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간의 역사적인 북일정상회담 이후 일본언론들은 '연내 북일수교' 가능성을 예상하며 흥분하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과 일본간의 국교정상화는 한반도의 냉전구도를 깨는 일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북일수교에 따른 일본과의 경제협력으로 북한은 경제재건에 필요한 엄청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연내 북일수교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북한문제 전문가인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와의 긴급 전화대담을 통해 여내 북일수교 가능성과 함께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와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북한, 줄 건 다 주었다"**
프레시안: 북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언론들이 연내 북일수교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는데...
이종석: 우선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엄청난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 납치자들의 안부를 공개하고 사죄하는 동시에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남측이 지난 4월 특사회담 등을 통해 납치자 문제 해결을 권고했지만 이 정도로 통크게 나올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납치자 문제에 대해 북한은 줄 건 다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내 북일수교'를 예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인 것같다. 우선 납치자 문제가 해결됐다고는 하지만 일본언론들 자체가 사망자가 너무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당초 11명중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8일자 일본언론에 따르면 13명 납치에 8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일본 내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두고 보아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북일 수교는 곧 1백억 달러 내외로 예상되는 경협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중대한 외교수단(leverage)이 상실되는 것을 뜻한다.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마당에 미국이 이를 용인하겠는가.
***미사일 발사시험 무기한 동결로 2003년 위기론 상당 부분 해소**
프레시안: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시험발사의 무기한 동결과 함께 (대량살상무기 등에 관한) 국제협약 준수할 것을 약속했는데...
이종석: 그것은 중대한 진전이다. 무엇보다도 2003년 위기론의 주요한 근거 중 하나가 소멸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번 약속으로 동북아 지역은 한층 더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미국 정부의 공식반응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단 환영할 것으로 본다. 동북아 지역의 최대 맹방인 일본이 이루어 놓은 업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은 최근까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에 편승해 왔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방향선회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쪽에서 납치자 문제를 비롯, 핵 및 미사일 문제 등과 관련해 '선물'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의 화해ㆍ협력이 진전된 것 외에 고이즈미의 외교적 활동공간이 넓어졌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앞으로 고이즈미의 외교적 행보를 간단하게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부시행정부 내에 포진해 있는 강경파들이 북일 수교 등 동북아의 화해무드를 아무 이견 없이 받아들이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반도 해법에 '고이즈미 변수' 출현**
프레시안: 결국 문제는 북미관계라는 얘긴데...
이종석: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미국내 매파가 문제다.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관련,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은 미사일 시험발사의 무기한 동결과 국제협약 준수를 약속했는데 앞으로도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을 상대로 한 통 큰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자간 협약, 또는 제네바합의 등 북미 양자간 협약의 준수 의지를 밝히면서 북미관계를 돌파해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앞으로 북일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종석: 우선 납치자 문제의 뒷처리가 있다. 생존자의 송환 의사는 북한측이 이미 밝혔지만 사망자들의 사망 경위 확인과 사체 인도 등의 후속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다음은 경협자금 규모를 확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65년 한일수교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협력 방식을 취하기로 큰 테두리의 합의를 했지만 경협자금 규모를 결정짓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일본의 대북 경협은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 수교 교섭을 진행해 나가면서 본격적인 경협 규모와 방식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의 진전 여부가 그 진행속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연내 북일수교 가능성'을 묻고 싶다.
이종석: 경협 자금 규모를 결정하는 데만도 기술적으로 연내는 어렵다고 본다. 일본측이 대강의 규모를 제시한 후에 줄다리기를 해야 할 텐데 쉽사리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 미국 변수가 있다. 대량살상무기 문제 대한 완전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채 일본의 막대한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미국이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표부 개설 등 준외교 관계를 수립할 가능성은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여기에도 미국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대량살상무기 문제 등에서 북미관계의 진전이 가시회될 경우 북한과의 관계개선에서 일본이 미국을 앞서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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