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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노사정합의' 정신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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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노사정합의' 정신 살려야

<긴급제언-남재희의 체험적 정치개혁론> <3> 사회정의

젊을 때는 정치를 말하라면 민주주의와 복지만을 말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그림을 바로 보려면 민주주의를 대전제로 깔고 ‘경제성장ㆍ복지ㆍ사회안정’의 세 가지를 합쳐서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그 세 가지 축이 모두 충족되고 또 균형을 취해야 한다고 본다. 세 가지 축은 서로 연관되고 영향을 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제성장을 말할 때에는 누구나 자유시장경제를 말하고 또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때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중국의 떵샤오핑은 파리에서 고학하며 공부할 때 국수가게를 연적이 있다 한다. 북경대학의 도서관 사서만 한 마오쩌뚱과 국수가게를 경영한 등소평 등의 실리적인 경제정책이 그 때문이었다면 너무 확대해석한 것일까.

한때 마지막 재야 운운하며 신문에 오르내렸던 장기표씨는 나와의 대포자리에서 한번 중소기업을 경영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진지하게 말하였다. 한 5년 전쯤 일이니까 그때 이른바 거대담론의 시대가 지나고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몰려올 때다. 아무튼 그의 생각이 그럴싸하게 여겨졌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한 정책토론에서 대학졸업 후 한때 죽 장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보진영사람 치고는 이데올로기라는 것과, 거기에 따른 생경한 용어들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실제적인 언동을 하여왔기 때문이다.

경제문제를 생각할 때 꼭 다룰 것이 이른바 신자유주의ㆍ세계화의 문제이다. 이 물결은 불가피한 물결이고 우리가 거부하려야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세계경제에 밀접하게 엉켜 있다. 북한도 점차 발을 들이밀어 경제특구 구상을 펴고 있다.

다만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라는 그 문제의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운운하며 약소국에 강요했던 IMF의 조치들이 실은 미국 월 스트리트(Wall Street)의 이익을 반영하는 것들이었음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그 물결이 세차다 하여도 우리는 사람을 지켜야 한다. 즉 고용문제다. 일자리 나누기 등의 방식을 채택한 나라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도 튼튼한 사회안전망으로 뒷받침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만 농업의 특별배려이다.

전에 미국의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에서 한 추천연설자가 “개척시대 서부로 가는 포장마차 행렬에서 노약자들이 짐이 될 뿐이라고 그들을 버리고 행진할 수가 있었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감명을 받았었는데 신자유주의ㆍ세계화의 물결에 농업을, 농민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합의가 거의 끝난 이야기이다. 우리의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경제성장의 문제와 복지의 문제를 연관지어볼 때에 중요시할 것은 IMF 위기가 왔을 때 김대중 정부가 주도하여 이룩한 제1차 노사정합의라는 사회협약이다. IMF 위기도 있었고, 김대중 정부의 호기의 개혁의욕도 작용하여 제1기 노사정위원회는 훌륭한 사회협약을 이루어냈다. 당분간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거기에는 1. 기업은 근로자의 참여증진에 노력 2. 보유과세 강화, 변칙적인 상속ㆍ증여 과세 강화 3. 금융소득 종합과세, 주식ㆍ채권 등 양도차익 종합과세 4. 민영화 등 주요정책 수립시 공공부문 노사대표의 의견 적극 수렴 등등이 담겨 있다.

마치 마술사의 모자에서 비둘기가 나오고, 손수건이 나오고, 토끼가 나오듯, 그 합의를 잘 발전시켰으면 참 좋을 뻔했다. 그런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사회협약은 조합주의 이론에 바탕을 두기도 한 것인데 오트스리아, 스웨덴 등에서 잘 이루어졌고 독일 등 기타의 많은 유럽나라에서 단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미국서도 지난날 경제위기 때 경험한 바 있다.

사회협약이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 나라들에서도 그렇듯이, 집권자의 무게가 실려야 한다. 김영삼정부 때는 노동부장관만 내세우고 실제 힘을 가진 경제기획원장관은 뒤에 물러나 있고 대통령은 나서지 않아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한국노총만 인정하고 강력한 민주노총의 전신은 배제하는 등의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IMF 위기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앞장서 무게를 실었기에 그런 대로 성공할 수 있었다.

요즘 후보들간에 노사정위원회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음을 본다.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ㆍ복지ㆍ사회안정이란 차원에서 볼 때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문제라고 본다. 비록 노동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점차 약화되는 추세라지만,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여기서 헌법 제119조를 생각하게 된다. 그 제2항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가끔 재계의 권위있는 학자들이 개폐하자고 주장하는 헌법 조항이 바로 이것이다. 미국에서도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때때로 위헌판결로 방해한 것이 보수적인 대법원이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도 보수적이어서 그간 재산권에 관한 보수적인 결정을 내려왔다고 나는 본다. 왜 거기에 대한 학자들의 논란이 없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 헌법 제119조 제2항을 후퇴시키면 아마 경제분야의 헌법소원이 잇따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발목을 잡힐 것이 틀림없다. 세계화로 정부의 권한이 점차 약화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부는 시장을 제어하면서 공공성을 지키고 시민의 복리를 증진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조항은 미국식으로 말하면 김종인(金鍾仁) 조항이다. 미국에서는 법안에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이 학계나 언론계의 관례가 아닌가. 6.29선언 후 대통령직선제를 중심으로 한 헌법개정이 있을 때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종인 박사가 이 조항을 성안하고 그대로 관철시키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김 박사는 독일 유학파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이론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가능한 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사회정의와 사회보장 및 사회적 진보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장경제질서라고 정의하는데, 이 원리에 따라 독일의 경제는 성장했고 복지와 사회안정도 훌륭히 이룩했다.

김 박사 이야기를 더하면 그는 서울대 총장이 된 경제학자 정운찬(鄭雲燦) 박사와 의기투합하고 있다. 정 박사는 미국 유학파로 네오케인지안(Neo-Keynesian)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김ㆍ정 박사팀이 제시하는 모델과 정책방향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사회안정은 비교적 처방이 분명한 분야이다. 얼마 전 경제전문가로 명성이 있는 남덕우(南悳祐) 전 총리를 만났더니 그는 법치와 반부패를 당면한 중요과제로 말한다. 사회안정은 경제성장과 복지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과 떼어놓고 말하면 법치와 반부패의 두 가지가 핵심이라 할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조사가 훌륭한 참고가 된다. 그 기구서 매년 내는 부패지수를 보면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덜 부패한 나라이고 싱가포르(5위), 캐나다(7위), 영국(7위), 미국(16위), 프랑스(25위), 이탈리아(31위) 등을 거쳐 한국은 40위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에 발표된 것을 보면 최하위는 102위인 방글라데시인데, 한국은 부패국가 중위권, 그러니까 매우 부패한 나라이다. 그 지수는 공직자들의 부정을 중심으로 측정한 것이다. 상식적으론 생각하여 정치인ㆍ기업인ㆍ관료의 세 기둥 가운데 정치인이 주범이라 할 것이다. 그 말에 이의가 있으면 전ㆍ노 두 대통령의 경우를 상기하기 바란다. 김영삼ㆍ김대중 대통령의 측근들도 부패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누구 말처럼 정치는 정말 4류이다. 정치의 부패를 생각할 때 정경유착, 재벌, 패거리 자본주의 모두가 관련되어 있다. 정치적인 돈의 용도를 중심으로 보면 선거자금이 대종이고, 비대한 정당조직의 문제, 정치자금법의 허술함 등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참여연대, 경실련 등 NGO들이 그동안 열심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런데도 정치자금법을 입법자들이 깔아뭉개버렸다. 국제투명성기구라는 명칭에도 나타난 바와 같이 핵심은 모든 분야에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다.

부패의 문제와 관련되어 생각되는 것이 사회의 도덕적 기반 문제다. 성숙된 현대적 시민의식의 요청 말이다. 에토스(ethos)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설명이 필요없이 우리 사회는 해방, 6.25, 연이은 정변, 급격한 산업화ㆍ도시화로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이다.

거기다가 세계에서도 많지 않은 다종교사회로 불교ㆍ유교ㆍ기독교가 정립하고 있고 샤머니즘이 밑바탕에 있다. 그러니 지도자는 지도자대로 문제가 있고 사회는 사회대로 윤리적 바탕이 잡히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덕운동을 하고 있다. 윤리학자ㆍ사회학자들이 글을 쓰고 있다.

여기서 비전문가로 외람되게 한마디 한다면 나는 사람이 아닌 도구들이 이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는 달리 운전에 따른 도구적 합리주의를 체득하고 있다. 자동차에 붙여진 “운전은 양보와 질서, 그리고 여유”라는 스티커를 보았다. 그거다. 지금 자동차가 얼마나 홍수를 이루었나. 핸드폰, 컴퓨터, 인터넷 등등의 도구들이 비슷한 도구적 합리주의의 훈련을 할 것이며, 우리 사회에 어떻든 21세기적 에토스, 윤리가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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