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의 8일자 사설 '평양과의 매몰찬 회담(Talking Tough With Pyongyang)'의 주요 내용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자매지 월스트리트저널과 함께 부시행정부의 현실인식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제 켈리가 부시의 메시지를 전달한 이상 미국의 최선의 전략은 파산한 김정일이 조바심을 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북한이 정상국가로 행동할 때까지는 정상적인 대화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진실"이라면서 북한이 미국과 의미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최소한 핵과 생화학무기계획을 공개하고 다른 불량국가에 대한 미사일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이 먼저 대량살상무기 등에 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미관계의 진전은 있을 수 없다는 부시행정부의 강경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강권으로 부시행정부가 20개월만에 대북대화를 시작했으나 그 전개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사설은 또 "일본은 자국민의 납치를 시인한 정권과의 수교회담을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음으로써 미국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해 일본의 조기 대북수교 움직임에 대해 경고했다.
***'평양과의 매몰찬 회담'/AWSJ 8일자 사설**
부시 행정부와 북한 김정일 정권 간의 최초의 주요 대화는 철저히 실무적인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이끄는 미 대표단이 평양에 간 것은 일방적 통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고위 특사의 평양 방문 때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무엇보다 환영이 판이했다.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갔을 때의 야단법석은 간 데 없었다. 그녀가 굶주리는 수천 명의 다른 어린이들을 망각한 채 고위층을 위한 유치원에서 미소짓는 어린이들과 춤추는 모습을 보여준 TV 장면은 악의 정권과 친구가 되려던 클린턴 행정부의 시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야단법석이 없었고 심지어 수행 기자단도 없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북한 외교관과의 지난번 담소를 북한이 선전 자료로 이용하려 한 이후부터 더 이상 흥미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양은 지난 8월 지역 회의에서 있은 15분간의 커피 타임을 미국과의 전면 대화가 재개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북한은 갈수록 그런 식이었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행동할 때까지는 정상적인 대화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진실이다. 최소한 핵과 생화학무기계획을 공개하고 다른 불량국가에 대한 미사일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3일간의 회담에서 켈리 특사가 북에 전달한 메시지는 대화를 계속하고 싶으면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라는 것이다. 후속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평양이 좋은 행동을 시작하더라도 아무런 대가도 없다는 것을 일러준 것이다.
이런 접근은 클린턴 시절 북한에 뇌물을 준 사람들에게는 저주가 될 것이다. 그들의 잔영은 아직도 국무부의 한 구석에 남아 있다. 그들은 북한이 하는 모든 일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신조로 삼았다. 심지어 10여개의 핵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2기의 원자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수개월 동안 부시의 강경노선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한심한 예측을 내놓았다.
따라서 뇌물 제공자들이 켈리 특사가 지난 주말 북에 일방적 통고를 하고 온 후 일어난 일을 설명하자면 골치가 아플 것이다. 북한은 일요일(6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상투적인 역정을 내기는커녕 "미국 안보에 걱정을 끼치는 문제들을 제거할 방안을 찾자"고 제의했다.
북한의 악의 지도자는 세상이 자신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돌아가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게 확실하다. 대량살상무기를 협상 도구로 사용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그의 유일한 선택은 그런 무기들을 처분하든가 아니면 권좌에서 추방될 때까지 고립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평양정권도 최소한 클린턴 시절에 사용한 묘기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하다. 그들의 절망감은 중국과의 국경 도시 신의주에 자본주의 도시를 건설하고 외자를 유치하여 정권 붕괴를 막아보려던 계획이 타격을 입음으로써 더욱 심화되었다.
북한이 희망으로 삼은 중국 부호 양빈은 중국 경찰에 연행되어 가택연금상태에 있다. 탈세 및 불법 부동산 취득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가 양빈 장관 임명을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은 데 따른 중국의 화풀이인지 아니면 제16차 중국 공산당대회를 앞둔 권력투쟁 때문이지는 몰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즉 양 장관은 평양의 텅빈 금고를 가까운 장래에 채워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켈리가 부시의 메시지를 전달한 이상 미국의 최선의 전략은 파산한 김정일이 조바심을 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민의 납치를 시인한 정권과의 수교회담을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음으로써 미국을 도울 수 있다.
북한이 다소 발광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위협에는 더 이상 무게가 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태가 시사하듯 그들이 부시 행정부에 굴복, 대량살상무기 생산을 중지하는 길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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