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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폭탄테러 때 미국은 뭘 했나"

<9.11 1주년> 아프리카 시각 '남의 고통도 나눌 줄 알아야'

9.11 1주년을 맞은 아프리카는 착잡하다. 9.11로 희생당한 미국인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시하면서도 지난 98년 케냐 나이로비의 미국대사관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2백79명의 케냐인과 12명의 미국인이 죽고 5천명 이상이 부상당했을 때 보여준 미국의 무관심이 새삼 기억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국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에 대해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며 전 세계를 전쟁의 광풍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테러의 희생자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표명조차 하지 않았던 기억이 9.11 1주년을 맞는 아프리카로 하여금 씁쓸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9.11 1주년을 맞이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권운동단체인 '아프리카액션(Africa Action, AA)'은 지난 10일 9.11 1주년을 맞아 아프리카의 지식인들과 AA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한 미국인이 미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모아 발표했다.

***KHRC "9.11이 선악에 따른 이분법을 정당화시키지는 않는다"**

케냐인권위원회(Kenyan Human Rights Commission, KHRC) 의장인 마카우 무투아(Mutua) 교수와 윌리 무퉁아(Mutunga) 사무처장은 '전쟁과 테러리즘, 인권'이란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9.11 1주년을 맞아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미 국방부에 대한 테러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세계와 함께 추모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모든 나라에 특히 테러와의 전쟁중인 미국에 대해 국제법의 규율과 인권, 공정성, 그리고 겸허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KHRC 논평은 자살테러에 의한 9.11 사태가 동부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자신들에게는 낯선 것이 아니라며 지난 98년 8월 나이로비의 미국대사관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수백명이 죽고 수천명이 부상당한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부시 행정부가 9.11을 통해 놓치고 있는 교훈은 "우리는 복수의 화신이 돼서는 안되며 어떤 나라 전체를 목표로 삼거나 정의를 추구한다는 확신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9.11 이후 미국은 국내외 정책을 통해 자유와 인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미국이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면 그 방법은 인간적이고도 법적인 테두리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논평은 미국이 이슬람권과 아랍계 미국인을 타깃으로 적대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므로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은 도덕적인 의무와 법적 의무 모두를 잘 지켜 보다 나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HRC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이같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어 유감"이라며 너무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미군의 공격에 의해 학살당했다고 비판했다. KHRC는 또 이같은 미국의 복수는 반미감정을 폭발시키고 그에 따른 적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미국은 9.11 자살테러가 왜 일어났는지, '왜 그들은 미국을 미워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고 공개적인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HRC는 9.11이 선악에 따른 이분법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며 문화와 종교, 빈부간, 남북간의 진정한 대화만이 9.11의 악령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KHRC는 또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10년 전 걸프전 이후 이라크는 미국의 제재조치에 의해 후세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지옥같은 곳이 됐다고 지적했다. 즉 이라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은 국가붕괴와 사회불안 연장, 여성 어린이 노약자 등의 말못할 고통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KHRC는 이외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해결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촉구하며 미국은 98년 나이로비 폭탄 테러 때 보여준 이기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다른 나라와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미국인 샐리 부커(Salih Booker) 아프리카액션(AA) 사무처장은 지난 5일 내셔널퍼블릭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논평에서 보다 신랄하게 미국을 비판했다.

***"남의 안전을 보장해야 미국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부커 사무처장은 자신이 살았었고 자주 방문하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최근 돌아왔다며 9.11 1주년을 맞자 98년 케냐 나이로비의 폭탄테러 사건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공식적인 미국의 태도는 매우 적은 관심 표명에 그쳤다며 '테러와의 전쟁'도 선포되지 않았었다고 지적하고, 미국 언론이나 국민들이 케냐의 고통을 외면했던 이유가 아마도 폭탄테러가 발생한 장소가 아프리카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부커 사무처장은 "반면 9.11이 발생하자 아프리카인들과 아프리카 국가 정부들은 미국인에 대해 정말 많은 애도를 표명했다"며 희생자를 추도하는 기념행사가 아프리카 전 대륙에 걸쳐 치러졌고 경제적 지원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세네갈은 30개국을 초청해 국제테러리즘에 대응할 방법을 찾는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부커 사무처장은 미국인들은 현재 가장 큰 위협인 테러리즘, AIDS, 지구온난화, 가난 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공유할 책임이라며 회피하면서 국가안보만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여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빈곤퇴치와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정상회의에도 불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이 문제들은 아프리카의 생존을 위한 당면과제라며, 이는 또한 왜 아프리카인들이 미국에 대해 슬픈 9.11의 결과로 인해 변화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해답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여름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들은 친구들의 충고는 "오늘날 가장 큰 위협은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라 바로 21세기 워싱턴의 정책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안보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행동이 다른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한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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