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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 부통령 회계부정혐의 등으로 고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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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체니 부통령 회계부정혐의 등으로 고소돼

'기업부정 의혹'으로 부시행정부 최대 정치위기 직면

엔론에서부터 월드콤, 머크에 이르기까지 올해 초부터 줄줄이 드러나고 있는 미국기업들의 회계부정으로 부시 대통령이 집권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한 ‘기업부정 방지대책’에 대해 시장 및 주류언론들마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등 현 행정부 고위인사들의 과거 기업회계부정 의혹의 진상을 밝히라는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9일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인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미국기업 내에 만연한 회계부정 등 기업의 사기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업부정에 대한 징역형기 2배 연장(10년형) ▲문서파기법의 강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권한 강화 및 예산 확충 등을 골자로 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 이후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부시 대통령의 방안이 한마디로 ‘별 볼 일 없다’는 시장의 반응이었다.

언론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주류언론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뉴욕타임스는 10일자 분석기사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이번 계획은 “말로만 요란할 뿐이지(tough talk), 내용은 별게 없다(softer plans)"고 혹평했다. 이미 입법화하기로 예정돼 있는 조치들을 내놓았을 뿐이며 그나마도 엄격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SEC 전직 고위의 말을 빌어 부시 대통령의 SEC 강화방안은 SEC가 원해 왔던 것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BBC방송은 부시의 대책은 “너무 늦게, 너무 조금만(too late, too little)" 제시했을 뿐이라며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BBC는 이어 미국내의 한 웹사이트를 인용, ”부시의 대책은 여우에게 닭장을 맡기는 격“이라는 극단적 혹평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 등 현 행정부 고위인사의 과거 기업부정 의혹의 진상을 밝히라는 압력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2일 폴 크루그먼 교수의 뉴욕타임스 칼럼을 계기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부시 대통령의 과거 내부자 거래 의혹을 보도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 시민단체가 체니 부통령을 기업회계부정 혐의로 미 법원에 고소할 계획을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시민단체 ‘사법감시(Judicial Watch)'는 체니 부통령이 석유업체인 핼리버튼의 CEO로 재직했던 지난 98년 이 회사의 주가를 과대평가한 혐의로 그를 댈라스 법원에 고소할 계획이다. 이 단체는 10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 마이애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체적인 고소 내용을 밝힐 계획이다.

BBC 보도에 따르면 ‘사법감시’는 체니가 현 정부 들어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엔론측과의 5차례 독대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부당하게 변경한 혐의에 대해서도 고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부정, 대기업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 고위인사는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뿐만이 아니다. 미국내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진정 기업부정을 근절할 각오가 돼 있다면 토마스 화이트 육군부 장관이나 하비 피트 SEC 현 위원장 등 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이트 장관은 엔론이 자회사인 엔론 에너지 서비스의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엔론 도산 직전 엔론 관련 주식을 처분,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피트 위원장은 엔론 등 각종 기업회계부정에 연루된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회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제록스, KPMG 등 최근 부정회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과 사적인 회동을 가져 구설수에 올라 있다.

이뿐 아니라 알코아 회장을 맡았던 폴 오닐 재무장관, 질레드 사이언스의 회장이었던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엘리릴리의 부회장이었던 미치 다니엘스 백악관 예산처장 등도 기업부정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톰 딜레이 의원은 과거 엔론의 민원을 도맡아 처리해 왔다는 점에서 정경유착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진보적 인터넷 매체(www.wsws.org)는 9일 최근의 사태진전을 ‘정치적 위기’로 규정하면서 뉴욕타임스 등 제도권 언론들마저 부시 대통령의 과거 기업부정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제도권(Establishment) 내에서 부시에게 더 이상 미국자본부의, 나아가 세계자본주의의 관리를 맡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즉 미국 제도권내에서 가장 반동적이며 약탈적 행태를 보여온 부시 행정부에 대해 미국의 일부 지배엘리트들이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모종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인터넷 매체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부시의 각종 군사개입과 유럽에 대한 도발적 자세, 온갖 기업규제의 철폐 등이 초래할 위험한 결과들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기업엘리트들의 강력한 그룹들은 현 정부의 정책들이 파멸적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부시의 개인적 실수를 빌미로 공개적 광장에서 (부시에 대한) 은밀한 정치적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주류언론들은 올해 초 엔론 도산의 실상이 드러난 이후 최근까지 부시 대통령의 과거 기업부정 의혹에 대해서 애써 눈을 감아왔다. 일례로 부시의 하켄에너지 주식 내부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91년 월스리트저널이 보도한 바 있고 지난해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대안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집중적으로 추적보도해 왔지만 주류언론들은 이를 외면해 왔다.

부시의 기업부정 의혹을 본격 제기한 폴 크루그먼 교수의 지난 2일자 뉴욕타임스 칼럼도 한 시민단체(The Center for Public Integrity)의 과거 보도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 시민단체는 지난 해 10월과 올 4월, 2차례에 걸쳐 SEC의 공문 등을 근거로 부시 대통령의 과거 기업부정 의혹을 제기했지만(www.public-i.org) 뉴욕타임스 등 주류언론들은 최근까지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기업부정 사례가 엔론에서 그치지 않고 월드콤, 머크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비로소 주류언론들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미국자본주의의 전면적 쇄신의 계기가 될 것인지, 또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현 공화당 정권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진상 규명의 선봉이 돼야 할 민주당측도 기업부정, 대기업과의 정경유착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90년대 미국의 증권붐, 이를 빌미로 한 미국기업들의 회계부정 등 각종 사기행각들이 실은 주로 클린턴 행정부 8년동안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 공화당 정치자금의 4분 3, 민주당 정치자금의 3분의 2가 기업들의 헌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현 정치세력이 진정한 개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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