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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전임 대통령들로부터 배워라"

리언 시갈, "북한에 공갈협박은 통하지 않아"

다음은 미국의 원로 언론인이자 북한문제 전문가인 리언 시갈(뉴욕소재 사회과학연구협의회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담당 책임자)이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일자에 기고한 '협박과 공갈은 북한에 결코 통하지 않는다(Bluff and Bluster Never Are Effective With North Korea)' 제하의 칼럼이다.

시갈은 이 글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협박은 이제까지 한번도 통한 적이 없었으며 레이건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은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결국은 북한과는 외교적 거래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부시 현 대통령도 이같은 전임 행정부의 교훈을 배우라고 충고하고 있다.

시갈은 특히 지난 94년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낸 미국측 수석대표 로버트 갈루치의 말을 빌어 “기본합의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해석은 합의서 문구나 기타 협상 과정의 어떤 대목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제네바합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며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부시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이미 지난해부터 최근(8월 13일) 외교부 성명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력공급을 조건으로 국제 핵사찰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부시행정부가 아무런 대가 없이 북한의 핵사찰 수락만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시갈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재직하던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북미관계에 관한 수십편의 칼럼을 쓰면서 북한문제를 연구해 왔으며 지난 98년에는 공갈협박과 외교협상이 교차해온 북미간 협상 패턴에 관한 저서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Disarming Strangers)'를 펴낸 바 있다. 편집자

***'협박과 공갈은 북한에 결코 통하지 않는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일자**

북한이 한국과의 화해노력을 재개하고 오랫동안 지연된 일본과의 수교회담도 다시 시작하려 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 북한은 지난 4월부터 미국과의 군사회담 개최도 기다려왔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1994년 미국과 맺은 핵동결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왜 그럴까?

북한의 한ㆍ미ㆍ일 3국과의 협상은 냉전시대 적대국과의 증오를 청산하려는 10여년에 걸친 오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고한 북한 지도자 김일성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평양은 핵폭탄 제조계획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워싱턴에 압력을 넣어 기본합의의 약속대로 2003년까지 대체 원자로를 공급하고 경제 제재를 완화하며 기타 적대 조치들을 청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워싱턴이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자 평양은 합의 파기를 위협했다. 북한은 또한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보상으로 전력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평양은 지금 미사일 문제에도 같은 전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들은 1998년부터 미사일 계획을 동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잘만 되면 북한은 궁극적으로 미사일 계획을 단념하고 서울에 대한 장거리포의 위협까지 완화할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외국 정책 관측통들은 북한의 협상제의를 믿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경제원조만 얻어내려는 협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북한은 단지 외교적 보복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즉 미국이 협조하면 협조하고, 배반하면 보복한다는 것이다.

수년간 미국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2000년 10월에는 양국이 “어느 정부도 상대 정부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갖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북한이 최근 제네바합의 파기를 위협하는 것은 '비적대적 의도'를 포기하고 기본합의를 변경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부시행정부의 이같은 의향은 지난 8월 7일 제네바합의에 따라 건설되는 첫 번째 경수로 타설식에서 가장 분명히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미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당장 받으라고 요구했다. IAEA는 사찰을 통해 북한이 과거 생산한 플루토늄 양을 확인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한과 협상한 미국 수석대표 로버트 갈루치에 의하면 북한의 플루토늄 재고량을 파악하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경수로 건설이 완료되는 2005년까지는 북한은 핵사찰을 받을 의무가 없다.

“기본합의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해석은 합의서의 문구나 기타 협상 과정의 어떤 대목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갈루치가 지난 4월 무기통제협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또 경수로의 주요 부분이 완공되고 핵관련 핵심 부품은 공급되지 않은 시점에 가서 북한은 IAEA의 사찰에 응하도록 합의서에 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형국은 부시 행정부의 우파들이 합의서 규정을 무시한 채 합의 자체를 폐기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바보같은 짓이다. 평양은 지난 해 전기와 핵사찰을 교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북한은 8월 13일자 이 문제에 관한 가장 최근의 성명에서 문제의 제의를 더욱 분명히 천명하면서 “미국이 응하면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한 미국이 거래할 의사가 없다면 북한도 합의를 깰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협상에 의한 주고 받음이야말로 핵확산 위협에 관한 행정부의 우려를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존 볼튼 미 국무차관은 북한이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핵확산금지조약을 위반하면서 '비밀핵무기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6월 1일 북한과 이라크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은 “최악의 위협이 등장하기 전에 그에 대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다른 핵 시설이 북한에 실제로 존재한다 치더라도 정확한 장소를 모른 채 어떻게 그것을 공격한단 말인가? 군사적 위협은 남북 화해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까지도 미국을 적대시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평양에 대한 협박은 과거에도 통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레이건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취임 이후 시기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북한과의 대등한 외교거래를 시도했고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부시 대통령은 전임자들에게서 교훈을 배워 같은 방법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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