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한자 성(姓)을 한글로 표기하면서 일방적으로 두음법칙을 적용토록 강제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민사1부(재판장 손차준)는 12일 柳 모(81) 씨가 호적 성의 한글 표기를 '유' 씨에서 '류' 씨로 정정해달라는 호적정정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항고심에서 호적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가가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의 한글 표기에 두음법칙 적용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상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 소수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보장과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단순히 성씨의 한글 표기 통일을 위해 성에 두음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적 이념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성은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고 혈통의 상징하는 기호인 데 성의 '柳' 씨를 '유'로 표기하더라도 한글 표기만으로는 역시 '유'로 표기되는 '劉 씨, 兪 씨'와 구별되지 않고 성에 대해 두음법칙 적용을 강제할 만한 정당한 목적이나 구체적인 이익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성에 대한 두음법칙 강제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 내지는 제한하는 규정인데도 법률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행정규칙인 대법원 예규(제520호 제2항)로 규정한 것은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유(劉, 兪) 씨 등과는 달리 한글 이름 성을 '류' 씨로 불러 온 '문화 柳 씨' 후손들과 일부 '리(李)' 씨, '라(羅)' 씨 문중 등의 호적정정신청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柳 씨는 '문화 柳' 씨로 그 성의 올바른 한글표기가 '류'임에도 호적에는 두음법칙을 적용, '유'로 잘못 기재돼 있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원에 호적정정신청을 냈으나 지난 3월 1심에서 기각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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