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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함께 엄낙용 만나고도 보도내용은 '극과 극'

민실위, "조중동의 편향과 한겨레의 역편향" 지적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언론의 손잡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언론의 손잡기 보도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 사례가 바로 4억달러 대북송금설로 논란을 빚고 있는 산업은행의 4천억원 현대상선 대출금을 둘러싼 보도태도다.

17일자 조간신문을 보면,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외에 다른 신문들은 보도하지 않은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4천억원 의혹대출의 발원지가 됐던 엄낙용 전 산은 총재가 4개지 경제부장들 하고만 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나 문제가 되고 있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결과다.

<사진 조선 중앙 동아일보(순서)의 17일자 엄낙용 전 산은 총재 인터뷰 기사>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 만나고도 보도내용은 상반돼**

그런데 한 자리에서 만난 조중동과 한겨레의 기사제목과 보도내용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는 '"산은 현대상선 대출설은 사실"(동아일보 2면) '"대북지원 대출 무질서해 고민했었다"'(조선일보 4면) '현대상선 4000억 대출 상부 지시 등 "국감서 말한 것은 모두 사실"'(중앙일보 8면)이라고 보도하며 계속 현대상선 대출금이 대북지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

<사진 한겨레신문의 17일자 관련기사.>

반면 한겨레는 1면 하단에 '엄낙용씨 "4천억 사용처 모른다"-"발언파문 미안하게 생각"' 제하의 상자기사를 통해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16일 (대북비밀지원설로 논란을 빚고 있는) 현대 대출금 4천억원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산은의 현대상선 대출과 대북비밀지원 의혹은 별개문제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엄낙용 전 총재의 발언이 정반대의 뉘앙스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를 제외한 3개지는 경제부장의 이름을 바이라인(byline)으로 처리하기가 뭐했는지 금융권 출입기자들의 이름을 빌어 기사화했다.

구체적인 보도내용을 살펴보자.

동아일보는 12일째 잠적중인 엄 전 총재가 16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지난 달 25일과 지난 4일 국감에서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라며 "개발도상국은 정치지도자가 외국에서 오는 원조 등을 군사용이나 체제유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대북지원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엄 전 총재가 자신의 국감 발언을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현대상선의 김충식 사장이 이 대출금을 어디에 썼느냐고 말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검찰에서 물으면 답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엄 전 총재가 "산은 총재 시절 대북지원과 관련된 대출이 무질서하게 이루어져 고민했었다"고 말했다며 4천억원의 대북지원의혹을 상기시켰다.

4개지 가운데 가장 지면을 많이 할애한 중앙일보는 엄 전 총재의 "현대상선 대출은 통상적인 대출이 아니다" "대북지원금이 북한의 무기사용에 쓰였을까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등의 발언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금강산 관광객 1인당 1백달러씩 북한에 공식적으로 줘야 하는 입산료로 이 대출금이 쓰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엄 전 총재는 "그런 돈은 다 장부에 별도로 나와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중동 3개지 모두 한겨레가 보도한 엄 전 총재의 "4천억원 사용처 모른다"는 발언은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대북지원금이 무기사용에 쓰였을까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등의 발언은 인용하지 않았다.

조중동 3개지만 보면 한나라당이 제기한 4억달러 대북지원설의 주요 증인인 엄 전 총재가 대북지원 의혹은 여전하다는 쪽으로 읽히고, 한겨레를 보면 엄 전 총재가 정확한 돈의 사용처도 모르면서 추정만으로 대북지원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이해된다. 진실은 무엇일까.

관련기사 작성에 관여한 한 기자는 "엄 전총재의 발언 자체가 왜곡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로 입장이 다르다보니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자신들이 중점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말만 골라서 보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요컨대 4개지가 보도한 엄 전 총재 발언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각 신문이 보도하는 내용은 전혀 다른 뉘앙스와 의미, 사실관계를 전달하고 있다.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편향성이다.

***언론노조 민실위: '4억달러의혹'에 대한 중앙일간지 보도태도**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이와 관련, 17일 ''4억달러의혹'에 대한 중앙일간지 보도태도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중앙일간지들의 관련보도를 분석했다. 분석대상은 조중동 3개지와 한겨레 한국 경향 대한매일 등 7개 종합일간지였다.

<표 4억달러 의혹에 대한 보도태도에 따른 기사분류>

민실위 보고서는 조중동 3개지와 한겨레의 상반된 보도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6일간의 분석대상 기간중 관련기사가 가장 많은 신문들은 조선일보 98건에 이어 중앙일보 93건, 동아일보 91건 순이다. 반대로 가장 적게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로 51건이었다. 이밖에 경향은 55건, 대한매일은 64건, 한국일보는 78건을 보도했다.

관련보도중 4억달러의 대북지원 의혹을 제기한 기사건수는 조선일보 39건(25.1%) 동아일보 33건(36.3%) 중앙일보 32건(32.7%) 순으로 역시 조중동이 가장 많은 반면, 한겨레는 단 3건(5.9%)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반면에 현대그룹 등의 의혹해명과 반박을 다룬 기사는 조선일보가 단 1건(1%)에 불과하고 동아일보 5건(5.5%), 중앙일보 6건(6.5%)에 그친 반면, 경향과 대한매일은 각 7건(12.7%와 10.9%), 한겨레 6건(11.8%)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가운데 사설과 칼럼을 통해 정부를 비판한 횟수 역시 조선일보가 15건(15.3%)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 10건(10.8%), 동아일보 9건(9.9%)이 뒤를 이었다.

***"조중동의 몰아가기식 미확인추측보도와 한겨레의 역편향 두드러져"**

민실위는 총평을 통해 "전반적으로 조선 중앙 동아가 '4억달러 의혹'관련 보도 기사수가 많았던 만큼,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느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미확인 추측보도'나 '예단보도'도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또한 면책특권이 보장된 '국정감사장'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국회의원들의 한건주의식 터뜨리기를 여과없이 '중계보도'했다는 점도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반면 한겨레신문 등은 이 사건과 관련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보도량을 기록했다"며 "특히 한겨레신문의 경우 가장 적은 보도건수를 보였고, 또한 의혹제기보다 '의혹해명이나 반박' 관련기사를 더 많이 다루는 등의 역편향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공정성을 다시 한번 돌이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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