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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미국을 무조건 따르지는 않을 것"

'한ㆍ일, 부시행정부 정책에 의구심'-미 WP 보도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드러난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 행태와 월드컴 등 대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 사태로 한국ㆍ일본과 미국간에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일 양국의 국회의원과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 아시아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이 최근 미 부시행정부의 독선적 행태로 말미암아 갈수록 대미 추종에 어려움(uneasy)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정치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경우, 북한을 '악의 축'으로 싸잡아 비난한 부시의 발언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위협 등이 북한과의 실용주의적인 공존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정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외에 F-15K 전투기 강매의혹,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등이 일반국민들의 반미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간의 신뢰는 최근 크게 손상됐다"고 말했으며 민주당의 김성호 의원은 "이제 한국민들은 예전처럼 무조건 미국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교안보연구소의 김성한 연구위원은 "부시가 선제공격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반도에서의) 위기의 가능성은 증폭된다"면서 "그토록 중요한 문제를 부시가 한반도 상황에 대한 보다 깊은 고려 없이 단지 미 세계전략의 일부분으로만 다루는 것은 잘못"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이 신문은 일본에서는 미국기업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일본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50여년간 일본 안보의 초석이었던 미일안보조약을 폐기하자는 대담한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전통적으로 친미 자세를 유지했던 일본 보수파 내부에서도 반미 성향이 표출되고 있다면서 이들 보수파들은 친미ㆍ반미를 막론하고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 가능성을 전망했다. 다음은 '도쿄와 서울, 미 정책에 의문을 표시하다(Tokyo and Seoul Shows Doubts on U.S. Policy)' 제하의 워싱턴포스트 기사 전문.

***도쿄와 서울, 미 정책에 의문을 표시하다(워싱턴포스트, 22일자)**

대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과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들로 말미암아 미국의 아시아 최대 우방국인 일본과 한국은 점차 미국의 뒤를 따르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양국의 정치관리들과 분석가들이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를 파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의심하면서 보다 독립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정치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 한나라당의 박원홍 의원은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국이긴 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신뢰는 최근 크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도쿄 고쿠시칸대학의 이케다 소고 교수는 "일본 정부는 스스로 보다 강력해지는 한편 미국에 덜 의존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이는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군부는 미 정보기관의 실패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 지난 6월 30일 고이즈미 총리가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을 때 미 국방부는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일본에 알려 고이즈미 총리를 놀라게 했다.

일본의 일부 전략가들은 중국의 군사위협이 점증하고 있다는 요지의 이번 달 미 국방부 보고서에 대해 지나치게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 움직임도 일본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 석유의 거의 전량을 중동지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이라크전쟁에 개입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 스캔들도 고이즈미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엔화를 평가절상시키고, 일본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미국식으로 일본경제를 개조하자는 그의 주장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일본인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를 부시행정부가 거부한 데 대해 아직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지난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2명 사망사건이 한국의 반미감정에 불을 질러 이번 달 들어 일련의 시위들을 촉발시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국의 반미감정이 증대된 주요 요인으로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깎아내린 것, 그리고 미국이 한국정부에 대해 보잉사의 (F-15K) 전투기를 구매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 등을 꼽았다.

민주당의 김성호 의원은 "부시의 일방적 대외정책 때문에 양국의 동맹관계에 커다란 마찰이 일어날 소지가 많아졌다"면서 "이제 한국민들은 예전처럼 무조건 미국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한ㆍ일 두 나라 지도자들의 논의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유럽에 비해서는 보다 자제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미 군사력의 보호 하에 있으며 약 8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급격하게 독립적 노선을 취할 의향이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외교방향의 미세한 조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이는 이들 두 나라의 대미 관계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미ㆍ일관계'의 저자인 타쿠보 타다에는 "지난 해부터 보수파들 사이에 중대한 대립이 발생했으며 월간지 등을 중심으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보수파들은 최근 공산당과 사회당 등 일본의 전통적 반미세력들의 뜻하지 않은 동지가 됐다. 한편 보수파들은 친미파, 반미파를 막론하고 일본의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타쿠보는 말했다.

이같은 논의는 메인스트림(주류사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통역가이자 토론사회자인 마쓰모토 미치히로는 지난 반세기동안 일본 방위의 초석이었던 미일안보조약을 일본이 파기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일련의 공개토론을 기획할 정도로 대담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임있는 인사 중에서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중도파라고 말하는 마쓰모토는 "최근 우리는 실망과 유감이 혼합된 감정으로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미국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큰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면서 "엔론, 아더 앤더슨, 월드컴 등에 대해 실망했다. 이런 일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미친 영향 중 가장 큰 것은 미국 기업들의 회계부정 스캔들이다. 일본은 경제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모델을 찾아내기 위해 그동안 애를 써왔으며 지난 10년간 미국경제를 모델로 상정해 왔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의 경제칼럼니스트 스기야마 요시쿠니는 "최근까지 미국은 일본기업의 '투명성 결여'를 비판하면서 미국식 회계원칙을 도입할 것을 촉구해 왔다"면서 그러나 이제 "미국식 회계에 대한 일본의 신뢰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유보의 목소리는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서도 들려온다. 일본 정부기구인 일본대외교역기구의 하타케야마 노보루 의장은 지난 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기구(APEC)의 한 세미나에서 경제협력의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스캔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경제협력은 '서로 협력하여 미국의 경험을 배우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미국체제의 결점들을 발견했다"

일본 관리들은 일본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물린 부시행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하타케야마는 전했다. 야마모토 고조 의원은 미국기업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주가와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면서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일본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 대해 일본 관리들의 실망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 혼자서 싸우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부시행정부의 군사주의적 발언들이 한일 양국의 경각심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싸잡아 비난한 부시의 발언과 '악당'들에 대한 선제공격 위협 등이 북한정부와 실용주의적인 공존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안보연구소의 김성한 연구위원은 "부시가 선제공격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기의 가능성은 증폭된다"면서 "그토록 중요한 문제를 부시가 한반도 상황에 대한 보다 깊은 고려 없이 단지 미 세계전략의 일부분으로만 다루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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