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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사건 30주년 "제보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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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워터게이트사건 30주년 "제보자는 누구"

'Deep Throat'의 정체, 이번엔 밝혀질까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리차드 닉슨)을 하야시킨 계기가 된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지 오늘로 30주년을 맞는다. 이 사건의 결정적 제보자인 일명 '깊은 목구멍(Deep Throat)'의 정체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을 특종보도한 워싱턴포스트가 3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과연 이번에는 그 정체가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7년 25주년 기념행사를 가진 바 있으나 당시에도 제보자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낮 12시(현지 시간ㆍ한국시간 18일 오전 2시) 당시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현 부사장)와 취재기자였던 밥 우드워드(부편집인)의 30주년 기념 좌담회를 개최한다.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열리는 기념좌담회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넷방송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며 두 참석자는 토론회장과 인터넷을 통해 전달된 질문들에 대해서도 답변할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 '워터게이트 30주년 기념행사'**

17일자 머릿기사와 특집기획 등을 통해 워터게이트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는 30년이란 한 세대가 지나간 오늘날까지도 워터게이트를 통해 밝혀진 진실은 미국 사회의 정치와 언론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워터게이트가 미국 시민들의 정부와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로버트 레드포드(밥 우드워드 역)와 더스틴 호프만(칼 번스타인 역)이 열연한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an)'에는 단순한 주거침입사건이 미국 최대의 정치사건으로 확대돼 가는 과정이 긴박하게 그려져 있다. 민주당사에 침입한 5인의 괴한이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에서 취재를 시작한 우드워드 등은 그러나 사건의 전모와 성격을 파악하느라 애를 먹는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깊은 목구멍'이다. 그는 야심한 밤에 우드워드를 공공주차장으로 불러내 '돈의 흐름을 좇으라'고 조언한다. 두 기자는 '깊은 목구멍'의 조언에 따라 공화당에의 헌금을 일일이 조사하면서 사건의 본질에 한발한발 다가간다. 이들의 취재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결정적 조언을 준 사람이 바로 '깊은 목구멍'이다. 당시 밥 우드워드는 이 제보자를 '깊은 목구멍'으로 명명하고 그의 신원은 편집국장인 벤 브래들리에게만 알리겠다고 악속했다. 이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자 ‘누가 워터게이트의 폭로자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아직도 워터게이트 사건의 제보자(Deep Throat)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를 도운 전직 백악관 고문 존 딘(Dean)의 전자책(살롱닷컴 출판)을 인용해 유력한 후보자 몇 명을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

존 딘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유력한 제보자로 대통령 선거에 세 번이나 출마한 경력을 갖고 있는 패트 뷰캐넌을 꼽고 있다. 딘은 또 닉슨 전 대통령의 연설문담당자인 레이 프라이스(Price)와 비서였던 스티브 불(Bull), 혹은 전 공보비서 론 지글러(Ziegler)를 지목한다. 지글러의 경우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에 대해 ‘3류 좀도둑’이라고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제보자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딘은 하지만 아직 실마리를 풀기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자 4명중 한명을 지명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추적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나는 내가 쓰는 내용보다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딘은 또한 위에 거론한 인물들 외에도 전직 정보장교로 닉슨의 보좌관을 지낸 조나단 로즈,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검사였던 얼 실버트, 알렉산더 헤이그 전 국무장관(사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근무) 등을 유력 제보자 명단에 올려놓기도 했다. 실버트와 헤이그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한편 레오나드 카먼트 전 백악관 변호사는 닉슨 보좌관을 지낸 존 시어스가 유력하다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시어스 역시 부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FBI 고위간부였던 마크 펠트 등이 제보자로 거론된다.

***밥 우드워드 "제보자는 남자이며 살아 있다"**

하지만 제보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 두 사람, 즉 밥 우드워드와 벤 브래들리는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우드워드는 몇 년 전 “제보자는 남자이며 살아있다. 나는 제보자의 동의가 있거나 제보자가 죽은 후에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들은 아직 접촉중인 것이다.

우드워드는 비밀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비밀은 지킬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합당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1997년 NBC 방송에 출연해 제보자는 가까운 곳에 있으며 그는 자신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역할에 대해 동료와 가족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신비한 제보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미국내에서도 지지와 비판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워터게이트에 연루된 닉슨 대통령을 사임시킨 공로자로 추앙받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간단히 말해 배신자라는 제보자의 이중적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진리에 비추어 볼 때 워터게이트 제보자의 신원도 언젠가는 밝혀지지 않을까.

***워터게이트란?**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17일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을 도모하려던 비밀공작원 5명이 민주당 중앙당사 본부가 위치한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돼 체포된 사건이다.

이후 워싱턴포스트 지방부 소속의 신출내기 기자였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은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의 전폭적 지원하에 2년간에 걸쳐 이 사건을 집요하게 취재했다. 그 결과 공화당의 불법 선거운동 내막 등이 차례차례 드러났기 시작했고 닉슨 대통령은 특별검사를 파면하는 등 자신의 부정이 드러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다 결국 진실은폐(Obstruction of Justice) 등을 이유로 의회의 탄핵을 받아 1974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직을 사임하게 된다.

닉슨이 사임하게 된 이유는 워터게이트로 인해 조직적인 선거방해, 정치헌금의 부정 수뢰 탈세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애초 닉슨은 도청사건과 백악관과의 무관함을 주장했으나 대통령 보좌관 등이 연루되고 대통령 자신도 무마공작에 나섰던 사실이 폭로됨에 따라 결국 1974년 8월 의회의 탄핵결의로 대통령직을 사임하게 됐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닉슨 대통령 사임 이후 닉슨의 후임자인 포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재임기간 중 지은 죄로 형사책임에 대한 논란이 남아있던 닉슨에게 특별사면을 발표함으로써 미국 정치사의 최대 스캔들이라는 워터게이트는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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