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미 부통령이 지난 96년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의 홍보비디오에 출연, 이 회사의 회계방식을 극찬한 사실이 밝혀져 기업회계부정을 둘러싼 부시행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아더 앤더슨의 이 홍보비디오는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해 10일(현지시간) 공개한 것으로 체니 부통령은 이 비디오에서 앤더슨으로부터 회계법인의 통상적인 조언보다 "훨씬 좋은(over and above)" 조언을 받고 있다고 극찬했다.
당시 석유기업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였던(1995-2000년) 체니는 "나는 (앤더슨으로부터) 단순한 회계장부 감사를 넘어 우리의 사업방식과 운영방식에 관해 '훨씬 좋은' 조언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아더 앤더슨은 지난해 말 도산한 엔론의 회계관련 문서를 파기한 혐의로 지난 달 유죄평결을 받은 회계법인으로 현재 미국을 휩쓸고 있는 기업회계부정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1996년 당시 체니의 이같은 발언은 그와 앤더슨과의 관계가 통상적인 관계를 넘어 매우 친밀한 관계였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체니의 핼리버튼 재직 당시 기업회계부정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사법감시(Judicial Watch)'는 10일 오전(현지시간) 마이애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핼리버튼이 지난 99년부터 2001년 사이 이익규모를 4억4천5백만 달러 부풀려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면서 체니 부통령 등 핼리버튼의 전ㆍ현직 임직원들을 핼리버튼의 본사가 있는 댈러스 미 연방지방법원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사법감시'는 핼리버튼이 지난 98년 회계방식 변경을 통해 고객이 지불에 동의하지 않은 장기건설공사의 추가 비용을 수입으로 잡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이는 일반적 회계관행과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사법감시'의 래리 클레이먼 회장은 핼리버튼의 변칙적 회계관행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액이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이로 인해 손해를 본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소송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핼리버튼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더그 포시는 "이같은 주장은 진실이 아니며 근거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핼리버튼에 대해 갖고있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SEC는 지난 5월부터 핼리버튼의 회계관행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아무런 혐의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과 제니퍼 밀러와이즈 부통령 대변인은 이번 소송에 대해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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