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장재국 전 한국일보 회장(50)에 대해 외화유출 등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10일 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97년 수사착수 이래 5년만의 일이다. 일반범죄와는 달리 언론사 사주가 연루된 사건이 법의 심판을 받는 데는 최소한 5년이 걸린다는 서글픈 '공식'이 만들어진 셈이다.
***5년만의 구속**
서울지검 외사부(박영렬 부장검사)는 10일 미국과의 사법공조조약에 의거해 미 당국과 장 전 회장이 95-96년 4백만달러의 돈을 빌린 것으로 밝혀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미라지호텔측으로부터 투숙기록과 운전면허증, 자금대여기록 등을 입수해 장 전 회장의 외화유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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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장 전 회장이 처음에는 실명으로 카지노에 등록했다가 나중에 '장존(Chang Jone)'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며, '장존'과 장 전 회장의 카지노 개설 구좌번호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동일인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9일 오후 소환된 장 전 회장을 상대로 미라지 호텔측으로부터 빌린 돈 9백만달러중 1백86만달러를 갚지 않은 경위와 거액의 외화밀반출이 가능했던 경로 등에 집중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장 전 회장측은 여전히 "카지노 호스트인 마카오 리가 골프장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주기 위해 나를 장존이라는 큰 손 이름으로 처리했을 뿐"이라며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다. 장 전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남동환 변호사는 10일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장재국은 장존이 아니다. 장존은 실존인물로 중국계 필리핀인"이라며 "그를 직접 본 목격자와 증인도 있다. 장존이 장재국이라는 것은 카지노 호스트(마카오 리)의 장난"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지난 97년 수사 당시 미라지호텔 카지노의 전 매니저 로라최 도박리스트(수금명부)에 올라있던 최창식씨(장존의 비서)와 유명관광호텔 전 간부 임모씨 등도 빠른 시일내에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장 전 회장의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당시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검찰수사가 무혐의처리로 끝난 배경도 밝혀라"**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용백)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는 장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 97년과 99년 검찰수사가 축소되거나 은폐됐던 의혹, 혹은 권력층의 개입의혹 등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 전 회장이 지난 1월말 한국일보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이번 검찰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언론사주로서의 권력의 끈이 떨어지니까 검찰이 본격수사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두 차례에 걸친 검찰수사는 증거부족으로 장 전 회장을 무혐의처리했던 바 있다.
이에 앞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장 전 회장의 검찰 소환과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9일 '언론사 자정의 계기로 삼아라!'는 성명을 내고 "언론은 이번 장재국 전 한국일보 회장의 해외 원정 도박사건을 계기로 언론인 윤리의식 확보를 위한 자정운동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또 "검찰 역시 장 전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신문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신뢰받는 국민의 신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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