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단행할 경우 막대한 전비 부담과 유가 상승 등으로 미국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28일 미군 수뇌부가 이라크 침공보다는 현재의 봉쇄정책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계획에 대한 미 주요 언론들의 회의적 보도가 계속됨에 따라 앞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응 및 미국내 여론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관리와 외교관 및 경제전문가 등의 의견을 인용한 이 기사에서 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경우 지난 91년의 걸프전 때와는 달리 전비를 거의 홀로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걸프전 당시 총 전비규모는 약 6백11억 달러(현재가격 7백99억 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약 80%(4백84억 달러)는 사우디, 쿠웨이트, 일본 등 미국의 우방국들이 분담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전쟁의 경우 이들 우방국들이 전비를 분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따라서 전비의 거의 대부분을 미국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쿠웨이트의 한 왕족은 "아프간은 혼란은 빠져 있고 중동지역은 화염 속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제3전선을 열겠다니?"라고 반문하면서 "이는 곧 문명간의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이 전비의 대부분을 부담하려면 의료, 교육, 환경 등 국내 부문에 사용될 예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미-이라크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걸프지역 전문가이며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S)의 선임연구원인 제임스 플라케는 "일반적으로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시장은 침체되고 금값은 치솟으며 유가는 천정부지가 될(shoot to the moon)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배럴당 15달러였던 유가는 두달 후인 90년 10월 40달러로 치솟은 바 있다.
9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최고 분석가로 활동했던 리처드 쿠퍼(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91년 미 경제의 침체를 불러온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빌어 부시 대통령과 최고위측근들이 전쟁비용 문제에 대한 검토는 시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형태의 군사작전을 통해 이라크 공격에 나설지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그러나 어떤 종류의 군사작전을 택하든 전쟁비용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이는 군사작전의 규모와 범위, 전술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과거 민주ㆍ공화 양당에서 각료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국방정책기획단의 위원인 제임스 슐레진저는 부시 대통령은 상당 규모의 지상군 투입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가 경제불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후세인 제거작전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이라크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계속 얘기해 왔기 때문에 만일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계의 지도국가로서 미국의 신뢰도는 크게 손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후세인 제거에 걸린 전략적 이익 및 경제적 불이익 사이의 딜레마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8일 미 국방부 고위관리와 합동참모본부의 고위 장성 등을 인터뷰한 결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라크 침공 대신 봉쇄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 수순을 밟아가는 상황에서 미군 수뇌부가 상반되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미국의 대이라크정책에 상당한 혼선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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