것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요. 인류는 또다시 미생물들과 대전쟁을 일으킬 것이냐? 그렇다면 이번엔 어떤 병이 유행할 것일까요? 폐렴? 페스트? 천연두?

흥미롭게도 현재 학자들이 다음 후보로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인플루엔자(독감)'입니다. 설마 병자나 갓난아이가 아니고서야 독감 따위로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1918년, 최악의 인플루엔자가 전세계를 휩쓸었을때는 2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하찮은 독감으로 사망했습니다.

그 후로 인플루엔자는 조금씩 모양을 바꿔가며 10여년에 한 번 꼴로 전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플루엔자 10년 주기설'인데 지난 1987-8년에 대유행이 지나간 이후에는 다음 주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지요.

올해 갑자기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발병시기도 빨라지면서(원래 독감은 1-2월에 최고로 유행하는데, 올해는 훨씬 이른 11월부터 환자가 속출하고 있거든요) 혹시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다시 한 번 세계를 휩쓸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본격적인 인플루엔자 유행철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유행이 인플루엔자 대유행일지 아닐는지, 또는 대유행과 참사를 가져올지, 아님 그냥 감기몸살 쯤으로 며칠 괴롭히다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미생물들은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으며, 엄청난 숫자로 증폭할 수 있습니다.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에겐 '감정'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죠. 만약 대형사고가 나서 전세계 인구의 1%가 죽었다고 한다면, 곧 세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엄청난 분노와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미생물들은 자신의 동족 중 반수 이상이 죽어나갔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 사회의 가장 허약한 고리인 어린아이와 노년층부터 공격해 들어올 것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독성을 그대로 가진 돌연변이라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조차 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급격히 쇠퇴한 원인 중 하나가 인플루엔자와 홍역의 창궐로 인한 시민 수의 감소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미생물(微生物)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존재이지만, 그들의 힘은 결코 미미하지 않답니다. 작은 것이 위대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할 정도로. 그들에게 대항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로 무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내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가장 정교하고 완벽한 미생물 방제 시스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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